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이기범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평택캠퍼스 P4(4공장) 공사 재개에 들어간다. AI(인공지능) 산업이 이끄는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설비 투자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D램과 HBM(고대역폭메모리) 개발에 역량을 집중 중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P4 Ph4(페이즈4) 공사 재개를 준비 중이다. 오는 3분기 사전 준비를 시작해 4분기 본공사를 시작하는 일정이다. Ph4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Ph2와 함께 공사 진행이 사실상 멈춘 상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로 P1~P3라인이 가동되고 있다. P4는 Ph1부터 Ph4까지 크게 총 4개의 생산 공간으로 구성됐다. Ph1은 낸드와 D램을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체제로 운영 중이고, Ph3는 최근 마감공사를 마치고 시험사용승인 단계에 있다.
다만 파운드리 부문으로 계획됐던 Ph2와 Ph4는 가동이 연기되면서 공사 일정도 밀렸다. 삼성전자는 우선 Ph4를 D램 생산라인으로 변경해 먼저 공사를 재개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공사를 맡은 삼성물산 등도 협력업체 선정 등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P4의 D램 생산라인에서는 10나노급의 6세대(1c) D램이 주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c D램의 설계를 변경하며 완성도에 공을 들였고, 최근 수율을 크게 높인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하반기 양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라인의 공사 재개 카드를 꺼낸 이유는 반도체 시장의 성장이 예상돼서다. 최근 AI와 HPC(고성능컴퓨터), 데이터센터 산업의 메모리 수요 증가를 불러왔다. 2023년 메모리 시장의 침체가 공사 중단에 영향을 줬다면 이젠 반대 상황이 된 셈이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그래픽=이지혜
WSTS(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에 따르면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1848억4100만달러(255조1200억원)로 2년 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올해보다 16.2% 증가한 2148억2600만달러(296조5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WSTS는 "반도체 시장성장은 지역과 제품 범주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메모리가 다시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내년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8.2%로 올해보다 1.9%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하는 메모리 시장에 대응하고, 생산 공정을 첨단 공정으로 바꾸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설비투자가 필요한 시기다. Ph4 공사를 올해 시작해도 양산은 2027년에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만 반도체 부문에 10조9480억원의 시설투자를 단행했다.
HBM4 양산 준비도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6세대 D램을 쌓은 HBM4를 연말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이미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HBM4의 샘플을 고객사에 보낸 상태다. SK하이닉스 등과 주도권 경쟁에서 밀렸던 삼성전자는 최근 AMD에 HBM3E 12단를 공급하면서 기술력에 대한 우려를 씻어 냈다.
삼성전자는 '맞춤형 HBM4'로 시장을 공략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부터 파운드리, 시스템 패키징까지 반도체의 기술을 갖춘 만큼 고객이 원하는 요건을 충족하는 HBM을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에 따라 삼성전자의 투자 계획도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보유한 생산능력으로 HBM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발휘한다면 충분한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김호빈 기자 hob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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