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율 34.74%…역대 두 번째
호남 최고, TK·PK 저조 '서고동저' 추세 뚜렷
'탄핵·계엄' 정국 속 조기대선 영향도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30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누리센터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마감 시간을 앞두고 분주히 투표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사전투표율과 진보 진영 간의 유불리를 둘러싼 해석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대 대선에선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로 높았음에도 보수 진영이 승리하면서 흔들렸던 공식이 이번 선거에서 다시 유효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사전투표의 전국 평균 투표율이 34.74%로 집계됐다. 전체 유권자 4439만1871명 가운데 1542만3607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지난 대선(36.93%)보다 2.19%P 낮지만,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 이뤄진 사전투표임을 감안하면, 유권자들은 지난 대선 못지않은 열기를 보인 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광장에서 열린 서초구·강남구 유세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정치권에서는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진보에 유리하다'는 공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진보 정당이 유리하다는 해석은 사실상 하나의 공식처럼 여겨져 왔다. 실제로 역대 총선 중 최고 사전투표율(31.28%)을 기록한 22대 총선에선 진보 진영이 압승을 거뒀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170석을 차지했고,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까지 포함하면 190석에 육박했다.
다만, 지난 20대 대선에서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경신했음에도 보수 정당 후보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그 공식이 흔들렸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다시 이 공식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그로 인한 탄핵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라는 특수성이 크다. 본질적으로 '정권 심판'의 성격이 강하다는 의미다. 진보 텃밭인 호남 지역 유권자들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전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정권 심판 의지를 드러냈다. 그 결집력은 통계 수치로도 확인된다.
실제로 이번 사전투표율 집계 결과 '서고동저' 추세가 뚜렷했다. 투표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남(56.50%)이었다. 전북(53.01%)과 광주(52.12%)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경남(31.71%), 부산(30.37%), 경북(31.52%) 등 보수 강세 지역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특히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25.63%)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20%대를 기록하며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의 한 카페에서 단일화를 위한 2차 회동을 마친 뒤 이석하고 있다.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는 결국 무산됐다. /배정한 기자
이같은 결과가 보수 진영의 내부 분열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불발에 따른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회의감, 윤 전 대통령이 부당하게 탄핵당했다는 인식 등이 중첩되면서 일부 보수층이 투표 참여를 아예 포기하는 현상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투표장에 별로 안 가고 싶은 사람이 굉장히 많을 것"이라며 "'어차피 (선거에서) 질 것 같은데 그냥 산에나 가자' '마음 비우자'는 보수층 지지자들이 의외로 많다. 투표하지 않아도 대세에 아무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박 평론가는 "조기 대선에서 '정권 심판'이라는 프레임을 넘어설 만한 인물도 정책 아젠다도 없다"며 "(국민의힘이) 유일한 아젠다였던 후보 단일화까지 무산되면서 이번 대선은 보수 진영의 완전한 실패"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김 후보는 모두 이날 유세에서 사전투표를 독려했다.
이 후보는 강원 원주 유세에서 "1번 이재명에게 3표가 부족하다"며 "내 손에 나의 미래, 자녀 인생, 이 나라의 운명이 달렸다는 생각으로 투표를 포기하지 말고, 여러분 손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열어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 후보는 충북 제천 유세에서 "아직 안 찍은 분 있냐. 저는 찍고 왔다"며 "6월 3일에 일이 생겨 못 찍을 수 있다. 시간 날 때 찍어야 한다. 절대 기권하면 안 되는 거 아시겠냐"고 강조했다.
underwat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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