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벌어진 한국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확실하다고 보도한 영국 더타임스 기사 /웹페이지 캡처
21대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지자, 유럽 주요 언론들도 일제히 관련 소식을 다뤘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각국 언론은 이 후보의 당선 배경과 함께, 그가 직면한 국내외 과제를 집중 조명했다.
영국 BBC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대선 개표 진행 상황을 실시간 중계했다. 이 매체는 별도 분석 기사에서는 “한국은 계엄 사태 이후 혼돈의 6개월을 거쳐 대선을 치렀다”면서 “차기 대통령에게는 국민 통합과 민주주의 회복이 최우선 과제”라고 전했다.
BBC는 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도 주요 현안”이라며 “한국은 미국의 고율 관세로 타격을 입었고, 관세 협상 타결과 동시에 안보 보장이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수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음에도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 미군을 감축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 후보의 승리를 “예상보다 큰 차이의 승리”라며 “경제 개혁과 대북 관여 정책을 추진할 강력한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그러나 “이 후보는 동시에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그의 당선이 한국 사회의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 후보가 지난해 유세 중 흉기에 찔린 사건,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분신 시도 등을 언급하며 한국 정치의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또 이 후보의 개인적 배경에도 주목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공장 노동자로 일했고, 이후 독학으로 변호사가 되어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그의 이력은 ‘실용주의’와 ‘생활 밀착형 정책’을 강조하는 그의 정치 철학의 기반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배경이 일부 엘리트층에게는 ‘계급 투쟁’으로 비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사태로 촉발된 대중의 ‘분노의 물결’을 타고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이번 대선을 일부 유권자들은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 후보의 임기 초반부터 윤 전 대통령이 남긴 정치적 분열이 계속 따라다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경제 둔화와 트럼프발 무역전쟁, 북한의 핵 위협 등 복합적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너 차이퉁(FAZ)은 인터넷판 기사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저출산·소득 불평등·높은 생계비 등의 구조적 문제 역시 여전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가 이러한 고질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차기 대통령이 직면한 외교적 도전 과제를 부각했다. 르피가로는 “예측 불허인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한편, 동맹국인 미국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복합적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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