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포섭 박차…'망언집'까지 발간
이재명 "'김문수 단일화'로 내란·부패·갈라치기 연합 확신"
23일 "내란 세력과 단일화" 발언 이후 공세 수위 ↑
'아들 논란' 확산 우려해 '성폭력' 댓글엔 "창작물" 물타기도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3차 대선 TV토론회에서 나온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성폭력성 발언을 계기로, 이른바 '내란 단일화' 프레임을 내세우며 전선을 넓히고 있다.
이준석 후보의 망언 사태를 직접 겨냥함은 물론, 국민의힘과의 연관성까지 부각해 '내란 세력'으로 묶음으로써 이준석 후보를 향했던 중도층 표심을 보다 적극적으로 포섭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이재명 후보는 29일 페이스북에 이준석 후보를 겨냥해 "결국 후보 포기, '김문수 단일화'로 내란·부패·갈라치기 연합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젊은 개혁을 주창하지만, 결국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하고 본성대로 내란 부패 세력에 투항할 것"이라는 논리다.
그는 "당권과 선거비용 대납이 조건일 것 같은데, 만약 사실이라면 그건 후보자 매수라는 중대 선거 범죄"라며 "양두구육 하려다가 또 토사구팽 당하실 수 있다"고도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이 제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단일화 조건 등을 언급하며 범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함은 물론, 과거 국민의힘 대표였지만 불미스럽게 탈당하게 된 사건을 소환하며 아픈 부분을 건드린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23일 봉하마을에서 "이준석 후보는 결국 내란 세력과 단일화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그런 예측이 되기도 한다"고 말한 뒤부터 이준석 후보와 김 후보의 단일화를 연일 거론해왔다. 지난 27일 이준석 후보가 3차 TV 토론회에서 이른바 '젓가락' 발언을 한 뒤로는 단일화 가능성을 더욱 노골적으로 언급하며 공격 수위를 올리는 모습이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도 "김문수-이준석 단일화가 곧 발표될 것"이라며 "코빼기도 안 보이던 한덕수 전 권한대행이 내란 수사 재개 이후 한 김문수 지지선언과 똑같은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성 신체에 대한 표현' 논란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와 같은 전략은 이준석 후보가 문제의 발언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를 하기보다는 정면돌파를 선언해 국민적인 반감을 사고 있는 상황을 이용하면서, 동시에 '이준석 투표 = 내란 세력 옹호'라는 프레임을 함께 씌워 중도표를 보다 적극적으로 끌어오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이준석 후보는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그동안 국민의힘의 단일화 요구를 계속해서 거론하며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한통속'이라는 프레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전날 늦은 밤 김문수 후보가 이준석 후보를 만나기 위해 국회로 찾아간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러한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가 됐다.
선대위 이수진 여성본부장은 이날 이준석 후보를 겨냥해 "국민들을 갈라쳐 서로에 대한 분노를 만들고, 이를 내란의 원동력으로 삼는 방식은 윤석열과 같다"며 "극우 유튜버에 빠진 윤석열과 특정 게시판에 빠진 이준석의 모습이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또한 12.3 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과 성폭력성 발언을 한 이준석 후보를 등치시키면서, 이준석 후보가 내란세력과 다를 바 없는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전략의 일환이다.
민주당은 여기에 더해 이준석 후보를 지지하는 중도층 표심을 흔들기 위해서 후보 개인과 문제의 성폭력성 발언 자체에 대한 공격에도 나서는 모양새다.
민주당 우상호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이준석 후보가 마지막에 자살골을 넣은 것이다. 이재명 후보를 궁지에 몰려다가 본인이 궁지에 몰린 그런 사안"이라며 "이번 선거에서뿐만 아니라 이 발언이 상당히 오랫동안 이준석 후보에게 꼬리표가 될 것 같다"고 짚었다.
김민석 최고위원도 "억지로 야합 명분을 만들려고 자살골 수준의 폭언 '똥볼'을 차고 자폭하는 정신세계가 딱 윤석열"이라며 "욕하면서 배웠나 보다"고 유사한 내용으로 비난에 나섰다.
선대위 신속대응단은 이준석 후보의 과거 문제성 발언을 담은 '이준석 망언집'까지 발간하며 "혐오와 편견의 늪에 뛰어든 퍼스트 펭귄"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해당 망언집에는 지난 2021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준석 후보가 부산에서 빨간 커플티를 입고 찍은 사진이 실렸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다만 민주당은 해당 사안이 지나치게 불거지는 것을 경계해 진화에도 나서고 있다. 이 일 자체가 이재명 후보의 아들에서부터 시작한 만큼, 필요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동반 타격을 입는 상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단 문제의 발단이 된, 이재명 후보 아들 동호씨의 원색적인 욕설 댓글에 대해서는 이른바 '물타기'로 대응하고 있다.
선대위 공명선거법률지원단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이재명 후보의 가족구성원이 지난 5월 27일 이준석 후보가 제3차 TV토론에서 직접 말한, 여성의 신체에 관한 그 혐오발언을 행하였다고 법조계 자료 및 언론보도를 통하여 확인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
선대위 조승래 공보단장도 전날 공개된 동호씨의 벌금 500만원 약식기소 공소장 내용을 언급하며 이준석 후보가 서로 관련 없는 내용을 짜깁기한 "창작물을 가지고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 것"이라며 방어했다.
하지만 동호씨가 부적절한 댓글을 달았다는 내용 자체가 공소장에 기재돼 있는 만큼, 민주당이 이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공소장에 적힌 성폭력성 댓글 내용이 '남성'을 지칭하고 있지만 이준석 후보는 '여성'을 언급했다는 식으로 문제를 삼았는데, 성별을 떠나 해당 내용의 수위 자체가 문제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해당 글의 작성자와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상세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조 공보단장은 "본인은 일관되게 부인해왔다"고 말했고, 공소장에 적시된 아이디 계정의 소유자가 이재명 후보 아들이냐는 질문에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만 답했다.
이재명 후보의 사과 여부에 대해서도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상황실과 여성본부는 사과에 대한 질문에 "공보실에서 대응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이재명 후보 본인 또한 관련 질문에 "엄중한 시기에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가의 운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선거가 되길 바란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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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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