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뉴스엔 서유나 기자]
사법고시 최연소 합격자인 박지원 씨가 부모님의 뜻을 거부하고 국내 최대 로펌을 퇴사하게 된 사연을 전했다.
5월 28일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 295회에는 사법고시 최연소 합격자로 국내 최대 로펌 변호사였던 박지원 씨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만 20살 나이인 2012년 사법시험에 최연소로 합격했던 박지원 씨는 어릴 때부터 꿈이 법조인이었냐는 질문에 "부모님이 어릴 때부터 워낙 뚜렷하셨다. 좋은 '사' 자 들어가는 직업을 가져야 딸의 인생이 행복할 거라는 확신이 있으셨다. 스스로 진로에 대해서 탐구해 볼 기회가 없었다. 저도 그런 쪽으로 가야겠다고 막연하게 세뇌된 것 같다"고 밝혔다.
대학교수 아버지, 중학교 교사 어머니가 처음에 바란 직업은 의사였다. 하지만 박지원 씨가 수학에 크게 재능이 없는 것 같자 "문과로 전향해 판사가 되라고 하셨다"고. 박지원 씨는 "(부모님께서는) 좋은 학교 가고 사회적 성공의 기준에 부합하는 게 제 행복에 도움이 될 거라고 굳게 믿으셨다"고 말했다.
박지원 씨는 심지어 부모님이 "TV를 중학교 때부터 치우셨다"며 "제가 유재석 씨를 모른다고 다른 학교에 소문이 났을 정도다. 물론 아예 모르진 않는다. 그 정도로 세상과의 접촉을 차단하셨고, 제가 학교와 가까운 집에 살았다. 학교, 집 반복하며 '사람은 밥 먹고 공부하는 존재구나. 지금은 공부만 할 시기구나'가 박혀 있었다. 별 생각없이 항상 공부하고 성적 올리기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서울대 경영학과에 들어간 박지원 씨는 자유로운 캠퍼스 라이프를 딱 한 학기만 즐긴 뒤 2학기부터 고시촌에 들어가 사법 시험을 준비했다. 당시 깨어있을 때는 무조건 공부만 했다는 박지원 씨는 "오래는 못 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 하루라도 빨리 붙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동차 합격을 목표로 했음을 밝혔다. 이에 남들보다 배로 공부를 해야했던 박지원 씨는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밥과 국은 냉동해서 먹고, 샤워를 하면서도 헌법 조문을 외웠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박지원 씨는 시험을 준비하며 스트레스로 아토피와 폭식증을 앓기도 했다. 박지원 씨는 "지금 돌이켜보면 우울증이었던 것 같다. 정신건강이 안 좋았는데 병원에 가 볼 생각도 못했다"며 "1차 시험 직전에 할머니 댁에서 공부했는데 아파트가 10몇층인데 매일 밑에 내려다보며 '어떻게 될까', '죽으면 이 고통이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폭식증 탓에 먹으려고 둔 아껴둔 바나나를 부모님이 먹었다는 이유로 서너 시간을 울었던 일화도 공개했다.
결국 1년 4개월 만에 생동차 합격(생애 첫 고시 응시에서 동차 합격(1차, 2차, 3차 시험을 연달아 한 번에 패스)을 해낸 경우)을 해냈다는 박지원 씨는 2년간의 사법연수원 기간 후 국내 최대 로펌 변호사로 들어갔다. 박지원 씨는 두 MC가 조심스럽게 당시의 연봉을 묻자 "저희가 기밀 유지 의무가 있긴 한데 저희는 월급이 복지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다. 취향 안 타니까"라고 에둘러 답변했다.
8년간 변호사 생활을 해온 박지원 씨는 2024년 2월 퇴사 후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에 입학하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박지원 씨는 갑자기 다른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묻자 "변호사 일의 특성상 많은 기록, 문서를 읽고 이해하고 토대로 내가 논리를 짜내서 내 글을 써내야 하는 게 대부분인다. 피고인 측에서 어떤 주장을 해도 이길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한번씩 백지의 압박이 느껴질 때가 있다.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을 때마다 변호사가 꿈이었고 보람을 느꼈다면 이겨낼 원동력이 됐겠지만 전 '왜 여기서 이렇게 괴로운 거지? 나 열심히 살았는데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어떤 사건에서 통역사님을 끼고 일하게 됐다. 너무 잘하시고 멋잇고 신기한 거다. 이렇게 어려운 문자를 한국어로 하면 영어가 나오고 영어로 하면 한국어가 나오고. 또 통역하고 바로 집에 가시는 거다. 너무 좋아보이더라. 프리랜서라 전화 드리면 친구 집에 있다고 하고 아기 목소리도 들리고. 근본적으로 '나도 언어 좋아하고 잘하는 편인데 애초에 저 쪽 길 갔으면 나도 즐겁게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전까지는 공부가 서울대에 가기 위한, 사법고시 합격을 위한 수단이었다면 지금은 공부 자체를 너무 즐겁게 하고 있다는 박지원 씨는 로펌을 관둘 때의 부모님 반응을 두 MC가 걱정하자 "당연히 탐탁지 않아 하셨다. 변호사가 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다고 생각하셔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모님은 제가 결혼하고 아기 낳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셨다. 보통 반대잖나. 대법원장까지 가려면 결혼과 육아가 커리어에 방해된다고 생각하시니까 대법원장이 되는 기로에 방해가 될 만한 건 다 반대하셨다. 첫째 낳으면 둘째 낳지 마라, 둘째 낳으면 셋째 낳지 마라. 전 그럴 때마다 너무 하고 싶었다. 요즘은 내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자는 쪽 같다"고 말했다.
뉴스엔 서유나 stranger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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