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8일만 야당과 소통하며 협치 의지 강조
1시간45분간 오색 국수 회동…대통령실 "통합 의미"
김민석 총리 인준·2차 추경 신속 처리 등 요청
야 "김민석 청문 태도 등 문제…심사숙고해야"
李 "해명 지켜봐야…가족 신상 검증에 인선 고충"
김용태 "임기 뒤 재판받는다고 약속해달라" 등 7개 제안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한남동 관저에서 여야 지도부와 오찬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이 대통령,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6.22.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은 김경록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여야 지도부와 오찬을 겸한 회동을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민생 회복과 경기 부양을 위한 협치 의지를 드러내며 김민석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과 2차 추경(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국정 전반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오찬 직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회동은 낮 12시부터 오후 1시45분까지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오찬에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 수석이 배석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여야 지도부에게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결과를 설명하고, 참석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와 관련한 의견도 나눴다.
이 대통령은 "G7 회의는 의외로 많은 환대를 받았다. 국제적으로 관심이 꽤 많은 상태였던 것 같고, 우리 입장에서는 대한민국의 혼란상이나 위기 상황이 정리가 됐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며 "특히 G7이 관심 갖고 있는 민주주의의 가치나 회복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교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를 떠나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차 추경안의 조속한 국회 심사·처리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꽤 오랫동안 대한민국 경제가 매우 어려워서, 국민들께서 어려움이 매우 크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공감하실 것 같다"며 "추경안 등 정책은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조정할 수 있는 것은 조정하고, 최대한 공감할 수 있는 점들은 노려해서 가능하면 신속하게 현재 어려운 상황을 함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야당은 김 총리 후보자의 자질과 태도를 문제 삼았다. 송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을 향해 "김 후보자가 청문회에 임하는 자세와 태도 부분은 대통령께서 분명히 인지를 하고 계셔야 할 것 같다"며 "이런 분이 총리가 된다면 여야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심사숙고하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그는 "아직 총리 후보자는 청문회도 하기 전이다. 그런데 후보자가 정부 부처의 업무 보고를 받는다는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가 됐다"며 "또 정부 부처의 차관을 대동하고 행사를 나가는 일도 지금 나오고 있다. 벌써 총리가 다 됐다라고 국민들이 느끼실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사 청문 대상자가 청문회에 필요한 자료 제출은 하지 않고 청문위원을 조롱하고 비아냥대는 글을 올리고 있다"며 "역대 어떤 총리 후보자가 이런 식으로 행동했는지 제가 알지를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송 원내대표는 또 국회 원 구성 문제와 관련해 법제사법위원장을 야당 몫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 대통령은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서는 "청문 과정에서 본인의 해명을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고 우 수석은 전했다.
이어 김병기 원내대표가 언급한 인사청문 제도 개선에 대해 공감을 표하며 "특히 가족 신상까지 다 문제 삼는 분위기 때문에 능력 있는 분들이 입각을 꺼린다"는 고충도 설명했다고 한다.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서 여야 간 협상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외에 이 대통령은 대선 시기 양측의 공통 공약은 즉시 실행하자고 제안했고, 여야 지도부는 "검토해 보겠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 오찬에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6.22. myjs@newsis.com
김용태 위원장은 사법부 독립 문제를 포함한 7가지를 이 대통령에게 제언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의 대통령 재판 관련 입법 추진에 제동을 거신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재임 전(부터) 진행 중인 재판의 진행 여부에 대해 사법부의 헌법 해석에 전적으로 맡긴다는 것, 만약 사법부가 재판을 연기한다면 임기가 끝나고 재판을 받겠다는 것을 약속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이 현 정부에서 재정 주도 성장으로 재현되지 않기를 요청한다"며 "정부의 확장 재정이 물가 상승을 가중할 수 있다는 점을 면밀하게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추경안에 대해서는 "진짜 성장을 내세우면서도 소비 쿠폰, 지역상품권, 부채 탕감이 추경의 약 60%를 차지한다"며 "특히 빚 탕감 1조1000억원은 성실한 채무 상환자에게 박탈감을 줄 수 있고, 채무 상환 기피 현상을 조장할 수 있기에 보다 정의롭고 창조적인 해법을 여야가 함께 논의하자"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요구에 별도의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예민한 사안에선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의 대화가 진행된 것은 아니다"며 "그럼에도 그간 대화가 단절된 여야 관계, 또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 정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큰 진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식사 메뉴로는 국수가 제공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매우 다양한 색깔의 국수가 나왔는데 통합의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며 "사무적 분위기가 아닌 상당히 솔직하게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 선서 당일 국회에서 각 정당 대표와 점심을 함께했다. 18일 만에 오찬을 겸한 회동 날짜를 다시 잡은 건 야당과 격의 없이 소통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돼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도 언론에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가능하면 좀 많이, 빨리 뵙자는 입장이었다"며 "다른 야당들도 한꺼번에 보자는 요구들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밀도 있게 말씀을 들어보려면 따로 뵙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제가 서둘러 뵙자고 부탁을 드렸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교섭단체가 아닌 야당 지도부와도 적절한 시기에 별도의 만남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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