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김종학 기자]
<앵커> 미국의 이란 핵 시설 폭격 이후 전 세계 원유 시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중동에서 원유를 실어나르는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이 봉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뉴욕 특파원 연결하겠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정말 막히는 겁니까?
<기자> 이란 의회가 어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안을 추진하기로 했고,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기는 "미국이 매우 큰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강력 반발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지금까지 월가에서 가장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나리오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현재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없다면 정권교체가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RBC캐피탈 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전략가는 이란이 수중에서 선체 부착하거나 수면에 띄울 수 있는 최첨단 기뢰를 보유하고 있어 실질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알려진대로 이 일대는 이란과 아랍에미리트까지 30킬로미터 남짓한 비교적 얕고 좁은 운송 통로로, 기뢰 설치나 미사일 공격으로 선박 운항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당장 이란 의회가 해협 봉쇄 움직임에 나서면서, 일요일인 22일, 국제 유가 벤치마크로 쓰이는 북해산 브렌트유의 근월물 선물 가격은 3%대 급등하는 등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 원유와 석유 제품이 하루 2천만 배럴 규모로 지나는 길목이 막힐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공동해양정보센터는 미국 관련 선박 위험도를 '높음'으로 격상하는 등 대비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앵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 시설이 완전히 파괴되었다는 연설 이후에, 정권 교체까지 언급했습니다. 핵 협상이 목표였던 것 아닌가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은 이번 공격을 함께 논의했던 JD밴스 부통령과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과 다른 맥락의 발언입니다.
이날 JD밴스 부통령은 미 NBC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과 전쟁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이란 핵 프로그램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들어보시죠.
[J.D 밴스 미 부통령 (NBC, 현지시간 22일) “말이 되는 것은 그들이 협상 테이블에 나와서 실제로 장기적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만약 그들이 그렇게 할 의향이 있다면, 그들은 미국에서 기꺼이 협력할 파트너를 찾을 것입니다”]
J.D 밴스 미 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가장 큰 레드라인은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이라고 규정하고 외교적 해결이 남아 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폭스 뉴스를 통해 “이란이 핵무기를 가지려 한다면 정권에 위험이 될 것"이라며 강경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이란에 전화하길 권고한다”며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가 높은 중국이 이 사태의 중재자로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공격에 대해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협했다고 비난했지만, 이란과 거래 과정에서 경제적 손실을 고려해야하는 딜레마에 놓여있기도 합니다.
실제 이 해협을 통해 아시아로 향하는 원유가 84%, 특히 이란산 원유를 거의 대부분 흡수하고 있는 중국에게 가장 직접적 영향이 가해지는 길목입니다.
JP모건과 도이체방크, 골드만삭스 등 월가 기관 들은 제재 수위에 따라 가장 극단적인 경우 해협 봉쇄로 전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다가오는 7월초 관세 협정까지 엮여있다보니까 사안 해결이 당장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긴장 수위가 상당기간 지속될 위험이 높은 상황인데, 국제 유가, 에너지 시장에 대한 현재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이번 사태와 관련해 JP모건과 골드만삭스의 유가 전망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120달러에서 많게는 150달러까지 단기간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상황이 실질적인 해협 봉쇄 없이 양측간의 위협과 심리적인 영향만 주고받을 경우 현재의 배럴당 70달러대에서 장기간 머무를 수 있다는 기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직접 타격할 경우 배럴당 90달러, 이란이 미군 기지에 보복하거나 해운 선박 운항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하면 배럴당 100달러까지도 오를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이런 예측은 도이체방크, 씨티도 같은 관점으로, 마이클 슈에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인프라 공격의 경우 두 달 간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도 보고 있습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정학 위기가 유가에 배럴당 10달러 정도 반영되어 있는 상태이고, 천연가스 가격 역시 관련 위험을 10~15% 반영한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JP모건은 과거 주요 산유국의 정권교체 과정에서 유가가 평균적으로 76% 급등했다는 사례를 들어 이번 위기로 인한 가격 폭등이 실현될 위험성을 여전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비관적인 전망들이 커지고 있지만,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입니다.
앞서 미국의 공습 직후 사안에 대해 가장 먼저 보고서를 냈던 RBC 캐피탈 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전략책임은 과거 이란이 2019년에도 유조선 침몰을 포함한 공격이 가능했지만 경고에 그친 점을 들어 사태 해결의 열쇠가 남아있다는 평가도 함께 내놨습니다.
원유 전문 분석 기관인 케이플러(Kpler)의 매트 스미스 석유 애널리스도 “해협을 차단하면 유일한 수입국인 중국으로 수출을 막하 자해행위가 될 수 있다”면서 극단적인 경우 체제 위협 조건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아직 유효합니다.
골드만 삭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비교해 이번 사안으로 인해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유럽과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0.2%포인트 오를 수 있다고 예상하는 등 전세계 경기 둔화 충격에 대한 공포도 커질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김종학 기자 jh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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