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약 분석] 이재명식 복지 정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 오후 경남 양산시 양산워터파크공원에서 열린 집중유세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남강호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2일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본사회’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태어날 때부터 노후까지 생애 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촘촘히 구축하겠다”며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 서비스 등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다만 이는 지난 대선에서 공약했던 ‘기본소득’과는 다르다. 모든 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하기보다는 아동 수당→청년 적금→노인 기초 연금으로 이어지는 ‘생애 주기별’ 수당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재원 문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언급하지 않은 채 “아동 수당, 농어촌 기본소득 등을 전면적으로 하긴 어려우니 먼 데부터(지방부터) 먼저 하겠다”며 단계적 시행을 시사했다.
◇아동, 청년 지원
이 후보는 “아동 수당 지급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청년 미래 적금’을 도입해 청년들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미 민주당은 이달 초 만 8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제공되는 아동 수당 지급 대상을 만 18세 미만까지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8세 미만까지 매월 아동 수당 10만원을 지급하면 2026~2030년 5년간 35조5000억원(연평균 7조1000억원)이 들어간다. 이는 18세 미만까지 바로 수당을 지급할 경우 소요되는 금액이고, 단계적으로 시행하면 액수는 달라진다. 다만 이 후보는 이날 단계적 시행의 구체적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청년 미래 적금은 재정 부담으로 2023년 폐지된 ‘청년 내일 채움 공제’를 사실상 되살리는 것이다. 중소·중견기업 입사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과 기업, 정부가 2년간 400만원씩 적립해 총 12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해주는 사업이었다. 매년 1조3000억원 안팎의 예산이 들었다. 이때는 신규 가입자가 12만~13만명이었다. 정부가 신규 가입자 규모를 늘리겠다고 하면 재정은 더 많이 들어간다.
그래픽=김성규
◇노인, 및 의료 정책
그는 노인 기초 연금과 관련해서도 “‘부부 감액’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현행 제도는 부부가 모두 기초 연금을 받으면 각각의 연금액에서 20%를 감액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부부 감액 제도 폐지 시 2025~2029년 총 15조2000억원, 연평균 3조원의 추가 재정 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대선 때는 기초 연금을 40만원까지 올리는 공약을 냈었다.
의료 정책도 기본사회로 포함됐다.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국가나 지자체 등이 설립한 공공 병원 등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가 설립을 주도한 성남시의료원은 건립비만 1600억원이 들었지만 환자들이 찾지 않아 매년 400억~500억원 적자가 나고 있다. 이 밖에 주4.5일제 등 이미 발표한 노동 정책 등도 기본사회 공약에 포함됐다.
◇특정 지역·직군 공약
이 후보는 특정 지역이나 직군을 대상으로 한 정책도 기본사회 정책으로 다뤘다.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도 공약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농어민 1인당 월 15만원을 지급하면 2026년 17조4122억원이 들고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86조8071억원이 든다. 햇빛·바람 연금은 마을 공유지에 친환경 발전소를 짓고, 한국전력과 계약을 맺는데 적자인 한전이 비싼 재생에너지를 사주는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는 “고용보험과 육아휴직 제도의 사각지대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고용 형태나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나 일할 권리와 돌볼 권리를 보장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근로계약을 맺은 근로자는 사회보험료 절반을 고용주가 내는데, 자영업자의 경우 국고가 투입될 수밖에 없다. 202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육아휴직 급여를 자영업자로 확대할 경우 연 3777억~5000억원(2023~2027년 총 1조1772억원)이 추가로 든다.
◇기본소득은 후순위로
모든 국민에게 일률적으로 주는 기본소득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다. 지난 대선 때는 임기 내에 19∼29세 청년에게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는 연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고 했었다. 이것에만 1년에 약 60조원의 재정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최대 1000만원을 신용도와 관계없이 장기간(최대 20년) 빌려준다는 ‘기본대출’도 공약했었다. 이 후보는 이날 경남 유세에서 “지금은 회복과 성장에 집중할 때”라며 “그렇다고 분배 문제를 경시할 수는 없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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