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이한주(왼쪽)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정치행정분과 검찰청 업무보고에 참석해 조승래 대변인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6.20. photo@newsis.com /사진=김명원
국정기획위원회(국정위)가 20일 수사·기소 분리 등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행 계획 보고가 부실했다며 검찰 업무보고를 30분만에 중단하고 오는 25일 다시 보고를 받기로 했다. 지난 18일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국정위가 특정 기관에 대한 보고를 중단한 것은 처음이다.
조승래 국정위 대변인은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내용과 형식이 모두 부실했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쯤 전무곤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의 구두 업무보고가 30분간 이뤄진 뒤 분과 위원들은 곧바로 질의하지 않고 검찰 보고가 부실하다는 이유로 회의를 중단했다.
조 대변인은 "공약이행 계획을 세울 땐 보통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공약집 그리고 이 대통령의 발언 등을 근거로 삼아서 공약 이행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일종의 형식적 요건을 갖춘다"며 "하지만 검찰의 보고서는 내용 뿐만 아니라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정위원들은 검찰 업무보고 내용 중 이 대통령의 핵심공약이었던 '수사·기소권 분리' 내용이 빠져있는 것을 문제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검찰이 해당 내용을 보완한 자료를 추가 제출했지만 국정위는 오는 24일까지 추가자료를 제출받은 후 25일 다시 창성동 별관에서 2차 업무보고를 받기로 했다.
조 대변인은 "수사, 기소권 분리나 기소권 남용에 대한 폐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관련된 공약들이 있는데, 실제 오늘 업무 보고 내용엔 검찰이 가지고 있는 현재 권한을 오히려 확대하는 방향으로 언급하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며 "추가 자료를 나중에 냈다고 하지만 핵심적인 보고 내용, 즉 알맹이를 빼고 보고를 한 것이지 않냐. 애초에 빠져 있었던 이유에 대해선 말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공개 업무보고 도중 김건희 여사 수사부실 문제 등이 언급됐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 대변인은 "검찰 관련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 제대로 보고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지, 수사와 관련된 내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업무보고는 시작부터 냉랭했다. 이한주 국정위원장은 타 부처보고 때와 달리 발언내용이 적힌 종이만 바라보며 강한 어조로 검찰을 질타했다.
이 위원장은 업무보고 전 모두발언에서 "국민이 막강한 검찰권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판단할 때는 검찰은 권력을 내려놓을 수 있다"며 "검찰은 국민 눈높이에 맞춰 환골탈태할 때가 됐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권력향배에 따라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녹음파일이 없다가 나타나거나 영부인 호출에 어디든 달려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며 "윤석열 검찰정부의 폭주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를 낳았다"고 했다.
이해식 국정위 정치행정분과 위원장은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배제한 상태에서 형사절차 공정성과 신뢰를 높이는 방안을 보고하길 기대한다"며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배제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앞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 등을 신설하는 내용의 검찰개혁 4법을 발의했다.
이날 검찰 업무보고가 30분 만에 파행된 것을 두고 검찰 내부에선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기강을 잡으려고 이러는 것 아니겠냐"며 "많이 씁쓸하다. 앞으로가 걱정될 뿐"이라고 말했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