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포옛 전북 현대 감독(왼쪽)이 지난해 12월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도현 단장으로부터 유니폼을 선물받고 있다. photo 뉴시스
2025년 K1리그는 전북 현대 거스 포옛 감독의 축구로 뜨겁다. 전북 현대는 15경기를 치른 5월 27일 현재 승점 29점(8승5무2패)을 기록하며 팀 순위가 2위에 올라있다. 전북은 2월에 1승1무, 3월에 1승1무2패로 출발이 부진했으나 최근 4월 3승1무, 5월에 3승2무로 무패를 달리고 있다. 최근 리그 흐름을 보면 전북의 선두 도약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전북 부활의 중심에 거스 포옛 감독이 있다. 전북은 2000년대 K1리그의 지존이었다. '닥공축구'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연패를 차지한 것을 합쳐 통산 9차례나 우승한 대한민국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명문이다. 이 명문구단인 전북이 10승12무16패로 2024년 10위로 추락, 플레이오프를 통해 간신히 K1에 잔류했다. 이 과정에서 연속된 감독교체를 살피면 전북의 몰락을 확인할 수 있다. 9번의 우승을 차지한 전북이 마지막 우승이었던 2021년 이후 김상식, 김두현(대행), 딘페트레스쿠, 발레리우 보르데아누(대행), 박원재(대행), 김두현 감독을 거치는 우여곡절을 거쳤다.
이러한 상황은 2025시즌을 이끌 감독에 대한 관심을 폭발시켰고 후보자는 넘쳐났다. 특히 현 광주의 이정효 감독을 비롯, 인천의 윤정환 감독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구단은 거스 포옛 감독을 선택했다.
포옛 감독의 축구철학과 전북축구의 변화
거스 포옛 감독의 축구철학은 △점유율 중시 △후방 빌드업 △빠른 속공 △수비의 깊이와 밸런스를 강조한다. 거스 포옛은 4-3-3의 포메이션을 운용하며, 포백 수비라인의 수비 시스템으로 '존디펜스'를 사용하고 있다. 존디펜스는 대한민국 축구에서 좀처럼 쓰지 않는 수비 시스템이다. 어릴 적부터 축구를 배우는 선수들이 맨투맨 축구에 익숙해져 존디펜스를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수비 시스템을 거스 포옛은 전북에서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포옛의 존디펜스 성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전북이 쇠락한 이유 중 하나는 탄탄한 재정을 바탕으로 국내 최고의 선수를 끌어모으다 보니 개성이 강하고 자기 중심의 선수가 많다는 점이었다. 이로 인해 팀워크가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나이 많은 선수들이 주전이라 체력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포옛 감독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포백라인을 구축하고 라이트백에 김태환(35·통산 432경기), 센터백에 홍정호(35·통산 240경기), 김영빈(33·통산 324경기) 그리고 레프트백에 김태현(28·통산 180경기)을 주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노장들이 전북 추락의 최대 약점이라고 판단했던 국내 지도자와 달리 이들의 경험과 노련미를 극대화하기위해 지역 방어의 전술을 선택한 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이들이 맨투맨 수비 시 상대 공격수를 따라다니며 허비되는 체력의 소진을 막기 위해 지역 방어를 펼치는 동안, 포백 앞에 서는 3명의 미드필더는 20살의 강상윤, 29살의 박진섭, 28살의 김진규 등 젊은 선수들을 내세웠다. 3명의 미드필더 중 김진규는 통산 234경기를 소화했고, 박진섭은 228경기를 뛴 경험이 있다 보니 국내 프로구단들과 각급 대표팀에서 손사래쳤던 존디펜스를 절묘하게 구성하며 완벽한 수비벽을 구축하고 있다. 팀이 10경기 무패를 한 원동력이 바로 노련한 존디펜스의 위력이다.
