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기계·정치권 일제히 반대 성명… 현장 "가능성 없다"
- R&D 지연·인력 유출 등 과기계·산업계 우려 목소리도
대전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본원. 김영태 기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한국천문연구원의 경남 사천 이전을 담은 법안 발의와 관련 대전 지역 각계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과학기술계는 물론 정치권, 방위산업 등은 법안 철회를 주장하는 한편 우주항공청 연구개발본부의 대전 신설과 우주항공청의 세종 이전을 요구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은 18일 성명에서 "정치적 논리로 연구기관 이전을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과 연구 현장의 신뢰를 정면으로 배반하는 일"이라며 "묵묵히 일하던 과학기술자들의 등을 친 행위"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한 충청권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직격했다.
과기연전노조는 "대전은 연구개발·인력양성, 경남 사천은 산업기반, 전남 고흥은 우주발사기지라는 지역균형 발전으로 출발했음에도, 특정 지역으로의 기관 집중을 시도하며 충청권의 역할과 미래를 통째로 무시하고 있다"며 "특히 충청권 국민의힘 의원들이 개정안을 함께 발의했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노조 측은 일부 연구자들 사이에선 "법안이 제정될 리 없다"며 아예 무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17일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항우연지부도 성명서를 통해 "지역 이기주의로 뭉친, 비상식적인 '우주항공청 설치·운영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또 '우주항공청의 우주항공처 승격과 함께 행정수도 세종으로의 이전'을 주장했다.
지역 정치권도 비판에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논평을 통해 "'연구개발은 대전, 산업 생산은 사천, 발사 거점은 고흥'이라는 기능 중심의 3각 우주산업 클러스터 체계를 추진해 왔다"며 "이러한 체계를 무너뜨리고 연구와 정책 기능까지 사천으로 이전하겠다는 발상은 국가 우주산업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자충수에 불과하다"고 규탄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즉각 해당 법안을 철회하고, 국가적 우주정책을 정치적 유불리의 도구로 삼으려는 어리석은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사천 이전 시 장비 조율이나 인재 유출로 인해 우주 연구개발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금오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인공위성을 제작하거나 시험하는 장비를 이전하는 일은 쉽지 않다"며 "조금만 움직이거나 틀어져도 조율하는 데 2-3년 이상 걸릴 수 있는데, 건물 공사가 끝난 후 이전하게 되면 그만큼 연구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사천으로 이전하게 되면 인재 유출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지난해 항우연 퇴직자가 30명 정도 나왔는데, 대부분 민간기업이나 교수직으로 이직했다"고 밝혔다.
이계광 대전방위산업연합회 회장은 "우주 산업은 여러 분야의 기술 융합이 필요한데, 대전만큼 연구개발 기반이 잘 갖춰진 지역은 없다"며 "기관이 사천으로 이전하고 기업도 따라가야 한다면 장비 설치부터 인재 유출 문제까지 있어 전반적인 연구·산업 생태계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경남 사천·남해·하동)은 지난 17일 항우연과 천문연 본원을 우주항공청이 위치한 경남 사천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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