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 원자력발전소 전경. 고리 1호기는 2017년 6월 가동 40년 만에 영구정지됐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부산 기장군 소재 한국 최초 발전용 원자력발전소(원전)인 고리 1호기의 해체계획 승인이 6월 26일 심사된다. 승인될 경우 국내 첫 발전용 원전 해체 시도가 이뤄진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26일 회의를 열고 '고리1호기 해체 승인' 안건을 상정해 심사할 예정이다.
원전 해체는 원전 기능을 영구적으로 정지하고 시설과 부지를 철거해 방사성 오염을 제거하는 활동을 말한다. 고리 1호기는 2017년 6월 영구정지돼 2021년 5월 한수원이 해체승인을 신청했다.
이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최종해체계획서 검토를 거쳐 원안위에서 최종 심사를 진행한다.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사전 준비를 위해 지난 5월부터 고리1호기 제염 작업에 착수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원자로정보시스템(PRIS)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영구정지된 전세계 원자로는 22개 국가에서 총 214기다. 이중 해체가 완료된 원자로는 미국 20기, 독일 3기, 일본과 스위스 각 1기로 총 25기다. 아직 해체되지 않은 원전이 189기에 달한다.
전세계에서 발전용 원자로 해체 실적은 미국만 보유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 스위스는 모두 출력이 낮은 연구용 또는 실증용 원자로 해체 사례만 있다. 미국은 원전 해체를 전문으로 하는 에너지솔루션(EnergySolutions) 등 민간 기업도 2개 있다.
고리 1호기 해체계획이 승인되면 전체 해체 기간은 최대 15년으로 예상된다. 90년대 이후 미국 경수형 원자로 해체 사례를 참고한 예상치다.
해체된 원전 부지는 주로 녹지나 가스화력발전, 풍력발전 등 다른 발전원 부지로 활용되기도 한다. 해체된 25건 중 절반 이상인 14기 부지가 녹지로 활용되고 있다.
원안위 관계자는 "고리 1호기 부지의 경우 해체가 완료되더라도 주변에 고리 2·3·4호기가 옆에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개방할 수는 없다"며 "산업 부지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해체 완료 단계에 가서 상황을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리 1호기와 동일한 미국 웨스팅하우스 원자로 모델은 아직 해체가 완료된 사례가 없다. 미국 케와니(Kewaunee) 원전에 고리 1호기와 같은 원자로가 2013년 영구정지돼 해체가 진행 중이다. KINS 관계자는 "미국 원전 해체 실적이 많기 때문에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등과 접촉해 관련 정보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리 1호기 해체로 실적을 쌓으면 국내 원전 업계가 해외 원전 해체 시장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수원은 원전 해체와 관련된 사업관리, 엔지니어링, 방사선 관리 분야 등에서 58개의 상용화 기술을 확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총 96개로 예상되는 해체 핵심기술 중 나머지 38개 기술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미국 등과 비교하면 격차가 있지만 한수원에서는 해체에 필요한 기술을 모두 갖췄다고 평가한다"며 "다만 현장에 적용하다 보면 해외 기술을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고리 1호기에 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건식저장시설에 임시로 저장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3월 국회를 통과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특별법)'에는 2050년까지 중간 저장 시설, 2060년까지 영구 처분장을 짓는다는 계획이 담겼지만 아직 부지 선정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도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시설이 없어 해체된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보관하고 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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