포옛 본인은 공격수 출신
포옛은 우루과이 출생자로 프랑스리그에서 데뷔해 우루과이의 리버 플레이트, 스페인의 레알 사라고사, 프리미어 리그인 첼시 FC, 토트넘 홋스퍼 등 유럽 명문팀에서 뛴 뛰어난 선수였다.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였고 득점력이 뛰어난 공격 본능이 있던 선수였다. 포옛은 자신이 갖고 있는 공격 본능을 전진우와 송민규, 콤파뇨를 통해 전수하고 있다.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 즉 골이 축구의 생명임을 전진우에게 일깨워 주며 개인 득점 10골로 득점 랭킹 1위로 끌어올렸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 전진우와 왼쪽 날개 송민규, 최전방 195㎝ 장신의 이탈리아 공격수 출신의 콤파뇨, 그리고 교체 멤버로 가동하는 190㎝의 장신 브라질의 티아고 등의 공격 라인 구축은 상대 팀 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거스 포옛 감독은 현재 국내 K리그의감독 중 가장 뛰어난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난파선과 같던 전북을 빠른 시간 내에 수습하고 팀 선수의 약점을 극복하는 전략과 전술 개발에 대한 평가를 통해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은 거스 포옛이 오기 전 많은 감독과 대행 등을 기용하였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전북의 포옛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감독의 역할은 절대적이라 평가한다. 포옛의 능력 중 경기장에서 드러나는 요인 외에 기업의 인사, 조직 등을 대입해 볼 수 있는 코칭스태프 고용과 관련된 사례를 들 수 있다.
국내에서 전북의 감독 후임자로 거론되던 국내 감독들을 배제한 후 포옛 감독 선임과정에 적접 관여한 전북 이도현 단장의 증언은 매우 중요한 감독 선임 성공 사례로 판단된다. 전북 모비스 농구단의 통역으로 시작해 양궁협회 사무처장, 부총장 등의 경력이 있는 이 단장은 포옛 감독을 만나기 위해 직접 런던으로 날아갔다고 한다. 통상적 미팅 형식이 아니라 이 단장이 구단이 분석한 전북의 문제점을 먼저 포옛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인터뷰를 했는데 놀랍게도 포옛 감독은 이 단장에게 자신의 비전, 코칭 철학을 설명하고 코칭스태프 구성 권한 등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자신의 연봉(100만달러 추정)은 중요치 않다"고 하며 자신이 전북 감독을 희망하는 것을 '전북 프로젝트'라 표현했다고 한다. 포옛은 쇠락한 팀을 정상화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사를 분명히 표명하며 △자신이 호흡을 같이할 외국인 코치들의 희망 연봉 수준을 반영해달라 △국내 축구에 대한 정보와 선수들과의 문화적 갭을 메워줄 한국인 코치를 구단이 선임해달라 △전력분석관 역시 경쟁해야 할 11개 구단 정보에 밝은 국내 전문가를 구단이 추천해달라는 입장을 개진하며 준비된 감독임을 확인케 했다는 게 이 단장의 이야기였다.
감독 인사권자였던 이도현 단장이 포옛 감독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전북 현대 경기력의 문제점을 정확히 분석하기 위하여 2024년 시즌 전북의 전 경기 영상을 모두 시청하였던 점과 코칭스태프 조직에 대한 배려 등의 리더십을 가진 포옛을 보고 전북의 변혁과 혁신에 대한 확신을 갖고 선택한 것이었다.
거스 포옛 감독은 사실 전북팀 감독 취임 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물망에 올랐던 지도자 중 한 사람이었다. 대표팀 감독 선임 시 문제가 됐던 공정성, 투명성의 결여, 지도자의 능력에 대한 비판 등에 견주어 전북의 성공 사례는 축구 행정가, 구단 경영자들이 참조할 사항이라는 생각이다.
과거 한국에서 감독으로 활동했던 부천의 니폼니시, 바르셀로나 올림픽팀의 크라머 감독, 러시아 출신의 비쇼베츠 감독 등도 필자가 직접 만나 인터뷰 등을 통해 겪었던 바로는 지식과 정보, 축구에 대한 철학이 매우 뛰어난 지도자였다. 이 지도자들이 더 큰 족적을 남기지 못한 것은 암묵적 카르텔 때문이었다는 점 역시 일깨워 주고 싶다. 일본의 J리그팀에서 성공적으로 팀을 이끌다 유럽의 명문팀으로 자리를 옮기는 부러운 현상이 한국프로축구에서 이뤄지는 일을 꿈꾸어 본다. 그 시작점이 바로 거스 포옛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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