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진행된 '신명' 제작보고회
오컬트·정치 드라마 결합된 영화
"'신명' 완성도, 거대 자본 투입된 작품과 비슷"
주성환 안내상 김규리 명계남(왼쪽부터 차례로)이 '신명'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뉴스1
배우 주성환의 아들은 '신명' 대본을 읽고 아버지에게 "이거 하면 맞아 죽을 수 있어"라고 말했다. 명계남은 이 영화와 관련해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김규리 안내상의 힘이 더해진 '신명'은 관객들을 만날 준비에 한창이다.
29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신명'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김남균 감독, 정천수 프로듀서, 그리고 배우 김규리 안내상 주성환 명계남이 참석했다.
'신명'은 오컬트와 정치 드라마가 결합된 작품이다. 신비로운 힘을 이용해 권력을 쥐려는 한 여인 윤지희(김규리)와 숨겨진 거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저널리스트 정현수(안내상)의 치열한 싸움, 은밀한 음모, 그리고 주술과 정치의 결탁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김 감독은 '신명'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 오컬트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다. 굉장히 즐겁게 촬영했다"고 밝혔다. 정 프로듀서는 "총 제작 기간이 4개월 남짓이다. 영화가 기획되고 촬영한 게 24회차다. 말도 안 되는 일정 속에서 만들어졌다. 촬영이 되는 도중에 탄핵 정국이었다. '영화가 다 완성되는 게 맞아?'라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했다.
촉박한 스케줄 속, 촬영 진행과 관련해 어려움은 없었을까. 김 감독은 "처음에 (정해진 일정에 촬영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날들은 정해 놓은 스케줄을 오버했다. 믿었기 때문에 현실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정 프로듀서는 "거대 자본이 들어간 영화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자본이 투입된 작품만큼의 완성도를 자랑한다"고 밝혔다.
김규리 안내상 주성환 명계남(왼쪽부터 차례로)이 '신명'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뉴스1
배우들은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규리는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다"고 밝혔다. 또한 시나리오를 읽은 날 악몽을 꿨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꿈을 잘 꾸는 편이 아니다. 평온하게 잘 자는 편인데 내가 꿨던 악몽이 기괴했다. 묘하기도 했다. 꿈을 꾸다가 벌떡 일어났는데 내가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더라. 그때 '공포 이야기를 정말 좋아하는 내가, 두려워하지 않는 내가 이렇게까지 무서워한다면 관객분들이 재밌어 하시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다음 날 전화해서 '신명'을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안내상은 '신명'의 시나리오가 황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걸 찍을 수 있나' 했다. 그간 뉴스도 안 보고, 정치에 관심이 없는 채로 세상에 담을 쌓고 살았다. 있을 수도 없는 이야기가 시나리오에 있더라. 안 하려고 했는데 김규리가 윤지희를 한다고 했다. '왜 한다고 하지? 미친 건가?' 생각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세상에 담 쌓고 있었는데 세상이 어지러워졌다. 딸, 아들 또래들이 밖에 나가서 절규하는데 난 지켜만 보고 있더라. 말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을 몰랐다. '소리를 얹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주성환은 김석일 대통령 역을, 명계남은 정치적 음모의 설계자 김충석 역을 연기했다. 주성환은 "난 귀촌했다. 연락 왔을 때 한창 밭을 갈고 있었다. 귀촌한 곳에서 연극제를 하는데 대본을 쓰고 있었다. '신명' 시나리오를 읽는데 내가 쓰던 것과 맥이 같았다.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어떤 분들이 참여하는지 듣고 '이건 천명이다' 생각했다. 큰아들이 대본을 같이 읽으며 '이거 하면 맞아 죽을 수 있어' 했다. 하는 내내 쫄깃하긴 했다. 지금은 참여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명계남은 "난 누가 하자고 하면 시나리오를 안 보고 한다고 말한다. 계기는 없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의미 있는 작품에 함께하게 돼 신이 난다"고 덧붙였다.
정 프로듀서는 '신명'과 함께하는 이들을 위해 부적을 준비했다. 그는 "영화계에는 무서운 영화를 만들면 촬영 중에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 많다는 말이 있다. 부적들을 스태프, 배우들이 갖고 있곤 한다. 제가 그걸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마련해서 나눠드렸더니 잘 받으시더라"고 전했다. 김규리는 "현장에서 그런 걸 받은 건 처음이다"라며 웃었다.
김규리는 닭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는 "티저 예고편을 보시면 내가 탈을 벗지 않나. 그 장면의 스탠바이를 하고 있던 닭이 있었다. 닭을 촬영하려 들었는데 알을 낳았다. 나는 닭이 언제 알을 낳는지 잘 모른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그런 곳에 닭이 와서 불안했을 거다. 마지막 신이고 중요한 신이었는데 스태프들이 나를 진정시켜준다고 얘기해 주셨던 게 '닭이 알을 낳았어요'였다. 진짜 낳았더라. '좋은 일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다음 날이 크랭크업 날이었다. 안내상 배우가 차를 타고 움직이는 신이 많았다. 길에 차를 세워두고 차안에서 촬영하는 신이었다. 길가 뒤에 있던 쓰레기통에 행인이 담배를 끄고 버렸는데 공교롭게 불이 났다. 쓰레기통에서 불이 올라왔나 보다. 촬영하던 스태프들이 놀라서 소화기를 들고 가 불을 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정 프로듀서는 12·3 비상계엄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만화 같은 현실이 일어났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역사에 남겨야겠다는 사명이 생겼다"고 전했다. 안내상은 "어디까지 픽션이고 어디까지 논픽션일까"라며 "그런 부분을 생각하며 보면 재밌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명'은 오는 28일로 예정돼 있던 개봉일을 다음 달 2일로 변경한 바 있다. 제작사는 "더 많은 관객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배급 일정을 조율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6월 첫째 주, 대선일과 현충일 연휴가 맞물리는 시점에 맞춰 개봉을 결정하게 됐다"고 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 프로듀서는 "모 정당으로부터 압력이 있었다. 대책 회의를 많이 했다. 15세 관람가 확정이 됐는데 가족이 손을 잡고 와서 보는 작품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티저 예고편이 청불이 나와 후반 작업에 힘을 주자는 생각에 개봉 일자를 미루고자 했다.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이 있다. 그 교훈이 선거 이전에 많은 사람들에게 닿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어 다음 달 2일로 개봉을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명'은 다음 달 2일 개봉 예정이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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