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찾은 박근혜 "국민들 현명하게 투표"
청계천 걸은 이명박 "정직한 후보가 대통령"
보수층 집결 움직임…"선거에 도움될 것"
계엄 尹과는 단절…"가만히 있는게 도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원에 나선 박근혜 전 대통령 울산 남구 장생포 문화창고 앞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21대 대선을 하루 앞둔 국민의힘이 자당이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에게 서로 다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보수의 결집과 중도층의 확장을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겐 자제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겐 합일을 요청하면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일 부산 범어사와 울산 장생포 문화단지를 방문했다. 박 전 대통령이 대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공개 행보에 나선건 지난달 27일 박정희 전 대통령·육영수 여사 생가 방문과 같은 달 31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후 이번이 세 번째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사실상 김문수 후보에 대한 지지와 함께 전폭적인 지원을 부탁했다. 박 전 대통령은 울산 장생포 문화단지 방문 후 기자들을 만나 "(울산은) 우리나라 발전의 출발점이 된 곳이다. 이곳에 오면 아버지(故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각도 많이 난다"고 운을 뗐다.
이어 대선을 하루 앞둔 소감을 묻자 박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발전하려면 국민 여러분께서 현명하게 어떻게 해야 우리나라가 계속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현명하게 투표하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날 김문수 후보 지원에 나섰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낮 서울 청계광장을 찾아 자신의 대통령 시절 참모들과 함께 청계천 걷기 행사에 나서 "서민의 아픔을 아는 정직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며 "지금은 나라가 어려울 때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가 안정되고 나라 살림이 제대로 돼야 한다. 국민들이 투표에 많이 참여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가 어려워지면 소상공인이 제일 어려운데 소상공인들이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고 소상공인·중소기업·대기업에 각자 맞는 정책을 펴야 한다"며 "그런 것을 잘 살피고 살림을 정직하게 잘할 지도자가 나와서 우리 국민들이 단합해서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재차 김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당 안팎에선 보수 진영 두 전직 대통령의 행보가 대선 본투표를 하루 앞두고 막판 보수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당내에선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고, 투표율을 제고하는 효과까지 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이날 BBS라디오에 출연해 "서문시장에 가셨을 때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 가셨을 때 인산인해를 이룬 국민들이 박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 겪었던 일을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 행보는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환영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분명히 김 후보가 돼야 우리나라가 계속 발전할 수 있다, 산업화와 근대화를 민주당이 집권하면 무너뜨릴 수 있다, 부정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나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계속 발전해야 하고, 이재명 후보나 민주당은 우리의 근대화나 산업화를 부정하는 세력들이기 때문에 결코 맡겨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국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수 국민의힘 선대위 청렴사회본부장(인천 서갑 당협위원장)도 이날 YTN라디오에 나와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공개활동과 같은) 이런 부분은 분명히 힘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며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모두 나름의 공과가 있고 보수층 중에 확실한 지지자들을 갖고 있어 그런 측면에서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해석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4차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반면 대선 기간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다큐멘터리를 관람하고, 극단 인사로 꼽히는 전광훈 목사에게 김 후보 지지 메시지를 대독하게 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개입 움직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감지되고 있다.
주 부의장은 같은 방송에서 "윤 전 대통령은 아직도 자기를 지지하는 국민이 많은 줄로 아는데 가만히 있는 게 도움 되는 것"이라며 "자꾸 선거에서 우리 후보를 도우려는 모양새가 우리 당이 계엄과 단절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서 결코 도움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본부장 역시 같은 방송에서 "민주당 쪽에서 너무 좋아할 윤 전 대통령과 황교안(전 대표), 구주와(자유통일당) 후보 이런 분들이 너무 우리 당과의 연관성을 드러내는 것은 정말 도움이 안 된다"며 "남은 기간이라도 자제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싶다"고 토로했다.
윤 전 대통령과 단절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그동안 당내에서 수차례 분출된 바 있다. 최근에도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의 당론은 당헌당규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해야 하며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결 등 국가 사법부의 결정은 당론을 결정하는 불가역적인 판단 근거"라며 "지난해 당이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채택했던 것은 무효화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 당의 정체성은 불법계엄 옹호가 아니라 불법계엄 저지"라며 "국민의힘은 불법계엄을 막은 당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도 전직 대통령들이 서로 다른 역할을 통해 보수 결집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보수의 정통성 그러니까 상징성을 갖고 있는 분이다. 최근 김 후보가 계속 박정희 전 대통령 이야기를 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보면 된다"며 "윤 전 대통령은 다른 얘기가 있을 수 있겠지만 분명하게도 이번 대선의 단초를 제공했다. 지금은 멀어져 있는게 중도층을 끄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윤 전 대통령은 보수의 상징이 아니라, 오히려 보수의 적통을 감옥에 보낸 인물"이라며 "보수를 말하면서 동시에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려 한다면 그 논리적 모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대선은 중도층의 선택을 받아야 승리할 수 있는 선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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