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척을 하고 있는 주사위 뱀. 오른쪽 사진의 주사위 뱀은 입에서 피거품을 물고 있다. Vukašin Bjelic 제공
일부 뱀들이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실감나는 죽은 척'을 연출하는 과정에서 냄새나는 분비물까지 흘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행동은 실제 포식자로부터 몸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곤충, 어류, 양서류 등 다양한 동물 종이 죽음을 가장하는 것처럼 뱀 역시 이러한 생존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부카신 비옐리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대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은 263마리의 뱀을 조사해 피나 배설물을 흘리며 죽은 척을 하는 것이 포식자들을 쫓아내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생물학 레터스'에 발표했다.
대부분의 뱀들은 공격을 받으면 도망치거나 싸운다. 유럽과 아시아 주변에 주로 서식하는 주사위 뱀과 같이 독이 없는 뱀은 조금 다르게 행동한다. 이 뱀은 포식자에게 붙잡힐 경우 사향샘 분비물(사향)과 배설물로 자신을 더럽히며 몸부림친다. 몸을 비틀고, 입을 벌리고 심지어 입에서 피거품을 물기도 한다. 연구팀은 "뱀들은 정말로 '죽은 연기'에 전념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연기가 생존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죽은 척 연기는 위험을 감수하지만 성공하면 생존이라는 값진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포식자들은 동물들이 악취를 풍기고 피를 흘리는 동안 혼란을 겪거나 역겨워한다. 포식자가 당황한 사이 먹이가 될 뻔한 뱀은 탈출할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리고 더 실감나는 죽은 척은 포식자의 주의를 빠르게 돌리는 데 유리하다.
분석 결과 입에서 피를 흘리고 사향과 대변에 몸을 적신 뱀들은 다른 뱀들보다 죽은 연기를 평균 2초 짧게 했다. 연구를 이끈 비옐리카 연구원은 "2초는 짧은 시간이지만 포식자로부터 성공적으로 탈출하기에는 충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뱀의 죽은 척 전략은 주변에 다른 먹잇감 동물이 많을 때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다만 "이 연구의 대부분은 주사위 뱀이라는 다소 특이한 집단에서 나온 결과물인 만큼 다른 뱀 종을 대상으로 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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