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등 아랍 국가 통해 미국·이스라엘에 메시지
이란, 미국에 이스라엘 공격 지원 말라고 요구한 듯
[테헤란=AP/뉴시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13일(현지 시간) 테헤란에서 TV 연설을 하고 있다. 2025.06.14.
[서울=뉴시스] 권성근 임철휘 기자 = 이스라엘과 충돌한 이란이 상호 공격 중단과 핵 협상 재개를 원한다는 신호를 제3국을 통해 이스라엘과 미국에 긴급히 보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이 대이란 공세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미국과의 핵 협상 테이블에 돌아오는 데 열려 있다고 아랍 국가들에 밝혔다.
미국과 이란은 애초 지난 15일 오만에서 제6차 핵 협상을 개최하기로 했지만 이에 앞서 전개된 이스라엘의 이란 핵·군사 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습 이후 협상을 취소했다.
이란은 무력 공방을 억제하는 것이 상호 이익에 부합한다는 메시지를 이스라엘 측에 전달했다고 WSJ은 전했다. 또 협상 재개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경우, 핵 프로그램 가속화와 전쟁 범위 확대도 불사하겠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오만 등 아랍 국가들은 분쟁이 격화하면 걸프만 전역의 에너지 인프라가 위협받고 석유 시장과 세계 경제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미국에 핵 협상을 재개하고 이스라엘에 휴전을 압박할 것을 호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란 영공에 자유롭게 전투기를 보낼 만큼 제공권을 장악한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더 파괴하고, 이란 정권을 더 무력화시키기 전에 무력 공방을 중단할 이유는 희박하다고 WSJ은 분석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공군 수뇌부를 포함한 주요 군 지휘관들이 사망했고,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입지는 위축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이 소모전을 감당할 여력이 없으며 결국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는 게 이란 측 판단이라고 이란과 대화한 아랍 국가 외교관들은 말했다.
이란 측 판단의 전제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지하 핵시설 등을 파괴하기 위한 후속 공격을 미국 도움 없이 전개한다는 것이다.
[카나나스키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회담 후 기자회견 하고 있다. 2025.06.17.
미국이 이란 지하 핵시설 공격을 첨단 무기로 지원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란으로선 미국과의 협상 재개 조건으로 이스라엘의 공격을 지원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란이 핵 협상에서 실질적인 양보를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는 없는 상황이다.
한 아랍 관리는 "이란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군사 및 물류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직접적인 공격에는 가담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원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랍 외교관은 "이란은 이스라엘이 장기전에 들어갈 여유가 없으며, 산속에 있는 포르도우 우라늄 농축시설과 같은 목표를 타격하려면 미국의 군사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에 대해 "이란은 이 전쟁에서 이기고 있지 않다고 말하겠다"며 "그들은 너무 늦기 전에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이 파괴될 때까지 공습을 계속하겠다고 밝히며 정권 교체는 목표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가능하다고 시사했다.
이스라엘은 최소 2주간의 공습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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