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
‘깜깜이 기간’ 직전 앞선 후보가 승리하는 공식 또다시 입증
인물·구도·바람을 넘어…‘윤 탄핵심판 정국’이 판세 좌우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기간’에도 막판 이변은 없었다. 본투표 직전 불거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아들 논란’과 ‘짐 로저스 지지 공방’ 등 정치적 이슈가 있었지만,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대세론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직전 앞선 후보가 승리한다는 대선 공식은 이번에도 유효했다. 특히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정국 속에서 치러진 만큼, 애초에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이기기엔 어려운 선거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찬대, 윤여준 더불어민주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 및 의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개표상황실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방송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에 환호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날 방송3사(KBS·MBC·SBS) 출구 조사 결과, 이 후보는 51.7%의 득표율로 39.3%를 얻은 김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탓에 막판 흐름을 가늠하기는 어려웠지만, 직전까지 이어진 추세가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초반 개표 흐름도 이 후보에게 유리하게 전개됐다. 이날 오후 10시 45분 기준, 개표율이 19.93%인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는 47.6%를 얻으며 44.21%를 받은 김 후보를 3.39%포인트 이상 앞섰다.
이번 출구조사는 ‘깜깜이 기간’ 이전 선두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공식이 또 한 번 맞아떨어졌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한국갤럽의 역대 대선 여론 조사 추이를 보면, 투표일을 열흘가량 앞둔 시점에서 1위를 기록한 후보가 모두 최종 승리를 거머쥐었다. 김영삼(14대), 김대중(15대), 노무현(16대), 박근혜(18대) 후보 모두 당시 여론조사에서 근소하게나마 앞서며 당선됐다. 직전 대선 역시 투표 일주일 전 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후보가 39%, 이재명 후보는 38%로 박빙이었으며, 결국 윤 후보가 승리했다.
이번 대선 역시 여론조사 흐름이 실제 결과와 일치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인 지난달 20~22일 진행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의 지지율은 45%, 김 후보는 36%였다.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3.1% 포인트로, 응답률은 17.8%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하면 된다.
리얼미터의 조사도 흐름은 동일했다. 지난달 26~27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49.2%, 김 후보는 36.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조사는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 응답률은 10.1%였다.
이 후보에 대한 각종 정치적 공세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 결과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정국이라는 구도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선거는 후보 개인의 인물, 정치구도, 시대적 바람에 따라 결과가 갈리지만, 이번엔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탄핵 정국이 유권자의 표심을 좌우한 것이다.
2017년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 속에서 치러졌던 선거와 유사한 양상이다. 당시에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소속 후보인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21.67%의 득표율로, 41.23%를 기록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큰 격차로 패배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선거 막판 양측의 공방이 있었지만, 이재명 후보에 대한 대세론을 뒤흔들기엔 역부족이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정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에 표를 주기엔 심리적 저항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