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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울려라 함성, 들어라 승리의 메아리' 피날레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5.6.2/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끝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넘어서지 못했다. 일찌감치 '1강 체제'를 굳힌 이 후보를 상대로 막판 추격에 나서는 듯했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따라잡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의 결과로 치러진 대선인 만큼 구도상 애초부터 어려운 싸움이었다. 여기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반탄(탄핵 반대)파'인 김 후보를 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하는 등 대선 과정에서 연거푸 승리와 멀어지는 선택을 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실시된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김 후보는 이 후보를 상대로 12.4%포인트(p)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공표기간 막바지 두 후보간 격차가 한 자릿수로 좁혀졌다는 결과도 일부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이 후보 대세론이 꺾이지 않은 셈이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과 국회 도서관에 각각 마련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양당 선거대책위원장 등 당직자들이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2025.6.3/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이재명 기자
특히 이번 대선 사전투표율이 지난 대선보다 낮은 반면 본투표율이 크게 오르며 일각에선 보수가 결집해 판세를 뒤집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으나 이 또한 예상을 빗나갔다. 막판 부각된 이 후보의 가족 리스크나 진보진영 스피커인 유시민 작가의 설화도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출구조사 결과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계엄에 대해 분노했는지를 보여준다. 투표율도 높은데 이 정도로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분노 투표'였다는 증거"라며 "결국 국민의힘은 국민들의 분노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대선 경선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선 초반 한 전 총리 대망론이 퍼지면서 후보 간 경쟁력 우위를 가리기보다 단일화에 적합한 후보를 뽑는 과정으로 변질됐단 점에서다.
김 후보는 탄핵 반대파로 극우 이미지가 강하단 약점에도 불구하고 '김덕수(김문수+한덕수)' 마케팅을 벌이며 단일화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한 끝에 당의 대선 후보로 당선됐다. 그러나 이후 약속과 달리 당무우선권을 무기로 한 전 총리와 단일화 협상을 지연시켰고, 국민의힘 지도부가 개입한 '후보 교체' 논란 끝에 자리를 지켰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강변서재에서 '후보 단일화' 회동을 하고 있다.(공동취재) 2025.5.8/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내부에 큰 상처가 남았고, 경선에 참여했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한동훈 전 대표 등의 선거대책위원회 합류가 불발되는 등 원팀 구성마저 무산됐다. 당초 구상했던 '반이재명 빅텐트'는 물론 보수 통합마저 실패한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후보 선출 과정에서 한덕수를 추대하려는 기획이 국민의힘 경선을 왜곡시켰다"며 "그게 없었다면 오세훈 등 더 경쟁력이 있고 탄핵에서 자유로운 대선 후보를 선출했을 가능성이 있고, 그렇다면 이후 이준석과의 단일화에도 전향적인 움직임이 있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김 후보로 확정된 후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이 빠르게 이뤄졌어야 했는데, 윤 전 대통령과 김 후보가 서로 공을 떠넘기며 일주일을 낭비했다. 김 후보가 "대통령의 탈당 여부는 대통령님의 판단에 맡긴다"는 애매한 입장을 이어가면서다. 윤 전 대통령의 강성지지층을 의식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밤 인천 계양구 자택을 나서며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2025.06.04. /사진=뉴시스 /사진=전진환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를 뒤늦게 하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것에 대해 끝내 사과하지 않는 등 애매한 입장을 유지한 것도 패인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결국 계엄에 대한 반성 없는 태도가 문제였다"며 "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석열계의 주도권이 그대로 유지됐고 윤 전 대통령과 별 차이가 없는 극우 성향의 인물을 후보로 내놓고 선거를 이기려고 했던 게 이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엄 소장은 "결국 이번 선거는 '내란 심판' 대 '이재명 견제론'의 대결로, 국민의힘이 이기려면 내란 심판 프레임을 완화할 방안을 찾았어야 한다"며 "눈에 보이는 뻔한 대책이 많았는데도 윤 전 대통령을 계속 안고 가면서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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