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아시안팝페스티벌·8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나란히 출연
올해 데뷔 10주년 보울스, 연말엔 泰 공연도 예정
올해 5주년 극아타, 작년 정규 1집 등을 통해 대세 밴드로 급부상
[서울=뉴시스] 더 보울스.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6.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지금으로부터 꼭 30년 전인 지난 1995년 4월5일 서울 홍대 앞 라이브 클럽 '드럭'에서 국내 인디 신이 태동했다. 당시 미국 얼터너티브 록밴드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1967∼1994)의 1주기 추모 공연이 열렸다. 홍대 앞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밴드들이 스스로 연합해 기존 음악 시장과 다른 새로운 에너지가 폭발한 기념비적인 날이다.
올해 인디 신은 음악 페스티벌의 재부흥과 함께 다시 들끓고 있다. 밴드 '더 보울스(The Bowls)'와 밴드 '극동아시아타이거즈'(극아타)는 특히 음악성과 개성으로 여러 페스티벌의 러브콜을 잇따라 받는 중이다.
특히 21~22일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열리는 '아시안 팝 페스티벌(아팝페) 2025', 8월 1~3일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예정된 '2025 인천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두 팀 모두 나온다.
올해 2회째인 '아팝페'는 차별화된 라인업으로 국내 음악페스티벌 신흥 강자로 떠올랐고, 펜타포트는 국내 페스티벌계 명실상부 터줏대감이다.
이런 페스티벌에 나란히 초청 받았다는 자체가 더 보울스, 극동아시아타이거즈의 라이브성을 방증한다.
더 보울스는 중학교 밴드 동아리 친구인 서건호(보컬·기타)와 박준성(기타)을 중심으로 윤현섭(베이스)·이설(드럼)·임성현(건반) 5인조로 구성됐다. 2015년 첫 EP '더 발라드 오브 보울린 보울스(The Ballad Of Bowlin' Bowls)'로 데뷔했다. 올해가 데뷔 10주년이다.
'2024 펜타 슈퍼루키' 톱6인 극동아시아타이거즈는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크라잉넛'을 시작으로 촉발된 1990년대 펑크 기운의 계보를 잇는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명지수(보컬·기타), 공격(베이스), 연광모(드럼), 강용혁(기타·Luke Kang) 등 개성 강한 네 멤버가 팀을 이뤘다.
최근 서울 망원동에서 두 팀을 동시에 만났다. 이날 제대로 처음 대면한 두 밴드 멤버들은 초반엔 수줍어했으나 음악 얘기가 깊어질수록 마주 보고 더 크게 웃었다.
더 보울스 서건호·박준성은 "친구들이랑 시작한 팀인데 10년이 되다 보니 진지해졌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긴 시간을 같이 보내왔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깊다"는 것이다.
극동아시아타이거즈는 2020년 데뷔했다. 이미 팀 결성 이전에 홍대 앞에서 활동한 멤버들이 뭉친 팀이고, 몇 차례 멤버 교체도 겪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여러 페스티벌과 정규 1집 '몽유호원' 이후 인디음악 팬들에게 제대로 각인되며 무섭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서울=뉴시스] 극동아시아타이거즈.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6.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팀에 가장 나중에 합류해 정규 1집 포스트 프로덕션을 맡고 팀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강용혁은 "극아타의 매력은 투명하고 솔직한 마음을 잘 담아내는 것인데, 정식 멤버가 된 이후에 형들의 에너지가 무대 위나 일상에서나 똑같다는 걸 확실히 알았다"고 웃었다.
음악가는 성격도 장르 따라 간다. AOR 풍의 세련된 음악에 포크, 블루스, 사이키델릭 등 다양한 장르의 감성을 아우르는 더 보울스 멤버들은 조용조용 수줍게 얘기한다. 1990년대 홍대 앞에서 이식된 펑크(punk) 문화를 수용해온 극동아시아타이거즈 멤버들은 대화 내내 운동감이 넘친다.
