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 공군 대장 댄 케인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란 공격 작전인 '미드나이트 해머'의 세부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세상이 전혀 모르는 사이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돌아왔다."(미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
22일 늦은 오후(현지시간) 이란 핵 시설 3곳을 공격한 주역인 미국 B-2 폭격기 조종사들이 미주리주에 착륙했다. 사상자는 '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훌륭한 임무를 완수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격려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란의 핵시설 피해가 "엄청났다. 타격은 강력하고 정확했다"고 자축했다.
주요 외신들을 종합하면 미국이 포르도, 이스파한, 나탄즈 등 3개 핵 시설을 공습한 작전명 '미드나이트 해머'의 핵심 장치는 한마디로 눈 속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의 사설클럽에서 동부 표준시로 21일 토요일 오후 최종 명령을 내렸다. 공격 시기는 "모든 사람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
22일 3만 파운드(약 13톤)의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할 수 있는 유일한 전투기인 미 B-2 폭격기 편대가 태평양을 건너 서쪽으로 비행했다. 항공 추적 데이터에 이 폭격기들이 포착되자 이슬람 공화국을 협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움직인 것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에 따르면, 실제로는 전술적 기습 공격을 위한 미끼였다. 이 비행기들이 모든 관심을 끄는 동안 또 다른 B-2 편대가 말 그대로 레이더에 잡히지 않고 동쪽으로 비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 시설에 대한 미군의 폭격 이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JD 밴스 부통령,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 시설은 완전히 파괴됐다"면서 "이란이 평화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더 큰 비극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뉴스1
이날 새벽 12시 30분 B-2 폭격기가 이란 영공에 진입하는 순간 아라비아해에 있는 칼빈슨 항공모함 타격 전단의 잠수함이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24발을 발사하며 공습이 시작됐다. B-2 폭격기는 오전 2시10분에서 2시35분 사이 목표물을 타격했다. 그 직후 토마호크 폭격기가 이스파한에 도착했는데, 이는 B-2 폭격기가 기습 공격을 지속할 수 있게 적절한 시간 간격을 유지한 것이었다.
이번 작전에는 총 125대의 항공기가 동원됐고 잠수함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미사일을 이용한 공격이 이뤄졌다. 총 14개의 대규모 벙커버스터가 투입됐는데, 미군도 벙커버스터를 직접 전투에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헤그세스 장관과 합동참모본부 의장인 댄 케인 공군 장군에 따르면 37시간에 걸친 이번 비행시간은 B-2 스텔스 폭격기 작전 역사상 두 번째로 길었다. 최장 비행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초기인 2001년 10월의 40시간 왕복 비행이다.
사전 암시는 없었다. 백악관은 19일 트럼프 대통령이 "2주 내" 공격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힌 터라 이란은 미국의 직접 공격까지 시간이 더 남은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주말마다 백악관을 자주 비웠던 트럼프 대통령이 21일 이례적으로 뉴저지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와 상황실 회의에 참석했고 그 자리에는 JD 밴스 부통령,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행정부 핵심인사들이 일제히 함께했다. '2주 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막 장치 중 하나였던 셈이다.
민간 위성업체 막사 테크놀로지가 22일(현지시간) 촬영한 이란 포르도 핵시설 전경. 왼쪽 중하단 미국의 벙커버스터 폭탄이 투하된 지점으로 추정되는 위치에 구멍 6개와 잔해가 보인다. /로이터=뉴스1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번 작전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파괴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정권 교체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의 요청이 있을 때 대비할 수 있도록 수개월, 수주에 걸쳐 위치 선정과 준비를 했다"며 "엄청난 정밀성과 최고 수준의 작전 보안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NBC '미트 더 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작전으로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추가 공격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전 미국 중부사령부 사령관이자 현재 중동연구소 연구원인 조셉 보텔은 작전을 평가한 후 다시 공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 군사적 목표 설정 과정에서 목표물을 타격하고 평가한 후 필요한 경우 재공격해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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