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준. 사진|고스트에이전시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2’ 결승 문턱에서 탈락했던 모델 최현준이 촬영 당시 비하인드를 밝혔다. 출연 배경부터 게임 속 선택, 방송 이후의 여론까지. 그는 카메라 밖에서 있었던 일을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최현준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출연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그는 다양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피의 게임3’도 제안이 왔고, 회사랑 이야기도 했어요. 근데 결국 마음이 가는 쪽으로 가야겠더라고요. 정종연 PD님 프로그램이라면 믿고 해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학창 시절에 스트레스받고 공부 힘들 때 틈틈이 보던 예능이었거든요. 그걸 만든 분과 함께하는 기회라니, 오히려 영광이었죠.”
입소 당시의 상황도 기억이 생생했다. 제작진은 참가자들의 첫 반응을 온전히 포착하기 위해 참가자 전원을 개별 차량으로 이동시켰고, 서로의 존재를 철저히 차단했다.
“한 명씩 들어가는 방식이라 누구랑 같이 나오는지도 몰랐고요. 그래서 처음 이세돌 형님을 봤을 때 정말 놀랐어요. 알파고를 이긴 사람이 캐리어 끌고 있는 걸 보니까 이상하게 친근했어요. 사람 냄새가 났다고 해야 할까요.”
첫 등장부터 최현준의 눈에 들어온 인물은 단연 이세돌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이세돌에게 묘한 끌림을 느꼈고, 게임이 진행될수록 그 감정은 존경과 애정으로 깊어졌다.
“형이 ‘98% 부족한 남자’라는 별명을 주셨어요. 똑 부러지고 이성적인데, 동시에 되게 순수하고 어딘가 한 조각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고요. 그 말이 너무 정감 있었어요. 그래서였는지 자꾸 먼저 연락하게 되더라고요. 나중에는 바둑 얘기도 하고, 영화 ‘승부’ 보고 형 생각나서 연락도 드리고요.”
최현준. 사진|고스트에이전시
게임 안에서는 계속해서 상황이 바뀌었다. 감옥동과 생활동 사이를 오가며 그는 종종 압박을 느꼈다. 그 심리적 위기의 정점을 찍은 순간은 단연 ‘우물 히든 스테이지’였다.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그는 “두려움이라는 단어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처음엔 10분이면 될 줄 알았어요. 기어가는데 끝이 없더라고요. 이상한 소리도 계속 들리고, 블록도 제대로 안 눌리고, 앞이 너무 깜깜하니까 방향 감각이 없어졌어요. 특히 중간에 물 떨어질 때는 사리분별이 안 될 정도였어요. 나중에 안내문 다시 보니까 ‘당신의 두려움을 테스트할 것’이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그걸 넘긴 게 가장 후회됐어요. 처음부터 메시지를 더 곱씹었어야 했죠. 그럼 더 빨리 문제를 해결했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프로그램 속 캐릭터를 따로 만들어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 계획된 이미지도, 의도된 행동도 없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제가 나왔을 뿐”이라는 말엔 후련함이 있었다.
“사실 처음엔 고민했어요. 캐릭터처럼 연기할까, 롤처럼 움직일까. 근데 이 프로그램은 그렇게 못하겠더라고요. 워낙 노출이 많고 감정이 진짜니까요. 그래서 그냥 평소 저랑 똑같은 모습으로 나왔어요.”
모델 일과 병행해온 수학 강의는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방송 활동에 대한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열어뒀다. 다만 여전히 자신이 말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 방송 제의도 좀 있었어요. 근데 말 잘해야 하잖아요. 저는 그런 게 좀 무서워요. 그래도 이번에 사람들이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도 좋다’고 해주셔서 그 말 덕분에 용기를 좀 얻었어요.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요. 그게 다음 단계 같아요.”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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