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에 대한 비과학적 공포가 여전히 대중 인식에 깊이 자리하고 있어 상어 개체 수 감소와 멸종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상어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상어에 대한 비과학적 공포가 여전히 대중 인식에 깊이 자리하고 있어 상어 개체 수 감소와 멸종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4억 년 이상 해양 생태계의 정점 포식자로 역할한 상어의 소멸은 전체 해양 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영화 ‘죠스’ 개봉 50주년을 맞아 상어 보호의 필요성과 대중 인식 전환의 중요성을 조명했다.
1975년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죠스’는 상어를 인간을 위협하는 괴물로 묘사하며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단순한 흥행 성공을 넘어 상어에 대한 대중 인식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과학계의 이목도 집중됐다.
데이비드 시프먼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연구원은 “당시 일부 사람들은 발목 정도 깊이의 바닷물에도 들어가기를 두려워했고 수영장조차 꺼렸다고 말할 정도”라고 회상했다. 그는 “동시에 개봉한 스타워즈에 등장한 ‘데스스타’에 대해서는 아무도 현실적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현상은 흥미롭다”고 말했다.
시프먼 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을 ‘죠스 효과(Jaws effect)’라고 설명했다. 허구적 묘사가 실제 사회 인식과 정책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상어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는 여전히 널리 퍼져 있고 때로는 유사과학 수준의 주장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프먼 연구원에 따르면 상어는 지난 50년간 인류 역사상 최악의 개체 수 감소를 겪고 있다. 상어는 생태계에서 상위 포식자로서 다른 어종의 개체 수를 조절하고 해양 먹이사슬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시프먼 연구원은 “상위 포식자가 사라지면 생태계 전체가 붕괴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인간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 수십억 인구가 해양을 주요 식량 공급원으로 삼고 있고 수천만 명이 해양 산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한 바다는 곧 인간 생존의 기반”이라고 덧붙였다.
상어 개체수 감소의 원인으로는 어업 관행을 지목했다. 그는 “해양 생물다양성에 대한 최대 위협은 남획”이라며 “상어뿐 아니라 해양 전체를 살리기 위해선 지속가능한 어업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어 보호를 위한 ‘소비자의 선택’도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시민이 지속가능한 수산물을 선택하는 것이 정책 변화를 이끄는 출발점이라는 설명이다.
상어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언론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중은 대부분 자극적인 언론 보도나 근거 없는 소문을 통해서만 상어를 접한다”며 “언론이 상어의 생태적 중요성과 과학적 사실을 중심으로 보도한다면 공포 대신 이해를 바탕으로 한 보존 노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상어는 인간에게 위협이 아니라 해양 생태계를 지키는 동반자”라며 “아직 늦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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