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국제 인증 최초 획득
왼쪽부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강태한 학생연구원, 강병호 박사후연구원, 유철 단장, 권대용 선임연구원, 박세명 선임연구원. 에기연 제공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기연)이 국내 최초로 초대형 풍력 블레이드의 설계부터 제작, 시험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통합 인프라를 독자 기술로 구축했다. 12메가와트(MW)급 블레이드 설계에 성공해 국제 인증을 획득했다.
에기연은 유철 풍력연구단 단장이 이끄는 연구팀이 초대형 블레이드 설계 기술 ‘KIER-블레이드포지(KIER-BladeFORGE)’를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107미터(m) 길이의 12MW급 풍력 블레이드를 설계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블레이드는 덴마크 국제 인증기관 'DNV'로부터 설계 인증을 받아 설계 안전성과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 국내 기술이 초대형 블레이드 설계 인증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현재보다 4배 이상 확대하고 이 중 풍력발전 비중을 3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5MW급 중심의 중소형 설비를 넘어 10MW급 이상의 대형 풍력발전기 보급이 필수적이다. 대형 풍력발전기는 설치 면적 대비 효율성과 유지보수 측면에서 유리해 재생에너지 확대의 핵심 장비로 평가된다.
국내에서 10MW 이상급 풍력 블레이드를 설계·제작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은 부족하다. 핵심 부품 국산화율은 34%에 불과하며 대형 블레이드는 대부분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KIER-블레이드포지는 인공지능(AI) 기반 최적화 알고리즘을 적용해 공기와 물체 사이에 적용하는 힘(공력)과 구조 설계를 통합적으로 수행한다. 기존에는 공력 설계를 변경할 때 구조 설계를 다시 수행해야 했지만 이번 기술은 블레이드의 단면 형상과 비틀림 각도 등 변수를 실시간 반영해 설계 효율을 높였다.
특히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도입해 반복 작업에 소요되던 설계 시간을 50% 이상 단축했다. 한국선급으로부터 개념승인(AIP) 인증을 획득해 기술 신뢰성도 확보했다.
에너지연은 국내 최초로 풍력 블레이드의 설계, 제작, 시험 전 과정을 검증할 수 있는 전주기 시험 인프라도 구축했다. 시설은 AI 기반 해석·설계실, 풍동 실험실, 블레이드 제작실, 구조 실험실로 구성됐다. 실제 축소 모델을 활용한 블레이드 성능 시험이 가능하다. 현재 제주글로벌연구센터 내 설치됐다. 외부 기관과의 협력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으며 향후 관련 기업들의 기술 테스트를 지원할 예정이다.
유철 단장은 “설계부터 제작, 시험까지 아우르는 통합 인프라를 순수 국내 기술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기술 고도화와 상용화를 지속해 국내 풍력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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