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처스2' 김승훈 CP, 윤혜지 PD. 채널A 제공.
스타 강사 조정식을 둘러싼 논란에 직격탄을 맞은 채널A '티처스2' 제작진이 “피하지 않고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2'(이하 '티처스2')는 성적이 고민인 학생과 가족에게 최고의 강사들이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도전 학생들이 성적을 올리는 과정에서 인생의 목표를 새롭게 세울 수 있도록 돕고, 가족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학부모 시청자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2023년과 지난해에 시즌1을 방송한 데 이어 지난 5월 시즌2를 선보이게 됐다. 시즌1의 정승제(수학), 조정식(영어) 강사에 더해 윤혜정(국어) 강사를 새롭게 초빙하면서 과목도 더욱 늘렸다. 그렇게 방송가의 입지를 한창 다지던 중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조정식이 현직 교사와 문제 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후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 '티처스2' 제작진은 13일 서울 마포구 DDMC에서 진행하기로 한 라운드 인터뷰에서 강사 출연자들의 참석을 전날 밤 급하게 취소했다. 대신, 김승훈 CP와 윤혜지 PD가 전면에 나서 이들의 빈자리를 채웠다. 인터뷰 일정을 미루는 등 다른 방법을 선택하지 않고 위기를 '정면돌파'하기로 결정한 셈이다.
채널A '금쪽 같은 내 새끼'와 '금쪽상담소' 등을 만든 김승훈 CP는 “프로그램 설명을 위해 계획된 자리가 출연자 개인의 소명 기회로 변질될 우려가 있어 인터뷰 참석을 뒤늦게 참석자를 변경한 점 양해해달라”면서 “그동안 비연예인 출연자들이 핵심인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나름의 노하우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그 소신에 맞게 잘 대처해 나갈 테니 믿고 기다려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채널A '티처스2' 포스터. 채널A 제공.
-향후 방송은 어떻게 되는 건가. 조정식 강사 분량 편집 등을 고려 중인가.
김승훈 CP(이하 김) “프로그램 특성상 성적 향상 기간이 필요해서 사전 녹화가 됐다. 녹화가 거의 다 된 상황이다. 법원의 결과가 확정되지 않고, 사건이 수사 중이어서 면밀히 살펴보면서 대응 어떻게 할지 살펴보고 있다. 그렇다고 '결과가 안 나왔으니 계속 방송하겠다'는 입장이 아니다. 신중하게 체크 하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조심스러운 것은 조정식 강사가 혼자 촬영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선생님들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안으로 고민하고 있다. 제작진도 책임감을 느끼고 여러 상황을 참고하고 있다.”
-조정식 강사도 지금의 분위기를 알고 있나.
김 “이번 일정의 주체는 제작진이고, 선생님들의 참여 여부를 심도 깊게 고민하다 뒤늦게 결정해 선생님들께 (불참을)통보했다. 조정식 선생님도 해당 일정을 공유 받았고, 이에 동의했다. 지금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고, 프로그램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고 계신다. 그럼에도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한 해명의 자리로 비춰져선 안 된다는 제작진 판단에서 참석자 변경을 선택했다
-조정식 강사가 사건에 연루된 것을 언제 알게 됐나.
김 “올해 초 사전 제작으로 녹화를 하던 중에 100여 명이 관련된 대규모 수사에 본인이 참고인으로 포함됐다고 말했다. 조 선생님 또한 자신이 강사이고, 이 프로그램의 소재와 깊게 연관돼 있다는 점 때문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저 또한 '금쪽' 시리즈 등 비연예인 출연자들이 핵심인 프로그램을 만들며 제작진의 마음가짐과 태도 등에 대한 노하우를 나름 가지고 있다. 소신 있게 잘 헤쳐 나가려고 생각하고 있다. 절대 이 과정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넘기거나 '끝까지 방송 해보겠다'는 식의 말은 전혀 아니다. 여론을 지켜보면서 어떻게 대처해서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시즌2에 대한 이야기를 더 나눠보자. '티처스'가 학부모 시청자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덕분에 시즌2를 이어오게 됐다. 그 원동력과 시즌2의 특징은 무엇인가.
윤혜지 PD(이하 '윤') “학부모 시청자들이 특히 좋아해줬다. 방송을 보고 자신의 자녀들을 시뮬레이션 하는 경우가 많다. 저 '도전 학생'이 내 아이와 가장 비슷한 경우라는 식으로 적용할 만한 사례를 찾는 분위기다. 그 과정에서 진정성도 한몫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시즌2의 차별화 지점은 '국영수' 완전체 선생님의 등장이었다. 국어 과목 선생님을 꼭 모시고 싶었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국어가 '핫이슈'다. 문해력 문제도 있고, 단기간 노력만으로 성적이 오르기 힘든 과목이어서 입시 행방을 가르는 큰 기준이라 꼽힐 만큼 중요해졌다. 그런 점에서 국어 과목을 꼭 늘리고 싶었고, 윤혜정 선생님을 삼고초려해서 모셨다. 공부하기가 쉬운 듯 하면서 녹록치 않은 과목이 국어다. 그런 국어의 기틀을 최초로 잡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업계에서 입지가 단단한 분이다. 윤혜정 선생님도 즐겁게 촬영 중이다.”
'티처스2' 김승훈 CP. 채널A 제공.
