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허장원 기자]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야심찬 프로젝트로 꼽히는 영화 '킹 오브 킹스'가 마침내 국내 극장가에 상륙한다. 제작비 약 360억 원, 제작 기간 10년에 달하는 이 작품은 이미 북미에서 뜻밖의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킹 오브 킹스'는 '우리 주님의 생애(The Life of Our Lord)'를 원작으로, 한국의 모팩 스튜디오(MOFAC Studio)가 풀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극장용 장편 영화다. 연출과 각본, 제작을 동시에 맡은 장성호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예수의 생애를 현대적인 시선으로 풀어내면서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따뜻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였다. 촬영에는 한국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우형 감독이 참여해 기술적 완성도를 더했다.
영화는 19세기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와 그의 아들 월터가 중심 인물이다. 아버지 찰스는 호기심 많은 아들에게 예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 사람은 상상 속 시간 여행을 통해 2000년 전 성서 속 세계로 들어간다. 관객은 부자의 시선을 따라가며 예수의 탄생부터 기적, 고난과 희생의 순간들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성경의 핵심 장면인 오병이어의 기적, 물 위를 걷는 예수, 마지막 만찬 등은 최첨단 애니메이션 기술로 생생하게 구현돼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의 북미 성적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지난 4월 북미 3200개 극장에서 개봉한 이후 단 3일 만에 1937만 달러(한화 275억 원)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이는 동시기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을 제치고 이룬 성과다. 이처럼 한국 단독 제작 애니메이션이 북미 극장가에서 대규모 상영과 실질적 흥행을 동시에 이룬 사례는 처음이다.
이번 흥행 배경에는 북미 배급을 맡은 '에인절 스튜디오(Angel Studios)'의 전략도 빛을 발했다. 이들은 이전에도 저예산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을 1억 8000만 달러 이상 흥행시키며 독립 배급의 강자로 떠올랐다. 이번에도 '킹 오브 킹스' 개봉에 맞춰 '키즈 고 프리(Kids Go Free)' 캠페인을 도입해 가족 단위 관객의 발길을 끌어냈다. 성인 1명당 어린이 1명 무료 입장이라는 이 캠페인은 부활절 연휴와 맞물려 큰 효과를 발휘했다.
여기에 할리우드 톱 배우들의 목소리 출연도 흥행 역할을 했다. 예수 역에 오스카 아이작, 본디오 빌라도 역에 피어스 브로스넌, 찰스 디킨스 역에 케네스 브래너가 참여했다. 우마 서먼과 마크 해밀 등도 주요 배역을 맡아 영화에 무게감을 실었다.
국내 개봉에 앞서 공개된 더빙 캐스트도 화려하다. 찰스 디킨스 역은 이병헌이 맡았고, 예수 역에는 진선규가 캐스팅됐다. 이하늬는 찰스 아내 캐서린과 마리아를 동시에 소화하며 폭넓은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외에도 양동근, 차인표, 권오중, 장광 등 국내 정상급 배우들이 대거 참여해 한국판의 몰입도를 높였다.
영화 티저 포스터는 석양이 물든 들판을 배경으로 찰스와 월터 부자가 빛 속에서 다가오는 예수를 바라보는 장면을 담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이야기"라는 문구와 함께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거는 듯한 예수의 존재감이 인상적이다. 티저 예고편에서는 호기심 많은 소년 월터가 아서왕을 흉내내며 소란을 피우다 진정한 왕인 예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버지와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담긴다. 마지막에 월터가 전하는 "고마워요, 아빠"라는 대사는 영화가 단순한 종교 이야기를 넘어 가족 간의 유대와 성장, 감동을 전달하는 메시지를 품고 있음을 암시한다.
17일 공개된 보도 스틸에서는 베들레헴에서의 탄생 장면, 갈릴리에서 제자들과 나눈 이야기, 헤롯왕의 탐욕과 대제사장의 불신, 예루살렘 입성까지 방대한 스토리가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예수와 제자들이 마지막 식사를 나누는 평화로운 장면과 그 곁에서 탐욕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인물들의 모습은 깊은 대비를 이루며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킹 오브 킹스'는 단지 종교적 메시지에 그치지 않고 보편적 가치와 가족의 사랑, 용서, 희망을 전하는 작품이다. 북미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국내 관객에게도 큰 울림을 안길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영화는 7월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허장원 기자 hjw@tvreport.co.kr / 사진= 영화 '킹 오브 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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