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슈 인터뷰] 이재명 선대위 공동정책본부장 김성환 "이준석 풍력 공세는 친중 프레임 씌우기"
[조혜지,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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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정책본부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 남소연 |
"촛불 들어 정권 바꿨는데 왜 내 삶은 바뀌지 않았는가?"
지난 21일 인터뷰를 위해 찾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 선대위 김성환 공동정책본부장 의원실 한편 화이트보드 위에는 이런 질문이 쓰여있었다. 이재명 후보가 당 대표 시절 김 본부장이 주력한 모두의질문Q, 즉 녹서 프로젝트 출범식 격려사에서 한 말과 비슷했다.
반대편 한쪽 벽면 전체도 화이트 칠판이었다. 그 속에는 김 본부장의 현재진행형 정책 고민이 빼곡히 들어 있었다. 저출생 문제 해소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됐던 신혼부부 공공주택 공약도 한 구석을 차지했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이 공약은 곧 발간될 이 후보의 공약집에도 담길 예정이라고 했다.
노무현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부터 당 정책위의장까지, 김 본부장의 이름 앞에는 '정책'이라는 직함이 함께 따라붙는다. 총선 등 선거철만 되면 '인재 영입' 직함을 많이 달았다. 이해찬 지도부부터 이재명 지도부까지 가리지 않고 기용된 전략통으로 평가 받는다.
그런 그에게 집권시 '가장 먼저 내세울' 정책을 처음 물었다. 이 후보가 줄곧 강조해 온 '먹고 사는 문제'가 나왔다. 김 본부장이 오래 집중해 온 재생에너지 문제도 결국 '먹고 사는 문제'로 연결됐고, 지난 18일 첫 TV토론에서 나온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풍력 발전을 둘러싼 '친중 공세'에 대한 팩트체크가 이어졌다.
"경제와 민생 회복이 가장 중요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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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정책본부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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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이 2주가 채 남지 않았다. 당선 시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되는데 가장 먼저 내세울 정책은 무엇일까.
"경제와 민생 회복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을 위한 마중물을 빨리 넣어야 한다. 사실상 1/4분기는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한다. 지난 추경(추가경정예산)은 13조 원 수준에 머물렀는데, 언발에 오줌 눈 게 아닌가 싶다. 국가 재정 상태를 감안해야 하지만 추경도 추가로 해야 하지 않겠나."
- 민주당 정책통으로서 그동안 지역격차 해소와 기후위기 문제에 주력했다. 최근 TV토론에서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전남 해남에 풍력발전을 이용한 데이터센터 설립 공약에 "중국이 많이 장악한 풍력 시장에 우호적인, 중국을 위한 정책"이라고 공격했는데.
"반중 정서를 활용한 프레임 씌우기다. 객관적 사실을 보면 풍력 운영의 66%는 중국이 아니라 유럽이 차지하고 있다. 세계 1위를 다투는 기업도 베스타스, 지멘스 등 유럽 기업이다. 중국은 날개 분야가 좀 센데 다음은 유럽 기업이다. 풍력의 하부 구조는 또 한국이 경쟁력이 높다. 기둥 분야는 한국 기업이 세계 1위다. 업계 이야기를 들어보면 발전기에 들어가는 소재 부품 약 70개가 한국기업 제품이다. 이준석 후보의 통계는 객관적인 팩트가 아니다. 반중 정서에 편승해 다른 통계로 이재명 후보를 망신주려고 한 것 아닌가 싶다."
-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생산 효율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안정적 공급이 어렵고 비싸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이미 풍력과 태양광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싼 에너지로 바뀌었다. 한국은 이 분야에 투자를 게을리 하다보니 (추세와 달리) 조금 더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규모가 실현되면 단가가 싸지지 않겠나. 세계 에너지 시장의 투자 비중으로 보면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비율이 10대 1 정도다. 재생 에너지에서 생기는 일자리가 원전보다 훨씬 많다."
