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관계, 수평적으로… 당 의견 존중"
"국민과 더 많이, 직접 소통하겠다"
정치 입문 결심한 '성남 주민교회' 방문
"소년공 꿈꾸고, 시민운동가 사회변화 일군 곳"
성남시민에 "'쓸 만하더라' 해 달라" 투표 호소
"절대 편 가르지 않겠다" 통합 메시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오후 경기 성남시 주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성남시의료원 앞에 대기하고 있던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21대 대선 공식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경제 정책과 인사, 당정관계 등 '대통령 당선 이후의 대한민국' 청사진을 그렸다. 당선 시 '1호 업무지시'로 경제 상황 점검을 꼽는 등 "민생 문제를 (먼저) 챙기겠다"고 언급했고, 30조 원 이상의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의지도 내비쳤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주변을 시계방향으로 돌며 마지막 총력전을 펼쳤다. 이 후보는 정치인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던 성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심’을 새겼고, ‘정치 1번지’ 서울 여의도에서 '마지막 유세'를 열 예정이다. 이날 하루에만 라디오와 유튜브 4개 채널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온라인에서도 마지막 지지층 결집에 힘을 쏟았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 성남 주민교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주목해야 할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민생"이라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경제상황점검을 가장 먼저 지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앞서 이 후보는 기자회견 등에서 “대통령이 지휘하는 비상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는 "개혁 과제는 산적해 있지만, 우선순위는 경제회복과 민생회복에 주력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구체적으로 이 후보는 당선 후 추경 편성을 시사했다. 이날 오후 광명시 철산로데오광장 유세에서 "(국민의힘이) 끝까지 반대하더니 갑자기 추경 30조 원을 하자고 공약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내일 선거가 끝나서 혹시 저희한테 기회를 주시면, 30조 원은 기본으로 하고 그 이상으로 추경을 신속하게 편성해 당장 말라 비틀어 죽는 골목 서민경제에 숨통이 트이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겨레TV 유튜브에 나와서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상법 개정안 시간표를 꺼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상법 개정은 한 달도 안 걸린다. 2~3주 안에 처리하고 거부권 행사 안 하면 된다"며 "쉽게 할 수 있는 조치 몇 가지만 해도 주식시장이 상당히 회복되고, 내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선 후 당정 관계와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밝혔다. 이 후보는 “인사든 정책이든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며 “당정관계도 수평적으로, 일상적으로 해 나가겠다. 당의 의견을 존중하고 가능하면 당의 자원을 최대한 국정에 함께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어떤 사람이 어떤 역할을 하게 할 것인가의 제1의 기준은 ‘국민에게 충직한가’이다”라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더 중점을 두겠다. ‘배제’ 기준은 적용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 후보는 "기자회견이나 간담회 등을 전부 생중계 하면 국민들이 직접 보기 때문에, 많이 할수록 좋다"며 "국민과 더 많이 직접 소통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도어스테핑'에 대해서는 "5,200만 명의 운명이 달린 중대한 국정에 대해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간담회를 하더라도 준비를 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며 신중론을 펼쳤다.
이날 이 대표는 '정치적 고향'인 성남을 찾아 유세했다. 행선지였던 성남 주민교회는 지난 2004년 시민운동을 하던 이 후보가 성남의료원 조례안 처리 무산 후 동료들과 함께 “우리가 성남시장 합시다. 우리가 병원 만듭시다”라고 말하며 결의를 다졌던 곳이다. 이 후보는 “제가 처음 정치를 결심할 때의 초심을 되새기고 제 진심을 진지하게 전달하고자 한다”며 “성남시민들에게 건강한 삶을 보장해주는 게 정치라고 생각했었고 그 마음을 한시도 잊은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성남을 ‘정치적 고향’으로 부각하는 데 힘썼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소년공 이재명이 고난도 겪었지만 꿈도 키워냈고, 시민운동가 이재명이 사회변화를 일궈낸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여기서 조금 잘 했다고, 온 동네 소문나서 제가 도지사 되고, 대통령 후보도 됐다. 큰 살림 맡기면 몇 십 배 더 잘 할건데, 그럴 기회를 누려보지 않겠느냐”며 “’내가 이재명 써 봤는데 쓸 만하더라’고 여기저기 후기 좀 많이 써 달라”고 말하며 투표 독려를 요청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일 경기 성남시 야탑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호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이 후보는 서울 강북에서 출발해 경기 하남과 성남, 광명을 거쳐 다시 서울 강서, 여의도에서 마무리를 짓는, 수도권 강행군을 펼쳤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 중 하루에 6번 유세를 진행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 후보는 마지막까지 통합 메시지를 던졌다. 이날 첫 유세 장소였던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절대로 국민 편가르지 않겠다”며 “반쪽 대통령이 아니라, 모두를 대표하고 하나로 어우러지게 하는 진짜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여러분께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파란색에 의지해 대통령 됐을지라도 빨간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배제하지 않겠다”며 “파란색이라고 해서 특별한 혜택을 드리지 않을 테니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란 종식’ 메시지를 놓지 않았다. 이 후보는 성남 유세에서 “내란행위의 책임을 묻는 게 이번 대선”이라며 “다시는 꿈도 꿀 수 없게 만드는 게 이번 대선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종적인 책임자 내란수괴 우두머리 윤석열 전 대통령은 왜 밖에 나와서 돌아다니면서 ‘김문수 찍어주면 내가 산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고 다니는 것이냐”며 “이거 용납할 수 있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곽주은 인턴 기자 jueun1229@sookmyung.ac.kr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