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텃밭 광주·전주 민심들어보니
민주당 지지세 막강, 득표율 90% 기대
“李 추진력 강해” “계엄 트라우마”
“李 비호감” 마음 못 정한 유권자도
지난 27일 전북 전주시 전주역 인근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위쪽). 같은 날 광주광역시 충장로 일대에 21대 대선 후보 벽보가 붙어 있다. 광주·전주=이영기 기자
“여그는 10명이믄 10명 다 파란색(더불어민주당 상징색)이제. 요새 나라가 시끌시끌헌디 이럴 때 나서서 확 잡아줄 사람은 이재명이 밖에 없당께. 이재명 나와서 한 번 확 휘어잡아브러야제.“ (광주에서 만난 60대 여성)
“성남시장하고 경기지사로 있으면서 해낸 거나 또 참 어렵게 살아온 거 보면 우리 같은 서민 마음 알아줄 사람은 이재명밖에 없는 것 같드만?” (전주에서 만난 50대 남성)
“광주에 잘해준 것도 없고, 거시기해준 것도 없긴 헌디 이재명이가 뭐신가 모르게 마음이 가지.” (광주에서 만난 60대 남성)
6·3 대선을 일주일, 사전투표를 이틀 앞둔 27일 헤럴드경제가 광주광역시와 전북 전주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어느 때보다 공고한 ‘호남민심’을 보여줬다. 5·18민주화운동의 도시인 광주와 전남, 전주를 포함한 전북은 전국 단위 선거에서 민주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2022년 치러진 20대 대선 당시 광주의 경우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는 84.8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는 12.72%에 그쳤다. 전남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86.10%였다. 전주를 비롯한 전북에서도 이재명 후보는 82.98%를 기록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호남 지역에서 이재명 후보가 압승을 거둘 것이란 점은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어느 정도의 득표율을 올리겠는가 하는 점이 관건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당내 대선 낙관론을 경계하면서 예상 득표율 언급에 금지령을 내렸다. 다만 당내에선 이재명 후보의 90% 이상 득표율을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헤럴드경제가 호남 제 1, 2의 도시인 광주와 전주에서 만난 유권자들의 민심은 12·3 비상계엄에 대한 호된 비판과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강한 책임론으로 향했다. 특히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 추진을 공약으로 내건 것에 대해 “그럴 자격이 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광주 충장로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계엄은 아주 큰 트라우마지. 저번에 계엄 내렸을 떄 ‘다 죽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진짜 들었다”며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랑 끊고 거리로 나와서 무릎 꿇어도 모자랄 판에 저러니깐 광주에서 1표라도 (국힘에) 갈까 싶긴 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문수는 일본에 비행기 태워서 보내라. 역사 인식이 그런 사람이 대통령 후보라니 웃긴 소리다”라며 “5·18 헌법 전문 수록에 진정성이나 있을까. 그렇게 관심 많았으면 선거 때 반짝하지 말고 진작에 왔어야지”라고 성토했다.
전남대에서 만난 20대 여성은 자신을 전남대 재학생으로 밝히면서 “김문수가 국민의힘의 최선이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유승민 등 인물이 많은데 왜 김문수가 됐을까”라며 “김문수는 역사 의식이 잘못돼서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해 적극적 호감을 드러내는 유권자들은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광주 충장로 인근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이재명 지지한다. 여기는 거의 다 이재명이다”라며 “직접적으로 그쪽(국민의힘)이랑 관계있는 사람들 아니고서는 (국힘) 찍는 사람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광주 전남대 인근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최근 중학교 동창 모임에서 보니깐 10명 중 9명이 이재명 지지자였다. 10% 정도만 입 꾹 다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주 전북대 인근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이재명이 일 잘하고, 정치인으로서 혁신적이다. 대장동도 결국엔 성공시킨 거 아니냐”며 “시장 시절에도 지역화폐 등 신선한 사업 많이하지 않았나. 이재명의 추진력을 높게 본다. 눈치보느라 이도저도 못하는거보단 낫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호남에서도 반(反)이재명 정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반감을 가지면서도 갈피를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특히 20대가 눈에 띄었다.
전주 전북대에서 만난 20대 여성은 “이재명은 논란이 너무 많아서 싫고, 김문수는 뭘 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이준석은 대통령 되고 싶은 건 알겠는데 비호감이 계속 커진다. 사람이 목적이나 목표가 강한 것은 느껴지지만 그럴수록 비호감이다”고 비판했다.
전남대에서 만난 20대 여성은 “이재명은 경제에 대한 지식이 아예 없는 거 같다. 그래서 일단 이재명은 안 뽑을 거다”라며 “호텔경제학을 계속 주장하는 걸 보면 경제도 모르고 고집도 너무 세다는 느낌을 받아서 비호감이 커진다”고 했다.
전반적인 호남의 정치색에 대한 반감을 밝히는 유권자도 있었다. 같은 장소에서 만난 다른 20대 여성은 “여기(호남)는 선거날 파란색 뽑고 왔다고 당당하게 말한다”며 “어릴 때부터 너무 그런 얘기를 듣다보니 점차 반감이 생겼다. 다만 이번엔 각 후보들에 대해 큰 호감을 못 느껴서 아직 못 정했다”고 말했다. 광주·전주=이영기·안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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