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적 협상 어려워지자 결정…이란, 맞대응 가능성 커
트럼프 지지층 반대여론 부담, 지상군 파견 일단 선그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이란 핵시설 공습 사실을 확인하는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로이터=뉴스1
"2주가 이틀이 됐다."
21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단행된 미국의 이란 핵 개발시설 공습을 두고 BBC를 비롯한 외신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앞으로 2주 안에 이란 핵시설 공격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외교적 해법에 대한 의지를 거듭 밝힌 지 이틀 만에 공습이 단행됐다는 점에서다.
특히 미국 미주리 기지를 이륙한 미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 여러대가 37시간 동안 여러차례 공중 급유를 받으며 쉬지 않고 비행해 이란 핵시설을 공습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2주 시한'을 언급한 직후 B-2 폭격기가 출격한 것으로 추정된다.트럼프 대통령의 '2주' 발언이 이미 이란 핵시설 공격으로 결정이 기운 상태에서 나온 연막작전이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공습'을 결단한 것은 이란에 시간을 더 주더라도 원하던 협상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과 이스라엘의 거듭된 지원 요청 때문으로 보인다. 임기 초반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미국 정치권 내부의 초당적 공감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란은 현재 순도 60%의 농축 우라늄을 408㎏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정도 양이면 3주 안에 핵무기 9개를 제조할 수 있다. 이란은 지난 12일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핵시설 자체 폐기 촉구에 이렇다할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만이 깰 수 있다는 이란 포르도 핵시설에 벙커버스터 GBU-57가 역대 첫 실전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백악관이 21일(현지시간) 공개한 백악관 상황실 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댄 케인 합참 의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미 백악관
결국 이란의 핵 억제를 명분으로 이스라엘이 먼저 공습을 시작했지만 이란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이상 미국이 개입하지 않고선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미국의 공습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은 중동과 그 너머를 번영과 평화의 미래로 이끌 수 있는 역사적 전환점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이른바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도망간다)'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데 승부수를 띄웠던 이란으로선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의 전면전까지 각오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란 입장에선 어떤 식으로든 미국에 대한 보복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향후 관건은 이란의 대응과 확전 여부다. 이란이 중동 내 미군기지에 대한 반격에 나서거나 미국 국적 민간인을 향한 공격 또는 테러를 시작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추가 공격에 나설 수밖에 없다. 2000년대 초반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시작한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 등에서 엄청난 비용과 장병 희생을 감당해야 했던 미국에선 전쟁 거부감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다.
미국의 이란 공격 지도/그래픽=최헌정
이란 포르도 핵시설 위성 사진. /로이터=뉴스1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취재진을 만나 "가정 원하지 않는 것이 지상군 파견"이라며 지상군 투입에 선을 그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이란과의 외교 접촉에서 핵시설 공격이 미국 계획의 전부이며 이란 정권 교체는 계획에 없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확전에 대한 미국의 부담감을 드러내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가급적 해외 분쟁에 끼어들지 않고 국내 현안과 경제 건설에 집중하겠다는 공약으로 재집권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지지층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공습 이후에도 이란이 핵개발을 이어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지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CNN은 "이란이 농축 우라늄 일부를 숨겨뒀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기본적인 핵 장치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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