- 토론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을 고리로 이 후보에게 같은 생각인지 묻기도 했는데.
"인류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탈탄소다. 때문에 재생에너지로 가되, 나라마다 특성에 따라 원전을 보조로 쓰고 있다. 우리도 곧 그렇게 된다. 탈탄소를 주요한 과제로, 재생 에너지를 중심 두고 원전을 안전하게 보조 에너지원 정도로 가져가는, 새로운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
"개헌 시기, 1차 목표는 2026년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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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정책본부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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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후보는 최근 개헌안을 발표하며 지방자치권 보장을 위한 헌법기관 신설을 언급했다. 어떤 방식인가.
"제2의 국무회의로, 일종의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의제를 국무회의 수준으로 다루는 헌법 기구를 만드는 거다."
- 문재인 정부에서도 그랬듯 개헌은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힘든데.
"형식적으로는 국회의장이 주관하는 개헌특위에 여야가 참여해야 한다. (지금까지) 집권 초반에는 여당이 개헌 때문에 의제들이 분산 될까봐 뒤로 미루고, 집권 후반기로 가면 반대로 야당이 집권 가능성 때문에 성립되지 않은 역사가 반복돼 왔다. 초반 드라이브를 늦추지 않고 1차 목표로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최선을 다해보고, 여의치 않으면 총선에 붙여봐야 한다."
- 상대 당 설득도 쉽지 않은 과제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3년 임기 단축 개헌을 추진 하겠다고 했다. 만약 이번에 뽑히는 대통령이 5년 임기를 채우게 되면, 2030년 지방선거를 치를 때 지방선거와 대통령의 임기가 일치하게 된다. 대통령 4년 중임 혹은 연임으로 개헌이 된다면, 2년 단위로 총선과 대선을 치르며 소위 (입법과 행정의) 견제 원리가 작동할 수 있다. 그 타이밍이 2030년이 될 수 있는 거다."
- 정치구조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하면, 상대적으로 합의가 쉬운 간단한 의제부터 시작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다수 국민은 기본권 강화도 중요하게 보지만, 5년 단임 대통령 권력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부분에 관심이 있지 않나. 그런데 그걸 뒤로 미루면 국민 투표 동력이 붙겠나."
- 결국 개헌을 위해서라도 여야의 정치 복원이 필수 조건이라는 주문도 나온다.
"만약 이재명 후보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일단 대통령과 국회 다수파가 개혁과 국민 통합 과제를 책임지고 다룰 수 있다. 야당과 최대한의 협상이 필요할 것이고 일부 양보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국민의힘은 소위 윤석열의 강을 건너갈 수 있을지 다수 국민이 의심하고 있다.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원래 모든 책임은 집권 세력에게 있다. 집권 시 민주당이 잘 해야 하고,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때문에 앞으로 등장할 원내 지도부의 협상력과 전략적 판단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숲과 나무를 함께 볼 지혜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 때 재난지원금과 추경을 둘러싸고 기획재정부와 갈등이 있었는데, '우리는 열심히 하려는데 기재부가 말을 안 들어서'라는 식은 자기 얼굴에 침뱉기였다. 유능한 정부, 성공하는 정부를 하려면 정당 역시 매우 유능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의 원내, 또 새로운 지도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국민 신뢰 바닥 검찰, 개혁은 어렵지 않다"
선거는 결국 프레임 전쟁이다. 패배를 겪은 지난 대선과 비교하면, '내란 심판'에 집중된 이번 무대는 민주당 입장에선 유리할 수밖에 없는 판이다. 다만 김 본부장은 "스스로 의제를 만들고, 그 링에 상대가 올라오게 하는" 주도적 전략을 강조했다.
최근 논쟁이 점화된 호텔경제론과 같은 이 후보 중심의 논란에 대해선 '정부 재정 확대'라는 취지에 집중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국민 마음의 총합"인 만큼, "늘 겸손해야 한다"는 '로우키' 전략도 함께 강조했다.
