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조달규정 시행 뒤 첫 제재…내달 EU-中 정상회담 앞두고 새 갈등 요인 가능성
EU 집행위 전경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베이징=연합뉴스) 정빛나 정성조 특파원 = 유럽연합(EU) 전역에서 중국 의료기기 제조업체의 대규모 공공조달 참여가 사실상 금지된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20일(현지시간) 국제조달규정(IPI) 조사 결론에 따라 500만 유로(약 79억원)를 넘는 의료기기 공공조달 시 중국 기업의 입찰 참여를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공조달 낙찰 기업의 중국산 구성품 비율도 50% 미만으로 제한된다.
이번 조치는 EU 자체 규정인 IPI 조사에 따른 결론으로, 2022년 8월 IPI 발효 이후 제재 부과 결정이 내려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PI는 교역 상대국의 공공조달 시장에서 유럽 기업의 접근이 제한되는 '차별적 입찰 관행'에 대한 맞불 조치를 부과하기 위해 마련된 도구다.
집행위는 2015∼2023년 사이 중국 의료기기 업체의 대(對)EU 수출이 두 배 증가한 반면 중국 측은 자국 내 공공조달 추진 과정에서 유럽 기업 참여를 배제하기 위해 심각하고 반복적인 법적·행정적 장벽을 세웠다고 지적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중국 전체 의료기기 공공조달 가운데 87%는 유럽 기업을 배제하는 등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차별적 관행을 일삼았다는 설명이다.
집행위는 중국 측에 건설적이며 공정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제기했으나 현재까지 어떤 시정조치도 제시되지 않아 맞대응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집행위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이번 조치는 중국의 차별적 조치에 대한 맞불 성격이면서도 그 대상을 500만 유로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장벽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EU 역시 IPI 규정에 따라 이번에 발표한 조치를 유예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내달 EU-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EU가 IPI 제재를 협상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일부러 미리 발표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EU는 내달 24∼25일 중국과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으로, 특히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완화 혹은 면제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이번 조치가 모처럼 관계 개선 분위기가 무르익은 EU·중국 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은 시종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과 시장 경제 원칙·세계무역기구(WTO) 규칙 수호를 견지해왔고, 대화와 협상으로 무역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며 "EU는 일관되게 세계에서 가장 개방된 시장임을 표방하지만 사실은 한 걸음씩 보호주의로 걸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궈 대변인은 "(EU는) 걸핏하면 일방주의 도구를 꺼내 '공평(공정)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실제로는 불공평 경쟁을 행하는데, 이는 전형적인 이중잣대"라며 "우리는 EU가 시장 개방 약속과 WTO 규칙을 준수하고, 중국 기업에 공평·투명·비차별 경영 환경을 제공하기를 희망한다. 중국은 중국 기업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단호히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shine@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