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6번째냐, 첫번째냐…한 판에 1억4000만원 희비 엇갈려춘란배 결승 2국에서 박정환 9단(오른쪽)과 양카이원 9단이 대국하고 있다.(사진 한국기원 제공)
(MHN 엄민용 선임기자) '집념의 승부사' 박정환 9단이 패배의 벼랑 끝에서 우승의 희망을 건졌다.
지난 20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제15회 춘란배 세계프로바둑 선수권대회 결승 3번기 제1국에서 중국 양카이원 9단에게 완패를 당했던 박정환 9단이 22일 속개된 결승 2국에서는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이날 대국도 힘든 한 판이었다. 결승 1국 때처럼 박정환 9단이 초반부터 미세하게 밀리는 흐름이었다. 중반 이후 인공지능 승부 예측에서 승률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는 등 패색이 짙어 갔다.
그러나 세계대회 첫 우승의 기대감에 짓눌린 탓인지 끝내기에서 양카이원 9단의 실수가 나왔다. 변수를 만들지 않겠다는 식으로 침착하게 둔 수들이 되레 완착이 됐고, 박정환 9단이 그 빈틈을 파고들어 단박에 형세를 뒤집었다. 일단 승기를 잡은 박정환 9단은 이후 깔끔한 마무리로 285수 만에 흑 2집반승을 거뒀다.양카이원 9단의 손길이 하변을 향하고 있다. 이전까지 인공지능은 백의 확고한 우세를 예측하고 있었다.(사진 바둑TV 캡처)
양카이원 9단이 176수로 하변에 착점한 이후 인공지능 승률 그래프는 흑쪽으로 확 기울었다.(사진 바둑TV 캡처)
박정환 9단이 183수로 상벽에 착점하고 있다. 이 수 이후 박 9단은 침착하게 승리를 닦아 갔다.(사진 바둑TV 캡처)
양카이원 9단으로서는 다 잡은 물고기를 너무 좋아하다 놓친 셈이 됐고, 박정환 9단으로서는 패배의 끝에서 우승의 기회를 선물받은 걱이 됐다. 이로써 두 사람은 1승과 1패를 주고받으며 15번째 대회 우승자를 23일 최종국에서 가리게 됐다. 박정환 9단이 이길 경우 2021년 삼성화재배 우승 이후 3년 7개월 만에 들어올리는 생애 6번째 세계대회 우승컵이고, 양카이원 9단이 승리한다면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세계대회 챔프에 등극하게 된다. 우승상금 15만 달러(약 2억 400만 원)에 준우승 상금 5만 달러(약 6800만 원)로, 한 판이 1억 4000만 원짜리 승부이기도 하다.
중국바둑협회가 주최하고 춘란기업이 후원하는 제15회 춘란배 세계프로바둑 선수권대회의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 30분에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덤은 중국룰에 따라 7집반이 주어져 백이 다소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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