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2일부터 31일까지 22개 시군 돌며 69개 유세 일정 소화
유튜브 구독 3만명 늘어…지사·시장 출마 요청에 "긴장하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남 유세 도중 짜장면과 라면 등으로 점심을 먹으며 숫자 ‘1’을 표현하려 면발을 들어올리고 있다.(정청래 유튜브. 재배포 및 DB 금지)
(나주=뉴스1) 서충섭 기자 = "전남 나주혁신도시 호수공원입니다. 오늘은 웬만하면 사람 안 만나고 그냥 산책만 하다 가기로 하겠습니다."
제21대 대선을 닷새 앞둔 지난달 29일 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튜브 채널 '정청래 TV떴다'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더니 조용한 산책을 공언했다. 방금 전까지 인근 '탯자리 나주곰탕'에서 저녁 먹는 '먹방'을 라이브 방송했던 정 의원이었다.
그러나 다시 방송을 켠 정 의원이 '사람 안 만나겠다'고 공언한 지 5초도 되지 않아 행인에게 "안녕하세요, 정청래입니다"고 소리치자 이 영상을 찍던 보좌진도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정 의원을 만난 행인이 신기해하며 "전력거래소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자 정 의원은 "전기 한 됫박에 얼마씩 파느냐"고 농을 쳤고 행인과 보좌진 등의 웃음이 그대로 방송을 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월 29일 저녁 전남 나주 혁신도시 호수공원에서 모여든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정청래 페이스북. 재배포 및 DB 금지)
이를 지켜보던 다른 시민은 정 의원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고 셀카를 함께 찍으며 "법사위 잘 봤다" "어떻게 여기서 보냐"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정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다.
정 의원이 공원 내 헬스 기구를 이용하거나 시민들과 만나는 라이브 방송이 이어지자 이를 본 지지자 수십 명이 정 의원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이들 지지자는 "집에서 라이브 보고 나왔다" "집에 가려다 라이브 뜬 것 보고 왔다"며 정 의원을 붙잡고 함께 셀카를 찍거나 인사했다. 이 대문에 40분 넘는 라이브 방송을 하는 동안 정 의원은 고작 20m밖에 이동하지 못했다. 정 의원의 광주·전남 유세 기간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3만 명 늘었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인 나주 빛가람동은 지난 20대 대선 당시 투표율이 79.61%로 전남 평균 81.1%에 못 미쳤던 곳이다. 특히 당시엔 각지에서 모인 공기업 직원들이 거주하는 이곳의 국민의힘 지지세가 전남 지역 평균보다 큰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 17일 전남 담양 등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 선거운동원들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보고 다가와 함께 춤을 추거나 손을 맞잡고 포옹하고 있다.(유튜브 캡쳐. 재배포 및 DB 금지) 2025.5.31/뉴스1
처가가 전남 강진 작천면인 정 의원은 이번 21대 대선에서 '골목골목 선대위 광주전남위원장'을 맡았다. 광주·전남의 투표율 선전이 전체 투표율을 견인한다는 당의 판단에 따라 '기동타격대'로 투입된 것이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광주지역 투표율은 81.5%, 전남은 81.1%였고,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광주 84.82%, 전남 86.1%였다.
이런 가운데 정 의원은 지난달 12일부터 31일까지 광주·전남지역 22개 시군 모두를 돌며 69개 유세를 진행했다. 20일간 차량 이동 거리만 5764㎞로 하루 평균 288㎞를 이동했다. 그는 가는 곳마다 "이재명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죽을 고비를 4번 넘겼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측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는 지역민들이 정 의원에게 다가와 손을 잡고 함께 춤을 추며 손가락으로 '1'을 표현하는 등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지난달 29~30일 실시된 이번 대선 사전투표 결과. 전남의 투표율은 56.5%로 전국 광역지자체 중 1위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광주도 52.12%로 자체 기록을 경신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월 29일 전남 보성에서 뻘밭에서 꼬막을 잡고 있다.(정청래 페이스북. 재배포 및 DB 금지) 2025.5.31/뉴스1
정 의원은 최근 잠자거나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운영하며 선거 유세 장면을 무삭제로 내보내고 있다. 실시간 질문에도 보좌관과 함께 대답하고 있다. 낮엔 움직이고 밤엔 '쇼츠'를 많게는 하루 100개씩 직접 업로드하느라 잠을 3~4시간밖에 자지 못한다는 게 정 의원 측 설명이다. 그는 환갑도 지난달 16일 전남 나주 남평 숙소에서 보좌진과 조촐하게 맞았다.
또 지난달 30일엔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인 신안 하의도로 향하는 배 안에서도 라이브를 켰다. 이 자리에서 정 의원은 시청자들로부터 '전남지사 선거에 출마할 거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정 의원은 "전남지사는 나갈까 하는 생각이 한 번 들었다. 전남지사 나올 분들은 긴장하라"며 "도지사 나갈지도 모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광주시장 선거 출마 요청에도 "광주시장도 나갈까요"라고 호응했다.
정 의원은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장관직을 맡을 거냐'는 취지의 물음엔 "임명직은 나와 맞지 않고, 이 후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회의장도, 원내대표도 안 한다"며 "오직 선출직만 하겠다"고 답했다.
zorba8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