서건호·박준성은 극아타 멤버들을 바라보며 "무대에서 엄청 잘 노시는 모습을 봤는데 그런 지점은 저희가 연습을 해도 못하는 가장 약한 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극동아시아타이거즈는 반면 "정반대로 저희는 디테일하지가 않아요. 디테일이 갖고 있는 쫀쫀함이 저희와 너무 달라서 그런 부분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 역시 저희도 힘들 것 같다"고 웃었다.
홍대 앞에 다양한 장르가 태동하고 좋은 팀도 많이 생겼지만 예전에 신(scene)과 달리 각자도생하는 구조다. 선후배들이 만날 연결 고리도 거의 없다.
"저희가 막 시작했던 10년 전만 해도 클럽 공연 끝나면, 모두 뒤풀이 가서 인사 하고 같이 놀았거든요. 지금은 다른 팀과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이 없어졌어요."(더 보울스)
"저희 역시 마찬가지로 다른 팀 선배들과 어울릴 시간을 가질 기회가 없어요. 게다가 저희는 무대 위 모습과 달리 각자 성향 자체가 내성적이에요. 술도 잘 안 먹어서 일 끝나고 나면 밥 먹고 바로 집에 갑니다. 하하."(극동아시아타이거즈)
그런 이들에게 인디 30주년은 어떤 의미일까.
[서울=뉴시스] 극동아시아타이거즈.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6.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저희는 '로다운30', '와이낫' 형님들을 보고 음악을 시작했어요. 그 분들이 저희 아이돌이었죠. 그 때의 풍경과 지금 풍경이 많이 달라졌고, 여전히 인디에 대해 정의하기 힘들지만 계속 바뀌고 있는데 그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유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장르적인 측면에선 진짜 다양해진 것 같아요."(박준성)
"통제되지 않는 음악들이 계속 나오는 것이 인디라면 그게 우리나라에서 또 인기가 있다면 되게 좋은 일인 것 같아요. 근데 아쉬운 측면은 공간이 많이 사라졌다는 거예요. '어디에 가면 이런 밴드들을 볼 수 있다'라고 하는 문화가 완전히 없어졌어요."(서건호)
"저희 어릴 때 '인디 문화'라고 하면 용광로처럼 다 섞여 있었던 기억이 나요. 지금은 숲처럼 여러 장르가 각자 돋아나고 있다고 할까요. 또 30년이 흐른다면, 더 큰 숲이 돼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크라잉넛 형님들의 30주년은 정말 의미가 크죠. 저희는 크라잉넛을 보고 자란 세대고 형님들을 보면서 밴드를 꿈 꿨으니까요."(명지수)
"사실 흐름이 달라진 건 인디 밴드 신만 아니에요. 시대 자체가 많이 바뀌지 않았나 생각해요. 예전엔 한 팀이 빵하고 크게 떠서 신을 이끌고 갔다면, 지금은 서로의 자리에서 각자 해나가는 걸 서로 서서 지켜보는 것 같아요."(연광모)
"이제 홍대 앞은 익숙해질만 하면 바뀌는 문화가 생겼어요. 세상이 빠르게 바뀌는 만큼, 여기도 빠르게 바뀐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빨리 많이 변하고 있어서 전 아직도 따라가지 못한 상태죠."(공격)
"두 마음이 공존해요. 변화에 적응을 해야 하나, 아니면 내가 하고 싶은 걸 유지를 해야 되나. 그 두 부분이 적절하게 블렌딩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크라잉넛 형님들이 예죠. 예전엔 진짜 과격한 공연들도 많이 하셨는데 요즘엔 젊은 세대들이 하는 거 다 받아들이시면서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 하시잖아요. '30주년인데 5주년인 저희보다 젊으시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강용혁)
30주년이 흘렀지만, 음악계에서 인디에 대한 정의는 여전히 화두다. 팀 인기나 제작 규모가 아닌 '주체적인 음악 만들기'(independent)에 방점이 찍힌다면 언더 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유명하지 않은 팀들이 인디가 아닐 수도 있고, 이미 메이저에 진입해 대형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스타 팀들이 여전히 인디일 수 있다. 인디 데뷔, 메이저 데뷔가 확실히 구분된 일본 음악 시장과 달리 국내엔 그 경계도 애매하다.
