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고래와 사람 간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동물과 대화하는 날이 조만간 올 수 있을까.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동물 말을 번역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제레미 콜러 재단은 동물의 말을 해독할 수 있는 연구자에게 1000만 달러(약 137억8000만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동물 말을 해독하는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누적된 동물 발성 녹음 데이터들을 AI가 학습하고 분석하면 발성 뒤 숨겨진 뜻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동물 말 해독 프로젝트 대부분은 고래류에 초점을 맞췄다. 고래는 사람처럼 발성 모방을 통해 학습하고 복잡한 소리 배열로 의사소통하기 때문에 다양한 의미 단위와 문법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국제 프로젝트 세티(CETI)는 AI를 사용해 향유고래의 ‘코다(coda)’를 연구하고 있다. 코다는 고래가 딸깍(클릭)거리는 음을 주고받으며 하는 의사소통을 의미한다. 세티 연구팀은 빠르면 2026년 고래의 말을 해독할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40년간 쌓인 돌고래 음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돌고래의 언어를 번역하는 AI 프로그램 ‘돌핀젬마’를 지난달 출시했다. 어미 돌고래가 새끼를 부를 때 내는 휘파람, 먹이 탐색 시 내는 딸깍 소리 등의 음향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를 도출하는 프로그램이다.
전문가들은 동물의 음성을 연구하되 사람이 만드는 인공적인 소리로 동물의 음향 생태계를 망가뜨리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해운과 광업으로 1960년대 이후 바닷속 소음은 10년 단위로 약 3dB(데시벨)씩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혹등고래는 희토류를 채굴하기 위한 시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동일한 저주파에서 소통한다. 인간에게 필요한 광물을 채굴할 때 발생하는 소음이 고래 소리를 상쇄시켜 고래 간 소통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혹등고래는 시끄러운 바다 환경에서 조용해지는 경향을 보이며 상업용 선박에서 1.2km 떨어진 곳에서도 소리 내기를 중단하는 모습 등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동물은 목소리뿐 아니라 시각적, 화학적, 열적, 기계적 신호를 통해 소통하며 인간과 다른 인식 세계에 살고 있다는 점에서 동물의 음성을 분석하는 것만으로 동물과 대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학자들도 있다.
독일 생태학자인 야콥 폰 윅스퀼은 동물의 언어를 번역하려면 동물의 ‘움벨트’ 세계로 진입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움벨트는 각 동물종이 느끼는 감각 세계를 의미한다. 벌은 춤을 통해 소통하고 개는 냄새를 통해 사물을 인지하는 등 각자의 고유한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다른 동물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리를 해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다른 동물종과의 소통은 외계 생명체와의 소통을 시도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라고 보는 연구자들도 있다. 외계 생명체를 찾는 프로젝트 세티(SETI) 연구자들은 고래와 대화하는 법을 찾는 것이 외계 생명체와 대화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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