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정치인 평가에 신중해야" 비관론도
이재명 대통령 취임선서식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박수를 받고 있다. 2025.6.4 [국회사진기자단] photo@yna.co.kr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 매체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외교 노선에 주목하며 전 정부에서 악화한 한·러 관계 개선을 전망하는 한국 내 전문가 의견을 실었다.
러시아 매체 렌타는 4일(현지시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를 인용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선 승리로 한·러 관계가 확실히 개선될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러시아와 특히 중국과 다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한·러 관계는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개시하고 그에 따른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한국이 동참하면서 급격히 악화했다. 이날 취임한 이 대통령은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통해 글로벌 경제·안보환경 대전환의 위기를 국익 극대화의 기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란코프 교수는 관계가 어느 정도 개선될지는 아직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한미 동맹은 대체 불가능한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정부가 압력을 가하면 한국은 새로운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인 입장에서 러시아는 '상위 리그'에 속하지만 그 안에서는 하위권인 나라"라며 "미국이 제재를 요구하면 이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을 인용,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접근이 전 정부 노선과 크게 다를 것"이라며 "대러시아 관계 회복을 위한 조치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박 소장은 이 대통령이 러시아 북극 항로에 관심을 보여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올가을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할 경우 한·러 관계 개선이 논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대러시아 제재 해제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과정과 미국·러시아 관계 흐름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스 통신은 이 대통령이 첫 안보실장으로 주러시아 대사(2011∼2015년)를 역임한 러시아통 위성락 의원을 발탁했다고 보도하면서 위 실장이 과거 자사 인터뷰에서 "대러시아 제재 해제는 우크라이나 협상 진전에 달렸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또 이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는 대러시아 제재 문제를 한·러 양자 관계 문제가 아닌 국제적 제재 체제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발언했었다고 소개했다.
반면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중국·현대아시아연구소의 한국학자 콘스탄틴 아스몰로프 선임연구원은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 칼럼에서 이 대통령이 한·러관계 개선을 시사했음에도 그를 친러시아 정치인으로 판단하기에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통령 정부가 남북대화를 시작하려면 미국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한·러 관계를 이를 위한 교환 카드로 희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민주당이 남북 대화 진전을 요구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현재 북한은 한국과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의 대북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도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분쟁 문제에서는 한국의 진보언론들도 보수언론 못지않게 러시아를 비판했다면서 이 대통령의 집권에 대해 '신중한 낙관론'보다는 '신중한 비관론'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bbie@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