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세윤 기자]
사진=텐아시아DB
과거의 상처를 고백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특히 연예인에게는 대중 앞에서 아픈 기억을 꺼내는 일이 더욱 부담스러운 선택일 수 있다. 그런데도 힘들었던 경험을 털어놓는 이들의 용기에 대중의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6일 가희는 CBS 교양 '새롭게 하소서'에 출연해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가희는 "아빠는 너무 가부장적인 사람이었다. 하루는 엄마가 아빠한테 맞아서 이불에 피가 흥건하더라. 그거를 욕실에서 빨고 있는 기억이 아직도 난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그는 "몽둥이, 수도꼭지에 연결하는 호스, 벨트, 옷걸이 등 안 맞아본 도구가 없었다. 그리고 엄마도 그렇게 나를 때리셨다. 엄마도 너무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때 당시에는 사랑이 안 채워지니 도둑질도 하고 그랬다"고 고백했다.
사진=CBS '새롭게 하소서' 캡처
배우 진선규도 가정폭력 사실을 털어놨다. 진선규는 지난 2월 방송에서 가정폭력을 당했다고 고백하며 "가정 형편이 어렵고 힘든 것보다 부모님의 불화, 구타, 폭행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등학교 때 아버지에게 반항을 해봤지만, 그 스트레스가 모두 어머니한테 가니까 더 이상 반항도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사진=CBS '새롭게 하소서' 캡처
그룹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 역시 과거의 아픔을 방송에서 공개한 바 있다. 자우림은 2022년 채널A 예능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 "아주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고 밝혔다. 또 그는 "아버지가 목공소에서 매를 맞춰오셨다. 사이즈 별로. 굵기 별로. 화났던 것 중의 하나가 밖에서는 너무 좋은 아버지였던 거다. 그리고 모든 가족을 당신의 통제안에 두셨다. 대학생 때도 통금이 저녁 8시였다"고 고백했다.
사진=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캡처
과거의 상처를 털어놓는 연예인들이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텐아시아에 "예전에는 연예인들이 사적인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어려움을 솔직히 고백하고 위로받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용기를 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과거에는 가정폭력을 '집안일'로 치부했다면, 요즘은 사회적으로 중대한 문제로 인식되면서 가정폭력에 대한 위로와 지지의 분위기가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연예인들의 용기가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도 설명했다. 하 평론가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고립감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고,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해 절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유명인의 고백은 그들에게 '지금은 힘들어도 나중엔 나도 괜찮아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와 위로를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고백은 단순한 '과거 이야기'가 아니다. 상처를 숨기지 않고 드러낸 용기 있는 선택은 누군가에겐 생존을 위한 메시지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도 된다는 신호가 된다. 침묵 속에 갇혀 있던 목소리가 많은 이들의 어둠을 비춰주는 불씨가 되고 있다.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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