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철 감독, '스윙키즈' 이후 7년 만 복귀
"신구와 작업, 큰 영광… 스태프도 환호"

강형철 감독의 '하이파이브' 관련 인터뷰가 진행됐다. NEW 제공

강형철 감독이 '하이파이브'에 숨겨둔 비밀들을 밝혔다. 등장인물이 손바닥을 마주하는 장면은 '슬램덩크'를 오마주한 것이고, 배우 신구와 박진영이 작품에서 갖고 있던 능력은 무협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이재인이 연기한 캐릭터 완서의 이름은 유명 작가로부터 가져왔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는 강형철 감독의 영화 '하이파이브' 관련 인터뷰가 진행됐다. '하이파이브'는 장기이식으로 우연히 각기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이 그들의 능력을 탐하는 자들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 활극이다.

'하이파이브'에 대한 아이디어는 2014년 개봉한 '타짜-신의 손' 당시 처음 나왔다. 강 감독은 "제작실장이었다가 프로듀서가 된 친구가 있다. 초능력자로부터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캐릭터 설정을 할 때는 빠른 속도로 언덕을 뛰어가는 소녀의 모습을 떠올렸단다. "주인공인 연약한 소녀가 힘을 가진 설정이라면 독특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게 강 감독의 설명이다.

작품에는 인물들이 손바닥을 마주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강 감독은 어린 시절 '슬램덩크'를 재밌게 봤다고 설명하며 "존경의 의미를 담아 오마주했다. 만화적 설정을 가미한 부분을 가져다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이비 교주 영춘의 능력은 어딘가에서 본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강 감독은 "무협지에서 주로 악당에게 빨아들이는 능력이 있더라. 무협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름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다. 이재인은 심장을 이식받은 태권소녀 완서를 연기했는데, 강 감독은 "박완서 작가님 책을 즐겨봤다. 거기에서 차용했다"고 전했다.

강형철 감독이 '하이파이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NEW 제공

'하이파이브'는 신구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도 시선을 모은다. 강 감독은 "신구 선생님과의 작업이 정말 큰 영광이었다. 흔쾌히 허락해 주셨는데 저뿐만 아니라 스태프들도 환호했다"고 말했다. 박진영은 젊어진 영춘을 연기하며 2인 1역에 도전했는데, "신구 선생님께서 (같은 역할을 소화하는) 진영이를 위해 진영이의 대사도 읽어 주셨다"는 게 강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신구 선생님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도 있었다. 사석에서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명대사 같았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고, 선생님께서 계속 건강하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앞서 강 감독은 '써니'의 심은경, '과속스캔들'의 박보영 등 보석 같은 배우들을 발굴했다. '하이파이브'에는 대중이 낯설게 느낄 만한 얼굴로 이재인이 등장한다. 강 감독은 이재인을 시상식에서 처음 보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 반짝거리는 아이는 누구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SNS를 팔로우하고 지켜보게 됐다. 대본을 쓰고 '완서와 잘 어울린다. 같이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훌륭한 배우들도 많이 만났지만 이재인 배우가 완서와 제일 매치가 잘 됐다"고 이야기했다.

강 감독은 2018년 개봉한 영화 '스윙키즈' 후 7년 만에 돌아오게 됐다. 그는 "관객으로서 꾸준히 극장에 다닌다. 극장은 제게 제일 소중한 공간 중 하나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게 소중한 일이라는 걸 다시 진심으로 느끼고 있다. '(영화계의 위기 속에서) 극장이 없어질 수 있다'는 말을 많이 하시더라. 공포스러운 일이다. '하이파이브'가 마중물이 되어 많은 분들이 극장으로 오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혐오의 시대'라는 말이 사용될 정도로 사회에서 누군가를 혐오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는데, 강 감독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며 "'재밌는 영화 보고 다 함께 즐깁시다'라는 마음을 영화에 담았다"고 밝혔다. 그간 여러 장르의 작품을 선보여온 그는 "다양하고 재밌는 영화가 많은 비디오 가게 같은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해 앞으로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한편 '하이파이브'는 지난달 30일 개봉했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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