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빛에 유인되는 습성 탓
잠실구장 볼판정시스템 오류
해는 없지만 5㎝크기‘혐오감’
팅커벨이 너무해 21일 새벽 서울 강동구 성내동 인근 한 건물 외벽에 동양하루살이, 일명 ‘팅커벨’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독자 제공
일찍 찾아온 더위에 일명 ‘팅커벨’로 불리는 동양하루살이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러브버그’에 이어 올해는 동양하루살이가 기승이다. 서울 잠실구장에서는 동양하루살이 탓에 자동투구볼판정시스템(ABS)에 오류가 발생하는 등 야구 경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지경이다.
22일 한국야구위원회(KBO) 등에 따르면, 올해 세계 프로야구 최초로 도입된 ABS의 추적 실패 사례 중 대부분이 이물질이나 동양하루살이 같은 날벌레 때문이었다. ABS 장비인 카메라 앞에 날벌레가 자리하거나 불규칙하게 움직일 경우, 볼 추적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KBO 관계자는 “ABS 카메라에 자동 분사되는 해충기피제를 설치해 동양하루살이가 최대한 카메라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하루살이를 확대한 모습.
동양하루살이는 보통 5월 중·하순에 활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올해는 기온이 높아지면서 이달 초부터 출몰했다. 동양하루살이는 몸집에 비해 큰 날개로 ‘팅커벨’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밝은 빛에 유인되는 습성 때문에 상가, 지하철, 스포츠 경기장 등에 몰리는 경우가 많다. 프로야구는 주중에는 야간 경기로만 열리기 때문에 잠실구장에서는 관중들이 비가 오지 않는데도 동양하루살이 등을 막기 위해 비옷을 입거나 우산을 쓸 정도다. 잠실구장에서는 지난해에도 하늘을 뒤덮은 동양하루살이떼 사진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두산 관계자는 “관중으로부터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데,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동양하루살이는 감염병을 옮기는 등의 해를 끼치진 않지만, 날개를 펴면 5㎝에 달하는 크기라 혐오감을 주고 옷이나 가방 등에 달라붙기도 한다. 특히 송파구, 강동구, 성동구 등에 집중됐던 동양하루살이의 습격 범위도 넓어져 용산구, 마포구 등까지 확산하고 있다. 용산 도심의 전자상가 벽면 광고판에 동양하루살이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정세영·김성훈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