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호랑이’ 메인 포스터.
스크린 속에 바다는 없었다. 그럼에도 관객은 고통 속을 잠수했다. 영화 ‘바다호랑이’는 물리적 장면 대신 배우의 감정과 소리로 그날의 바다를 되살린다.
‘바다호랑이’는 세월호 잠수사가 고통을 극복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긴 여정을 그린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고(故) 김관홍, 공우영 민간 잠수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김탁환 작가의 르포르타주 소설 ‘거짓말이다’ 를 원작으로 ‘말아톤’, ‘대립군’ 등을 연출한 정윤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바다호랑이’ 스틸.
2014년 봄, 침몰한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희생자들을 가족 품으로 데려온 민간 잠수사 나경수(이지훈 분)는 고통스러운 잠수병과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또 해경이 민간 잠수사 대표 류창대(손성호 분)를 참사 현장에서 사고로 죽은 동료 잠수사에 대한 과실치사죄로 넘기며 재판의 증인으로 나서게 된 경수의 마음은 더욱 황폐해져 간다.
결국 나경수는 자신들을 이용한 후 폐기한 비정한 국가를 상대로 무죄를 증명하고 짓밟힌 존엄성을 되찾기 위해 재판을 이기기로 결심한다. 기억하기 싫은 과거지만 나경수는 거대한 배 안의 미로 같은 지옥을 홀로 헤매며 겪었던 고통을 재판장에서 털어놓는다.
‘바다호랑이’ 메인 포스터.
상업영화로 기획됐다가 저예산 영화로 바뀌게 된 ‘바다호랑이’는 연극적 연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시나리오와 배우의 힘을 믿고 소품과 의상을 추상화 시켜 관객들이 연기에 집중해 활발한 상상력을 키웠으면”이라는 의도로 ‘바다호랑이’를 제작했다고 전한 정윤철 감독은 “모든 장면이 실내에서 촬영됐다. 사운드 효과를 활용해 실제 공간감을 더한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바다호랑이’ 스틸.
정 감독의 말처럼 ‘바다호랑이’는 연극적 연출을 기반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바다 속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잠수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에는 단 한 장면의 수중 촬영도 없다. 바다 속을 헤엄치는 듯한 이지훈의 연기와 파도 소리에 의존해 바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정윤철 감독은 “소리가 빈 공간에 어떤 새로운 존재감을 만들어내면서 인물의 감정을 느끼게 되면 관객이 알아서 결핍된 공간을 채운다”며 “‘바다호랑이’의 실험적인 제작 방식이 영화의 본질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바다호랑이’ 스틸.
자칫 어색할 수도 있는 연극적 연출은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으로 빛을 발했다. 이지훈을 중심으로 한 출연진의 호소력 짙은 연기는 영화의 감정선을 지탱한다. 특히 나경수를 단순한 영웅이 아닌,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로 인해 상처받은 한 인간으로 입체적으로 묘사한 점이 인상 깊다. 다만 상업영화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라면 연극적 연출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오는 25일 극장에서 개봉.
강신우 온라인기자 ssinu4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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