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硏 나노바이오팀
금·철 활용한 나노디스크 구조
쥐 실험서 종양 시간대별 추적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에 공개
정상 조직 손상 등 부작용 있는
기존 치료법의 한계 극복 '주목'
환자 유전체별 맞춤형 치료 가능
이은숙 박사후연구원(왼쪽)과 이진형 박사후연구원(오른쪽)이 나노 디스크 합성을 위한 임프린팅 장비를 관측하고 있다. /표준원 제공
수술이나 항암제 등 기존의 암 치료법은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조직까지 훼손해 부작용이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최근 국내 연구팀이 이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물질을 개발했다. 금(Au)과 철(Fe)을 조합해 암 진단과 치료, 면역반응 유도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디스크 모양의 다기능 나노물질 개발에 성공하면서다. 진단과 치료 중 한 가지 기능만 수행하던 기존 나노물질에 비해 치료 효율이 높아 나노기술을 응용한 차세대 암 치료 플랫폼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별 맞춤형 치료 가능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나노바이오측정그룹 연구팀이 암 부위의 위치와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치료하고 면역 반응 체계도 활성화할 수 있는 나노물질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화학공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에 공개됐다.
현재 항암 치료에는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방식이 주로 쓰인다. 하지만 이 치료법은 암 부위뿐만 아니라 정상 조직까지 손상을 가해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나노물질을 응용한 암 치료는 기존 치료법이 가진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나노물질 물리·화학 특성을 이용하면 암세포와 병변 부위를 정밀히 표적해 약물을 전달하고 제거할 수 있다. 환자별 유전체를 고려한 맞춤형 치료도 가능해 기존보다 부작용은 낮으면서 효과는 한층 뛰어난 치료법으로 평가받는다.
표준연 나노바이오측정그룹은 암 부위 위치·상태를 실시간 확인해 치료하고, 면역 반응 체계도 활성화하는 새로운 나노물질을 개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나노물질은 금 사이에 철을 넣은 삼중층 구조의 나노디스크(AuFeAuNDs)다. 나노물질의 형태가 원판 가운데에 철을 끼운 꼴로 설계돼 기존 구형 물질보다 구조적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또한 종양 부위에 자석을 대면 철의 자성으로 인해 나노물질을 쉽게 끌어당길 수 있어 치료 효율을 한층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나노디스크는 광음향 영상(PA) 기능을 탑재해 종양의 위치와 물질 전달 과정을 실시간 관측할 수 있다. PA는 나노디스크에 빛(레이저)을 쏜 후 열로 인해 발생하는 진동(초음파)을 영상화하는 기술이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나노물질이 종양 부위에 도달하는 시점에 맞춰 치료를 수행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실제 연구진은 쥐 실험에서 PA 기능으로 종양 부위에 나노입자가 축적되는 과정을 시간대별로 추적해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시점이 물질 투여 후 6시간이라는 점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치료 후 면역 반응 물질 유도
이번 나노디스크는 서로 다른 기전의 치료 방식을 유기적으로 수행해 단일 요법만 가능한 물질에 비해 여러 형질의 암세포를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나노물질은 금 입자에 열을 가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광열 치료(PTT)만을 활용했지만, 연구진이 개발한 나노디스크는 철의 성질을 이용해 종양 내부에 산화를 일으키는 화학역동치료(CDT)와 페롭토시스 치료까지 가능하다. 치료 후에는 면역 반응 물질도 유도한다. 이번에 개발한 나노디스크는 암세포가 사멸할 때 경고 신호(DAMPs)를 방출하게 만들어 우리 몸이 동일한 암세포를 기억하고 재발할 시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실제 쥐 실험에서 나노디스크를 통해 경고 신호를 생성한 결과, 면역 세포의 수가 최대 3배가량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는 암 진단 시장 확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는 글로벌 암 진단 시장이 2023년 151억3000만 달러에서 2032년 31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나희경 표준연 나노바이오측정그룹 책임연구원은 “일반 나노물질은 단일 원소로 구성돼 한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며 “개발된 물질은 금과 철의 물성을 복합적으로 이용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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