명지수는 "자기를 표현하는 데 음악을 사용한다면 인디밴드"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더 보울스.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6.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해외에서 산 경험이 있는 강용혁은 "(해외와 한국의) 인디라는 단어 쓰임이 너무 다른 게 너무 괴리감이 컸다"고 했다. "국내 한 전시에서 미술관 전체를 휴지로 덮은 사건이 있었어요. '이게 작품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쟁이 붙었죠. 국내 인디에 대한 개념 정리는 그 현장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의미 부여가 힘든데 너무 개념적인 단어로 잡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밴드에 프로듀서가 생기면 더 이상 인디가 아닌가' '협업을 하면 더 이상 인디가 아닌가' 등에 대한 논의가 그렇죠. 인디는 스스로를 인디라 칭하면 인디가 아닐까 싶어요."
박준성·서건호 역시 뮤지션 본인들 스스로 인디로 규정 짓는 여부가 중요하다고 했다. 박준성은 특히 "지금 위상이 어떻든 인디밴드의 시작엔 인디다운 모멘트가 있어야 해요. 그걸 시작으로 빌드업을 해야 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그걸 갖고 있는 실리카겔, 잔나비, 혁오 등은 여전히 너무 멋진 인디 밴드이고 정말 리스펙트할 부분입니다."
최근 국내 인디 신이 활성화가 돼 있지 않다고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현저히 줄어든 지원 시스템, 프로그램이다. 자녀 둘을 키우고 있는 공격이 예술인협회에 등록해 주말에 공연하는 동안 망원 아이돌봄센터를 이용하고 있지만, 이건 인디음악인들이 아닌 예술인 지원에 해당한다.
두 팀 멤버들은 지원이 필요한 항목으로 "아티스트들끼리 협업을 잘할 수 있는 환경 구성" "공연장 지원 사업" "인디 공연 관객 티켓값 지원" "건보료(건강보험료)·종소세(종합소득세) 현실화" 등을 꼽았다.
더 보울스와 극동아시아타이거즈가 인디 신에서 핫한 팀들인 이유는 여러 곳에서 공연 러브콜이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다.
보울스는 올 연말에 태국에서 공연이 예정됐다. 방콕 밴드들과 협업도 할 예정이다. 클럽 투어를 돌고 있는 극동아시아타이거즈는 오는 28일 KT&G 상상마당 춘천 사운드홀에서 공연하는 데 이어 7월6일 KT&G 상상마당 홍대 라이브홀에서 서울 앙코르 공연을 연다.
그 중에서도 아팝페와 펜타포트는 두 팀에게도 의미가 남다르다. 젊은 세대가 경험하고 인증하는 문화를 중시하면서 음악 페스티벌은 그 정점 중 하나가 됐는데 아팝페와 펜타포트는 장르에 치우치지 않은 탄탄한 뮤지션 라인업으로 다양성에도 힘을 보탠다.
"아팝페는 이번 라인업이 환상적이에요. 거기에 저희가 속해 있어서 너무 감사하죠. 이름부터 멋있고 뚝심이 있잖아요. 이번엔 (일본 밴드인) 램프를 가장 보고 싶고요. 펜타포트는 (무더위가 절정인) 8월엔 체력 이슈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한 축제예요. 하하. 너무 좋은 축제라 제대로 하고 싶어 체력을 단련하고 있습니다."(더 보울스)
"작년에 운 좋게 '펜타 루키'가 됐는데 펜타포트는 밴드들에게 상징적인 곳이죠. '멋진 밴드'의 인증 같다고 할까요? 밴드들이 바라는 페스티벌의 꼭짓점이죠. 아시안팝페스티벌은 페스티벌 중에 '제일 깔끔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정말 나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예요. 이곳에 출연하게 됐다고 그간 너무 자랑하고 싶었어요. 오래 버텨준 펜타포트에게도 감사하고, 새로 생긴 아시안 팝 페스티벌에도 감사해요."(극동아시아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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