김 “시즌2 시청률도 만족스럽게 나오고 있는데, '반수생' 등 다양한 케이스를 다룬 점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최근 고1 대상으로 입시 제도가 '5등급제'로 바뀐 변화도 발 빠르게 다뤘다. 공교육과 사교육이 잘 어우러지는 방법, 공교육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지 등도 핵심 메시지로 다루고 있다. 학원도 안 갔는데 EBS로만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한 7남매 이야기도 나온다. 요즘은 성적표 보는 법도 어려운데 아이 뿐만 아니라 부모의 역할도 전하면서 부모-자식 간의 관계 개선도 이뤄 나가고 있다.”
-촬영하며 가장 뿌듯한 순간이 언제인가.
윤 “성적도 성적이지만, 10대 학생들에게 지금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지 않나. 작은 성취를 맛보고 인생이 바뀌는 친구들을 여럿 봤다. 지난 시즌에 프로바둑기사를 꿈꾸다 좌절된 후 자퇴하고, 고등학교에 다시 진학해서야 공부를 시작한 학생이 나왔다. 프로그램을 통해 난생처음 공부하는 법을 배웠고, 흥미를 느껴서 1년이 지난 최근에는 전교 5등까지 올랐다고 한다. 이제는 우리에게 서울대 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과정이 헛되지 않구나 싶고, 보람을 느낀다. 제작진으로서 자부심도 있고, 책임감도 느끼면서 프로그램에 임하고 있다.”
김 “프로그램에는 당장의 시험을 잘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한번의 경험이 학생에게 새로운 목표를 부여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시즌1 출연 후 대학교에 진학한 친구들의 근황도 유튜브 채널 등으로 보여주고 있다. '티처스'는 단순히 성적을 올리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꿈을 찾아 가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
-방송인 전현무, 장영란, 배우 한혜진 등 MC들도 '티처스' 시리즈를 통해 변화한 점이 있나.
김 “장영란 씨는 이전에는 남편에게 아이들의 교육을 일임한 걸로 알았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에 대한 노하우를 가져가더라. 프로그램 녹화 중에도 진심으로 아이 성적표를 가지고 와서 상담 온 학부모의 눈빛을 보일 때가 많다. '목동 키즈'로 자란 전현무 씨는 도전학생과 부모의 입장을 모두 이해하는 출연자다. 본인도 녹화를 하면서 학창시절 엄마에게 느꼈던 원망 등을 솔직하게 말하기도 한다. 부모와 학생의 입장을 조율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MC들의 합이 정말 좋다. 다른 녹화보다 시간이 다른 프로그램보다 긴 편인데도 다들 메모하기 바쁘다.”
-10대 출연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서 특별히 신경 쓰는 점이 있나.
김 “비연예인 출연자에 대한 관리도 철저하지만, 그들의 일상이 방송에 나갔을 때 발생될 문제들을 깊게 고려한다. 출연동의서에 도장 찍었으면 됐다는 마인드는 절대 안 된다. 출연자 관리를 신경 많이 쓰고 있다. 썸네일 선정, 출연자를 공격하는 듯한 자막 배제 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티처스2' 윤혜지 PD. 채널A 제공.
윤 “'금쪽' 시리즈부터 내려오는 우리 팀만의 방법이 하나 있다. 유튜브 영상에 학생의 이름이 캡처돼 평생 낙인 찍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쪽' 시리즈에서는 출연자들을 '금쪽이'로, '티처스'에서는 '도전 학생'이라 표기하고 있다. 오디오로 출연자들의 이름 등이 노출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화면을 캡처했을 때 이름과 얼굴이 함께 노출되지 않도록 자막을 기재할 때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이 또한 출연자 보호의 한 방편이라 생각한다.”
-김승훈 CP는 '금쪽' 시리즈부터 비연예인 출연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담 프로그램을 다수 만들고 있다. 특별히 계기가 있나.
김 “초등학교 3학년, 중학교 2학년 아들 둘이 있다. 두 시리즈 모두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나온 프로그램들이다. 아내와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금쪽' 시리즈를 만들었고, 자녀 친구 엄마들과 학원 이야기를 하다가 '티처스'를 만들었다. 아침에 가족들이 나누는 대화를 유심히 보면서 프로그램 기획에 참고한다. 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아빠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런데 현실은 내 아이 성적은 모르고, 도전 학생 성적은 자세히 알고 있다. 아내는 맨날 '티처스' 촬영장에 아이들 좀 데리고 가라고, 강사님들께 인사라도 시키라고 옷까지 입혀서 기다리고는 하는데, 번번이 거절하느라 진땀 난다.”
-스핀오프 제작 등의 가능성도 이나.
김 “'티처스'의 최대 단점은 시험 기간에 맞춰서 편수와 론칭 시기가 맞춰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 사이클에 맞춰서 스핀오프 제작을 해볼까 계속 생각은 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것은 없지만, 시즌 사이를 연결할 소재를 찾고 있다. 연예계 대표 '브레인'들과 대학 가서 시험 대결하는 내용 등을 생각하고 있다.”
-'티처스'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윤 “한국에서 입시는 가족의 큰 프로젝트다. 아이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에 '티처스'에서 가족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나 또한 부모와 하나의 목표로 치열하게 달린 시기를 돌이켜보면 수험 시기가 유일했다. 결국에는 가족이 하나의 목표로 서로의 마음을 일치하고, 이 과정을 통해 화해의 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제작진에게 당장의 숙제는 조정식 강사 관련 논란을 극복하는 것이다. 시청자를 향해 이에 대한 한 마디를 남겨 달라.
김 “피하기보다 책임감 있게 나아가겠다. '티처스'는 주말에 자녀와 부모가 함께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그런 만큼 신청해준 도전 학생, 그들의 가족, 프로그램을 시청해주는 가족 시청자들이 불편할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
유지혜 엔터뉴스팀 기자 yu.jihye1@hll.kr
사진=채널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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