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각자대표 증인신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SM) 간 체결된 사업협력계약을 두고, 검찰이 SM 경영권 확보를 겨냥한 '기획된 조치'였는지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핵심은 이 계약이 SM 인수 시도의 출발점이었는지, 누가 이를 설계하고 승인했는지다. 검찰은 계약 체결 당시부터 지분 확보를 전제로 한 흐름이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개입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20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카카오 법인 및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등에 대한 공판기일을 열고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지난 2023년 2월7일 체결된 SM과의 사업협력계약이 경영권 확보 전략의 일부였다고 의심했다.
사업협력계약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SM에 약 2171억원을 투자하고, 그 대가로 음원 유통권과 글로벌 공동사업, IT 개발 협력 등을 명시한 계약이다. 겉으로는 사업적 협력으로 보이지만, 검찰은 이 계약 체결을 시장에 '카카오가 SM을 인수할 수 있다'는 신호로 작용한 첫 단추로 보고 있다. 이후 전환사채 인수, 장내 매수 등 일련의 조치가 이어지면서 SM 주가가 상승했고,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무산되자 카카오가 경영권을 확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핵심은 이 계약을 누가 기획하고 승인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당시 카카오엔터 각자대표였던 김성수·이진수의 구체적 검토 없이 계약을 주도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성수·이진수 대표는 약 2171억원 규모의 사업협력계약을 체결하면서도 계약 내용 협상이나 체결 과정에 관여하지 않은 채 이를 승인했다. 김 전 대표는 계약 전날인 지난 2023년 2월6일 오후 배 전 총괄과 3분간 통화했다. 김 전 대표는 이 통화 또는 다음 날 출근길에 계약 내용을 전달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했으며, 2023년 2월7일 비서를 통해 사업협력계약 결재가 진행됐다.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SM) 간 체결된 사업협력계약을 두고, 검찰이 SM 경영권 확보를 겨냥한 '기획된 조치'였는지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더팩트DB
검찰은 "사업협력계약서에 따르면 SM은 협력계약으로 받는 자금을 '카카오엔터로부터의 투자금'으로 정의하고 있고, 계약상 지위도 카카오에서 카카오엔터로 이전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며 "SM에 지급해야 할 약 2171억원의 투자금은 일시적으로 카카오가 지급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카카오엔터가 부담해야 할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카오엔터가 2171억원의 투자금을 부담하게 되는 협력계약을 체결하면서, 카카오엔터 대표의 관여나 검토 없이 배 전 총괄이 스스로 계약 내용을 작성하고 체결까지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전 대표는 "협력계약 준비 과정에서 카카오엔터 인력이 관여를 했다"며 "김성진 카카오엔터 미래전략실장이 카카오엔터 측을 대표해 계약 문서 작성에 초기에부터 관여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같은 이례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했던 배경에 그룹 창업자인 김범수 센터장의 승인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검찰은 "카카오엔터 각자대표들이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액의 계약이 체결됐고, 바깥 사람인 배 전 총괄이 이를 주도해 SM과 계약을 체결한 점을 볼 때, 그 배경에는 김 센터장의 승인이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 전 대표는 "억지에 가깝다"며 "김성진 실장은 제 수족 같은 사람이다. 배 전 총괄 역시 남이 아닌, 회사를 잘 아는 사람이다. 계약은 회사 미래를 위한 판단이었고, 계약은 제가 검토한 것과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배 전 총괄로부터의 3분 통화만으로 계약 승인에 이른 점을 재차 지적하자, 김 전 대표는 "몇 분이면 설명에 충분하다"며 "당시 제게 중요한 건 유통권 확보, 글로벌 사업 확대, IT 협업 세 가지였다. 그 부분이 충족됐기에 긍정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김 센터장 측은 별도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 다음 공판기일은 다음 달 4일로 예정돼 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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