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대선의 벽은 높았다. TV토론에 나선 4명의 후보 가운데 4위에 그쳤다. 하지만 득표율만으로는 권 후보의 완주를 폄하할 수는 없다. 잊혔던 '진보 정치'의 정신을 다시금 일깨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 후보는 3일 KBS·MBC·SBS 방송 3사와 한국방송협회로 꾸려진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의 21대 대선 출구조사 결과 1.3%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민주노동당 전신인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2.14%를 득표한 것과 비교하면 약 1%포인트 낮다.
하지만 득표율 이상의 성과를 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권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거리의 변호사'라는 별명답게 진보 정치 희망의 씨앗을 심는 데 주력했다. '내란 종식'에 동조하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의제를 띄웠다. 중대재해처벌법 옹호와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제 반대 등으로 노동권 보호를 부각했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하며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주장했고, 차별금지법 제정과 이주민 인권 같은 소수자 문제도 내세웠다. 경제 부문에서는 불평등 타파를 위한 증세도 강조했다.
권 후보는 "저를 향한 표는 사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의 전신인 정의당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3% 이상 득표했기 때문에 TV토론에도 나올 수 있었던 만큼 권 후보를 찍는 건 약자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란 취지다.
유권자들도 권 후보에게 응원을 보내줬다. 특히 권 후보가 TV토론에서 다른 후보에 전혀 밀리지 않고 진보 의제를 제시해나간데 대한 호응이 컸다. 첫 토론 이후에 젊은 유권자를 중심으로 후원금도 폭증했다. 권 후보도 이날 서울 구로구에 있는 민주노동당 당사에서 출구조사가 결과가 나오자 미소를 띠며 박수를 쳤다.
권 후보는 출구조사 결과 발표 이후 "다시 시작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권 후보는 "지지율 1% 남짓 나오는 후보가 아니고선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었던 그 배제되고 밀려난 아픈 마음들의 의미를 잘 헤아리겠다"며 "진보정치가 해야 할 일, 진보정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시민 여러분께 분명하게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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