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스마트폰, 배터리 지속시간서 갤럭시·아이폰 압도
실리콘-탄소 신기술 적용 여부가 성능 격차로 이어져
삼성·애플은 아직 '리튬이온' 유지…차기 모델 행보 주목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은 리튬이온 소재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는 갤럭시 폰과 아이폰은 하루에 한 번 충전이 거의 불가피하다. 특히 아침 일찍 출근·등교해 밤 늦게 귀가하는 이들이라면 사실상 매일 충전은 필수다. 퇴근길 '배터리 20%' 경고를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해외로 눈을 돌려도 갤럭시·아이폰과 함께 인기를 얻고 있는 구글의 픽셀폰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처럼 일종의 스마트폰 '빅3'라고도 할 수 있는 삼성·애플·구글이 배터리 부문에서는 뒤처져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주요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한 배터리 테스트에서 상위권은 모두 중국 폰이 휩쓰는 결과가 나왔다.
삼성전자, 애플, 구글과 중국업체의 플래그십폰 배터리 테스트 결과. (사진=폰아레나) *재판매 및 DB 금지
19일 IT 전문매체 폰아레나는 2025년 주요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배터리 지속 시간을 분석한 벤치마크 결과를 공개했다.
테스트 결과를 살펴보면 5000mAh 배터리를 탑재한 삼성전자 '갤럭시 S25 울트라'는 배터리 수명 8시간(23위)에 그쳤다. 애플 '아이폰16 프로 맥스'는 4685mAh로 용량은 더 작았으나 수명은 8시간 30분(14위)을 기록했다. 구글 '픽셀9 프로 XL'은 가장 큰 5060mAh 배터리를 탑재했지만 수명은 되려 7시간 18분(51위)으로 3사 중 가장 짧았다.
배터리 테스트에서는 되려 중국업체들의 플래그십 폰이 큰 격차로 우위를 보였다. 비보의 X200 울트라는 6000mAh 대용량 배터리를 적용해 배터리 수명 9시간 37분(3위)을 기록했다. 일반 소비자용으로 상용화된 스마트폰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수준이다.
ZTE의 레드매직 10S 프로는 7050mAh 배터리로 9시간 34분(4위), 누비아 Z70 울트라는 6150mAh 배터리로 8시간 47분(9위)을 기록했다. 아너 매직6 프로도 5600mAh 배터리에 9시간 27분(5위)을 기록하며 최상위권에 올랐다.
이처럼 중국 폰의 배터리가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신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중국 폰에는 기존의 리튬이온 방식 배터리가 아닌 '실리콘-탄소 배터리' 기술이 적용됐다. 배터리의 음극재에 실리콘을 도입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같은 부피에서 더 많은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이 기술은 중국 제조사들에 독점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배터리 테스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업체 뿐만 아니라 오포, 원플러스, 샤오미 등 중국업체들은 해당 기술을 플래그십 모델에 이미 적용해 양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에서는 실리콘-탄소 음극을 생산하는 배터리 업체도 10곳 이상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폰에서 이같은 실리콘-탄소 배터리 기술이 발전한 이유는 최근 수년 간 폭발적으로 성장한 중국의 전기차 시장의 영향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이 스마트폰 분야로 확장된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애플 등은 아직 이 기술을 자사 스마트폰에 도입하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도입 시점이나 적용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차기 모델에서도 기존 리튬이온 기반 배터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간 삼성전자와 애플은 소프트웨어 최적화 등으로 배터리 실성능을 높여왔으나 이제 업계에서는 5000mAh 수준의 배터리는 실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마트폰 성능의 개선과 함께 배터리 소모도 그만큼 빨라졌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더 크고 밝아진 디스플레이다. 최신 플래그십 폰은 대부분 7인치에 달하는 대화면을 채택하고 있으며, 밝기도 2000니트를 넘어서고 있다. 고주사율 디스플레이와 함께 사용할 경우 배터리 소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스마트폰 칩셋(AP)의 소비 전력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재 최신 삼성 폰 등에 탑재된 퀄컴 스냅드래곤 8 엘리트 칩의 열설계전력(TDP)은 8.2W에 달한다. 1세대 스냅드래곤 8의 5.3W보다 1.5배 이상 높다. 칩 성능이 향상된 만큼 연산량이 많아졌고, 이에 따라 배터리 소모도 커진 탓이다. 이는 고성능 게임이나 앱을 사용할 때 특히 배터리 소모량을 더 늘리게 된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의 복잡성도 배터리 지속시간에 영향을 준다. 화면 전환, 애니메이션, 투명 효과, 이동 그래픽 등은 모두 스마트폰 GPU(그래픽처리장치)에 연산 부담을 준다. 게임만큼은 아니지만 UI는 항상 켜져있는 기능이기 때문에 누적 전력 소모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또 최근 각종 인공지능(AI) 기능이 스마트폰에 도입되면서 더 많은 연산 능력을 필요로 하게 됐다. 특히 서버를 거치는 것이 아닌 온디바이스 AI 처리 방식이 늘어나면서 전용 뉴럴엔진 칩셋의 필요성도 더 커졌다. 음성 번역, 텍스트 생성, 검색 요약 등 다양한 기능이 클라우드 서버가 아닌 스마트폰 내부에서 처리되고, 이는 결국 배터리 소모량을 늘리게 된다.
아이폰 배터리를 충전하는 모습. (사진=애플) *재판매 및 DB 금지
결과적으로 배터리 기술이 뒤따라 오지 않는 한 스마트폰을 충전 없이 하루 이상 사용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 기존 배터리의 한계를 넘어선 제품은 실리콘-탄소 배터리를 탑재한 일부 중국 스마트폰 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아너는 이미 4세대 실리콘-탄소 배터리 기술을 적용 중이고 샤오미와 원플러스 등도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들은 칩셋이나 디스플레이 성능이 더 고도화되더라도 충전 없이 2~3일을 쓸 수 있는 스마트폰까지도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결국 갤럭시와 아이폰 사용자 입장에선 당장 선택지는 2가지 뿐이다. 기존의 생태계 안에서 기다리든지, 아니면 새로운 배터리 기술을 경험하기 위해 플랫폼을 바꿔야 한다. 삼성전자도 배터리 내부 소재를 층층이 쌓아 에너지 밀도를 늘리는 '적층형 배터리 기술'이나 리튬이온을 대체할 고효율의 신소재 개발 등을 추진 중이지만 실제 적용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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