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국내 상장주식 거래 추이/그래픽=김지영
외국인 투자자가 이달 들어 4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자본시장 대표 공약인 상법개정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정책 기대감이 외국인 수급을 움직였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9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43.72포인트(1.55%) 오른 2855.77에 장을 마쳤다. 신정부 출범 첫날인 지난 4일 2.66% 급등하며 2770선을 넘었고, 5일에는 1.49% 상승한 2812.05로 2800선을 돌파했다.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연중 최고치를 새로 썼다.
상승세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외국인 투자자 수급이 꼽힌다.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지난해 8월 이후 줄곧 순매도세(매수보다 매도가 많은 것)를 나타내다 지난달 순매수로 전환했다. 이달에도 4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서는 등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지난 2일 2367억원 △4일 1조1995억원 △5일 1조196억원 △9일(오후 3시30분 잠정치) 1조1037억원이다. 신정부 출범 이후인 4일 이후 하루에 1조원 넘는 순매수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상법개정 등 주식시장 부양 정책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움직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KB증권 리서치본부는 이날 발간한 리포트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상법 개정안 법제화가 이뤄진다면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와 집중투표제 도입 등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기대된다"며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멀티플(수익성 대비 기업가치)은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 리서치본부가 최근 1개월간 미국·영국·홍콩·싱가포르 현지 투자자 미팅을 통해 상법개정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다. 이어 "신정부의 상법개정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의 구조적 변화와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상법개정안은 한국증시가 재평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상법개정안·자사수 의무소각 등)에 대한 기대감이 허니문 랠리의 주역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이번 정책이 한국 증시를 만년 저평가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실질적인 촉매가 된다면 본격적인 리레이팅(재평가)과 지수 레벨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태현 DB증권 연구원은 "상법개정안은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재평가의 핵심 요인이라기보다 트리거(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고 특히 MSCI(모간스탠리인터내셔널) 선진국지수 편입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실제 기업 밸류에이션 변화는 수익성 개선과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여부에 달렸다"며 "이런 변화가 단독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보다는 수익성과의 연계 등을 확인한 후 단계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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