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픽스 ‘위성영상 변화탐지 자동분석 보고서’ 발표
AI가 구축함 좌초 각도, 주변 작업 환경 변화까지 분석
텔레픽스는 플래닛의 슈퍼도브 위성을 이용해 북한 청진조선소에서 발생한 구축함 사고 영상을 분석했다. 파란색이 전복된 구축함의 위치를 표시한 부분이다./텔레픽스
국내 우주 스타트업이 북한 구측함 좌초 사고 소식이 알려지고 하루 만에 관련 내용을 확인하는 위성영상 변화탐지 자동분석 보고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인공지능(AI)이 사건 전후에 촬영된 위성영상을 분석해 사고 내용을 확인한 것이다.
텔레픽스는 “사고 발생 전 위성 영상에 특별한 이상이 없었지만 사고 직후 영상에선 부두 북측 안벽에서 바다 쪽으로 길이 105m, 폭 15m의 수상·수중 혼재 물체가 포착됐다“고 26일 밝혔다. 물에 뜨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진 구축함이다.
사고는 지난 21일 북한 청진조선소에서 발생했다. 북한이 새로 건조한 5000t급 구축함이 진수식 도중 옆으로 쓰러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진수식에 직접 지켜보는 가운데 발생한 사고여서 파장이 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례적으로 사고 하루 만인 22일 “엄중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사고 소식을 알렸다.
사고 소식이 알려진 당일 통일부는 지난 15일 촬영된 청진조선소의 위성 사진을 공개했다. 건조를 마치고 진수를 준비 중인 모습이었다. 영국의 안보연구기관인 오픈소스센터(OSC)는 이날 에어버스 인공위성을 이용해 촬영된 사고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인공위성을 통해 사고 소식이 바로 알려질 것이 뻔하자 북한 당국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먼저 사고 사실을 공개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텔레픽스도 북한 발표 직후 사고 현장의 인공위성 영상을 분석했다. 이 회사는 인공위성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고해상도 카메라를 직접 제조하고, 인공위성이 찍은 영상과 이미지를 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최근에는 대형언어모델(LLM) 기반으로 위성정보를 스스로 분석해주는 인공지능(AI) 서비스 샛챗(SatChat)도 개발했다. 텔레픽스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는 미국 플래닛의 지구관측 초소형 위성 슈퍼도브(SuperDove) 군집이 20일과 22일 청진조선소 일대를 촬영한 영상을 샛챗이 비교·분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샛챗의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발생 전인 20일만 해도 청진조선소 북안(北岸) 부두와 북측 안벽에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 샛챗은 사고 직후 영상에서는 구축함이 안벽과 20~30m 정도 겹쳐 있고, 수면 위에 드러난 면적은 약 1600m² 정도라고 추정했다.
보고서는 수면 아래 그림자로 보이는 부분까지 합치면 실제 선체 길이가 130m로 보인다고 밝혔다. 선체가 안벽에 기대 누운 각도는 60~70도로 추정했다. 선체의 절반 이상이 부력을 상실한 상태로 ‘함수(艦首)는 육지, 함미(艦尾)는 바다’라는 정부의 설명에 부합한다.
선체에 파란색·남색으로 착색된 직사각형 패치(20m X 8m)가 군데군데 덮여 있는 것도 확인됐다. 샛챗은 옆으로 누운 구축함을 가리기 위한 방수포(위장막)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선체 인양 작업을 위한 움직임도 포착됐다. 20일 영상에는 없었던 주황색 구조물이 중앙 부두 끝단에 포착됐다. 샛챗은 대형 해상 크레인 또는 지상 크레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부유식 바지선 3척도 사고 선박 인근에 떠 있었다. 작업선·크레인·안벽을 잇는 위치에 유막도 200m 정도 확인됐다. 서측 부두 상부에는 흰색 직사각형 모듈(10m X 4m) 2기가 새로 설치됐는데, 임시 지휘소나 발전 장치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5000톤급(최현급) 신형 구축함 모습. 이번에는 진수에 실패하면서 옆으로 쓰러졌다./뉴스1
샛챗은 크레인이 선체 상측인 북안에서 남북 방향으로 재배치되면 본격적인 기립 또는 절단 작업이 시작된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방수포인 파란색 덮개의 면적 변화를 통해 내부 손상 정도와 보수 진행 상황도 추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텔레픽스 관계자는 “샛챗을 통해 5000t급 구축함 진수 실패 → 부분 침몰 → 긴급 인양 작업 개시라는 일련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현재까지는 항만 구조물이나 물류 흐름 전반을 위협할 정도의 2차 피해는 관측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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