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심장’ 대구서 마지막 유세
거대 양당 압박 속 레이스 완주
“‘원칙 있는 패배’ 선택한 것”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2일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한국공학대학교에서 열린 ‘학식 먹자 이준석’ 행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해솔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선거 레이스를 완주했다. 상반된 ‘단일화 프레임’으로 압박 전술을 펼친 거대 양당의 견제 속에 완주 자체가 의미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두 자릿수 득표율을 달성할 수 있을지가 남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새 보수 시드머니, TK서 만들어 달라”
이 후보는 2일 오후 마지막 유세 현장으로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수성못을 찾아 “지금 아무리 국민의힘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이번에 힘을 모아 달라고 이야기하지만 잘 아시는 것처럼 그것은 변화를 거부하기 위한, 그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이야기일 뿐”이라며 “완전하게 새로운 보수를 위한 ‘시드 머니(종잣돈)’를 대구·경북에서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서울 여의도, 중구에서 마지막 유세를 진행한 것과 달리 ‘보수의 심장’이란 평가를 받는 대구에서 보수 지지층 표심에 호소한 것이다.
이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세력과는 결코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첫 대선 레이스를 완주했다. 그는 이날 오전 채널A ‘정치시그널’ 인터뷰에서도 오세훈 서울시장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를 언급하며 “국민의힘에서 개혁을 시도해 볼 수 있는 분들을 지지하셨던 분들이라면 이번에 이준석을 뽑아야 국민의힘 내에서도 변화의 경쟁이 싹틀 것”이라고 ‘보수 대안 주자’로서 역할을 강조했다.
거대 양당, 대선 전날까지 단일화 압박·견제
이 후보는 이번 대선 선거운동 기간 내내 김 후보와 ‘보수 단일화’ 문제를 놓고 거대 양당 양쪽으로부터 압박을 받아 왔다. 국민의힘은 ‘보수 분열’을 고리로 이 후보에게 단일화를 압박했고, 민주당은 ‘내란 단일화’ 프레임을 선제적으로 씌우며 견제했다.
국민의힘의 단일화 압박은 대선 전날까지도 계속됐다.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2일 페이스북에서 이 후보를 향해 “이제는 결단할 때”라며 “오늘 밤 이재명 범죄 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 김 후보에게 힘을 모아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만약 이재명 범죄 세력이 집권하게 된다면 그 정권은 후보님의 의원직을 박탈하려 들 것이고, 후보님의 발언을 인용했다는 이유로 기자들을 고발하며 언론을 옥죄려 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사전투표 전날인 지난달 28일 밤 김 후보가 이 후보를 만나기 위해 국회 의원회관을 찾았다가 돌아간 바 있다. 사전투표가 끝나고 난 뒤에도 김재원 대선 후보 비서실장이 ‘이 후보 측으로부터 회동 요청을 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 개혁신당과 진실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민주당에서는 ‘두 후보가 단일화할 가능성이 3일 새벽 5시50분까지도 있다’(김민석 상임선대위원장) 등 끝까지 보수 단일화를 견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두 자릿수 달성 촉각…“안 돼도 의미 있는 성과”
이 후보의 성과 지표로는 ‘득표율 10% 이상’과 ‘15% 이상’이 거론된다. 득표율 10% 이상의 경우 사용한 선거 비용 절반을 보전받을 수 있고, 15% 이상이면 전액을 보전받는다. 이 후보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 직전 실시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10~12%를 기록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이 같은 단일화 압력과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를 돌파하고 완주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MIN) 대표는 통화에서 “이 후보가 이런 와중에서 10%를 득표하면 정치적으로 엄청난 성공이고 보수를 재편할 수 있는 주도권을 쥐는 것이지만, 10%가 안 되고 7~8%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의미 있는 성과”라며 “거대 양당이 사표 심리로 표를 빨아들일 텐데 완주가 쉬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 후보가 만일 ‘단일화 트랙’에 들어갔으면 ‘원칙 없는 승리’를 하려다가 ‘원칙 없는 패배’를 당했을 것”이라며 “지금은 본인이 지는 것을 알더라도 자신의 노선을 굽히지 않고 ‘원칙 있는 패배’의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고, 김 후보가 적은 격차로 패배할 경우 보수 단일화가 무산돼 패배했다는 ‘이준석 책임론’이 지펴질 가능성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마지막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초래한 ‘젓가락 설화’의 꼬리표도 대선 이후 이 후보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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