- 일전에 <감성의 정치학>이라는 책을 추천한 기억이 난다. 유권자들의 인식 방식을 분석한 책이었는데. 지난 대선과 비교했을 때,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향한 유권자들의 인식은 어떻게 변화했다고 보나.
"지금은 많이 완화됐지만, 윤석열 검찰 정부와 일부 언론은 이재명 후보에 악마화 프레임을 잔뜩 씌워 놨지 않나. '나는 범죄자가 아니에요' 한다고 되지 않는다. '지금 위기 상황을 돌파하고 경제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로 프레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일종의 프레임 이론으로 '남의 링에서 싸우지 마라'는 게 있다. 백날 해봤자 본전도 못 친다. 스스로 의제를 만들고 그 링에 상대가 올라오게 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국민 뇌리에 남는 것은 그 링을 만든 사람의 프레임이다."
- 이번 대선은 사실상 12.3 내란으로 벌어진 조기 선거다.
"그렇다. 이번 선거는 내란 세력 심판 구도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내란을 조기 심판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것이 이번 선거의 핵심 고리 아닌가. 거기서 일단 내란에 동조했던 사람들은 자유롭지 않다. 국민의힘이 어려운 선거를 치르고 있다."
- 그런데 당 전략 단위에선 '백병전' '접전'을 이야기한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한마디 했지 않나(기자주 : 박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긴급 지시사항으로 압승, 예상득표율 언급을 금지했다). 선거는 늘 그런 자세로 치러야 된다. 최종 결과는 그 시기 국민 마음의 총합이다. 국민이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오만이다. 다 이긴 것처럼 행세하면 지지율이 몇 %씩 휙휙 바뀌기도 한다."
- 그래서 일각에선 이재명 후보의 '호텔경제론' 등 논쟁 소지가 있는 사안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우려를 제기하기도 하는데. 어떻게 보나.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마중물을 투자하는 건 이미 미국 대공황 때도 다 증명됐던 이야기다. 무한 동력으로 선순환하는 건 아니지만, 특히 서민 경제는 정부 재정이 필요하다. 또 과학기술 발전에도 정부가 연구개발(R&D)에 재정 지원을 하는 게 전 세계의 현실이다. 커피 원가 문제도 마찬가지 인데 그렇게 비틀어 (공세를 펴는 전략은) 먹히지 않는다고 본다."
"성장이 꼭 대기업·특권층 이익만 대변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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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정책본부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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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서작업, 즉 모두의질문Q 프로젝트에 처음부터 관여한 것으로 안다. 12.3 내란을 겪으며 좌초될 뻔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플랫폼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박태웅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장이 이재명 대표에게 제안해 시작된 일이었다. '골목 가게 하나를 인수할 때도 얼마에 인수할 건지, 어떻게 운영할지 다 계획을 세우는데 민주당은 대체로 선거공약을 급조한 다음 다 폐기하니 국가운영이 제대로 안 된다, 국민 목소리를 수렴해 5년짜리 집권 청사진을 짜야 한다'는 게 박 센터장의 문제 의식이었다. 맞는 말이었다."
김 본부장은 말끝에 자신의 책상으로 가서 초록색 하드커버로 출간된 녹서를 들고 왔다. 정치·거버넌스, 복지, 교육과 입시, 경제 등 카테고리 별 주요 질문들이 표지에 줄줄이 적혀 있었다.
이 질문들은 이제 어디로 가게 될까. 동시에 수많은 질문 중 가장 먼저 대답해야 할 질문은 뭘까. 김 본부장에게 다시 물었다. 첫 질문에 대한 답과 마찬가지로, "먹고 사는 문제"가 나왔다. 검찰개혁 공약은 어떻게 되느냐 물으니 "어렵지 않은 문제"라고 답했다.
