30일 전국의대교수협 ‘주 1회’ 휴진 강행
환자들 “지금까지 지장 없었지만 더는 마음 졸이지 않았으면”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구급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유병훈 기자
“내일부터 선생님들이 주 1회 휴진에 들어간다는데, 아직까지 병원에서 따로 연락은 못받았어요. ”
서울 주요 대형병원 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을 하루 앞둔 29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암 병동에서 만난 한 환자는 “의대 증원에 따른 의료 공백 사태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외래 진료를 받는 데 정작 불편한 경우는 전혀 없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두 달이 지나면서, 그 자리를 메웠던 의대 교수들은 오는 30일 휴진을 선언했다. 하지만 병원 현장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은 진료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경남 창원에서 왔다고 밝힌 한 환자 가족은 “지난해 뇌 수술을 받은 후 정기적으로 통원하면서 상태를 지켜보고 있다”라며 “집단행동 때문에 일정이 늦어진다거나 취소될 수 있다는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폐암 환자도 “수술과 치료를 마치고, 경과를 보고 있다”라며 “의대 증원 문제는 들었지만 담당 교수가 휴진을 한다는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는 4~5대의 사설 구급차가 서있었다. 응급실 앞에서 만난 한 환자 가족은 “간암 말기인 아버지를 곧 호스피스 시설로 옮기기로 결정했다”면서도 “서울대병원에서는 지금까지 아무런 지장 없이 보살펴주셨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동을 찾은 젊은 부모들은 향후 벌어질 의료 사태에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생후 9개월 자녀가 탈장 증세를 보여 이날 어린이병원을 찾은 한 부모는 “아직까지 진료 받는 것이 어렵지 않았지만, 앞으로 외래 방문 과정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암 환자 가족도 “2~3주에 한 번씩 항암 통원 치료 중인데 한번도 외래 예약이 밀린 적은 없었다”면서도 “환자 가족 입장에서는 불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이 마음을 졸이지 않도록 정부나 의료계나 이제 서로 합의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 정책을 비판해며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난 이후 신체적·정신적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의사들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6일 전공의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진료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이번 주부터 매주 1회 휴진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전국 19개 의대 산하 병원 51곳이 주 1회 외래 진료와 비응급 수술을 중단하기로 했다.
의대 교수들은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환자를 지키기 위해 주당 70~100시간의 근무를 하고 있다”면서 “전공의 공백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 분명해 진료의 질을 유지하려면 진료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에는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반발하는 전공의와 의대생들과 보조를 맞추려는 목적도 있다. 의대교수비대위 측은 “정부는 지금도 근거 없는 의대 증원을 고집해 전공의의 복귀를 막고 있다”며 “정부가 교수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무시하고 의대증원을 발표할 경우 비대위 참여 병원의 휴진 참여 여부와 기간에 대해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은 앞으로 주 1회 휴진을 정례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함께 서울 ‘빅5′ 병원으로 꼽히는 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세브란스병원도 금요일마다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겠다고 결정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다음 달 출범하는 ‘3기 비대위’에서 매주 1회 휴진을 정례화할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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