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A 투어 역대 최연소 우승 김영원최근 서울 도봉구 개인 연습실에서 만난 김영원은 “친구들에게 ‘성공했다’며 연락이 많이 오는데, ‘아직 아닌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김영원(18)이 당구대 앞에 처음 섰던 해는 2019년. 초등학교 6학년. 아버지를 따라 동네 당구장에 들어섰고, 파란색 천 위로 굴러가던 형형색색 공들을 처음 마주했다. “당구가 뭔지도 몰랐지만, 공이 부딪치는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날 이후 그의 시간은 큐대 끝에서만 흘렀다.
지난해, 만 17세 24일 나이로 PBA(프로당구협회) 투어 사상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평균 연령 45세 리그에 10대 선수가 등장했고, 곧바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천재라는 수식어가 과장이 아닌 순간이었다. 상금 1억원. 그러나 이 돈을 해외여행이나 게임 등에 쓰지 않았다. 대부분 연습실 마련에 썼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연습할 공간이 필요했어요.” 고등학교 진학도 포기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친구들이 수학여행을 떠나는 걸 보며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 “뒤를 따라올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어요.”
시작부터 그랬다. 큐대를 처음 잡은 지 2주도 되지 않아 선수의 길을 택했다. 아버지 김창수씨는 아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사비를 들여 개인 교습을 붙였다. 7개월 만에 기본기를 마쳤고, 학생부 대회에서 우승하며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2022년, 15세 나이로 프로(3부 리그)에 데뷔했고, 불과 2년 뒤 1부 투어 정상에 섰다.
“처음엔 그저 많이 경험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운도 따랐고, 실수도 적었죠.” 이제는 목표가 분명하다. “올해는 두 번 더 우승하고 싶어요.” 17일부터 시작하는 올해 투어를 앞두고 다진 각오다.
하지만 그는 ‘운’이란 말을 쉽게 내놓지 않는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에도 휴식은 없었다. 지금도 하루 7시간씩 큐대를 잡는다. 오전엔 체력 훈련, 영어 과외도 병행한다. 소속팀 하림엔 외국인 선수들이 있고, 롤모델인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42)와도 언젠가는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단다. 그의 연습실 입구엔 이런 문장이 붙어 있다. ‘남들만큼 하는 노력은 노력이 아니다.’ “아버지가 붙여주셨는데, 정말 공감해요. 저는 아직 멀었어요.”
이미 은퇴 후까지 계획도 그려져 있었다. “지금도 50대, 60대 선배님들이 활약하고 계시잖아요. 어린 선수들이 더 치고 올라가야 당구가 살아나죠. 저는 40대쯤 은퇴하고 싶어요. 그냥 마지막까지 즐겁게 당구하고 떠나는 게 꿈이에요.”
그는 2030년 아시안게임을 바라본다. 당구가 정식 종목이 되는 그 무대다. “그런 세계적인 무대에 나간다는 건 선수로선 큰 영광이죠. 기대도 되고, 떨려요. 어렵겠지만 자격을 갖춘 선수가 되고 싶어요.”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