- 이 질문들은 집권 시 새 정부의 국정과 어떻게 연결되나.
"목소리를 듣는 게 녹서, 해답을 짜는 게 백서인데 물리적 여건 상 백서를 내는 건 어려웠다. 일단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나' '무엇이 문제인가'까지를 담았다. 답을 찾는 이후의 숙제는 집권 시 새로운 정부가 해야 한다."
- 가장 먼저 대답해야 할 질문은 뭐라고 생각하나.
"여러 위기들이 중첩돼 한꺼번에 밀려오고 있다. 민주주의 위기, 기후 위기, 경제위기, 인구위기, 남북한의 평화 위기. 국민 입장에서 보면 결국은 먹고 사는 일이다. 구조적 저출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거냐는 질문이 (책을 가리키며) 많이 담겨있다. 참 아픈 질문이다.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내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걸 묻고 있다."
- 다만 민주당이 경제와 성장에 초점을 맞추며 중도 보수 확장 전략을 취하는 사이, 진보적 가치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정책은 도외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것도 명제고, 키운 파이를 어떻게 골고루 배분할 것이냐도 명제다. 그래서 정반대 질문도 한다. 성장을 강조하더니 노조법 2,3조도 한다고요? 성장을 한다면서 상법 꼭 할 거에요?... 사실상 고용을 지배하면서 바지사장과 단체 협상을 하라고 하면 되나? 주식회사를 할 거면 대주주는 대주주만큼, 소액주주도 소액주주만큼 의사를 대변할 수 있고 이익이 보장돼야 하는 것 아닌가? 주식회사 이사는 대주주 뿐 아니라 전체 주주 이익을 대변 해야하는 것 아닌가? 성장이라고 해서 대기업과 재벌, 특권층 이익만 대변하는 게 아니다. 그게 균형이라 본다."
- 공약집이 오는 27일께 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늦어지는 이유가 우선순위를 고민하기 때문이라는 보도도 있던데, 혹 저출생 문제에 대한 공약이 선두로 다뤄지나.
"신혼부부 공공 (임대) 주택 공약은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부모가 몇 억씩 물려줄 수 있거나, 둘 사이 연봉이 충분해야 한다. 그러나 여건이 안 되는 청년들은 1년에 1천만 원 저축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동반자가 생기면, 우선 적은 비용으로 공공주택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거다. 공공주택에서 큰 비용 들이지 않고, 낙인효과 없이 살 수 있도록 하고 그 후 저축하고 분양주택으로 옮겨가고 싶다면 신혼부부 특공 찬스를 쓸 수 있게 하면 어떨까. 그 정도의 변화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나."
- 검찰개혁 공약이 선두로 제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집권하게 된다면 세부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어디서 산사태가 나서 어떤 돌멩이가 앞을 가로막을지 어떻게 예측하겠나. 다만 민생, 경제 문제는 지난한 과제지만 검찰개혁은 상대적으로 쉽다. 제도만 바꾸면 된다. 사회적 공론도 이미 상당히 형성돼 있다. 검찰은 저항할지 모르겠지만, 윤석열 검찰정부를 경험하며 '저렇게 놔둬선 안 된다' 생각이 강하지 않나. (검찰에 대한) 신뢰가 바닥이라 검찰개혁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검찰개혁보다 어려운' 숙제는 구조 개혁을 동반해야 가능한 먹고사는 문제라는 설명으로 돌아왔다. 김 본부장은 대형 화이트보드판 빼곡히 적힌 미완의 민생 정책들을 가리켰다.
"정규직 노동이 아닌 여러 종류의 노동을 하고 있는 청년 세대의 고용을 어떻게 안정화시킬 수 있는가, 이런 문제들이 더 어려운 숙제다. 파이를 어떻게 키우고, 어디에 예산을 더 집중할지, 돈은 한정되어 있고... 그런 숙제들에 비하면 검찰 개혁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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