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이끄는 '1인 창업'
1인 스타트업 비율 10년 새 2배
코딩 초보자도 AI 이용해 창업
'속임수AI'로 아마존 면접 합격한
美 한인 창업자도 수백억원 조달
韓은 2인 이상 스타트업만 지원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에서 ‘솔로프러너(Solopreneur)’로 불리는 1인 창업자들이 수백억원대 자금을 유치하는 데 잇달아 성공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통한 업무 효율화로 1인 창업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배로 늘어난 1인 창업 비율
23일 테크업계에 따르면 최근 1인 창업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익숙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스타트업 지원 플랫폼 기업인 카르타에 따르면 2015년 전체 스타트업의 17%에 불과한 1인 스타트업 비율은 지난해 35%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한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내년이면 1인 기업이 AI를 활용해 10억달러 규모로 성장시킬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버 뉴욕 지사장 출신인 조시 모어는 AI를 이용해 1인 창업에 성공한 대표 사례다. 그는 2023년 음성 요약 앱인 웨이브AI를 출시한 뒤 8개월 만에 월 매출 33만달러(약 4억원)를 내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마케팅·사업 이력만 갖고 있던 그는 창업 당시 프런트엔드(사용자가 보는 유저인터페이스)와 백엔드(눈에 보이지 않는 뒷단) 개념을 모를 정도로 개발 지식이 없었다. 그러나 챗GPT로 코딩을 독학한 결과 결국 혼자 앱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스라엘 개발자 마오르 슐로모(31)가 창업한 바이브코딩(자연어 코딩) 플랫폼 기업 베이스44는 지난 20일 설립 6개월 만에 현지 홈페이지 개발 기업 윅스에 8000만달러(약 1100억원)에 매각됐다. 슐로모는 베이스44의 첫 버전을 혼자 개발했고 이후 직원 8명을 추가로 고용했다.
◇TIPS 지원은 2인 이상만
‘AI 부정행위 취업’으로 논란이 된 한인 로이 리(한국명 이정인·21세)가 이끄는 스타트업 클루엘리는 소수 직원만으로 시리즈 A 라운드 투자에서 1500만달러(약 206억원)를 조달했다. 미국 대표 벤처캐피털(VC)인 앤드리슨호로위츠(a16z)가 라운드를 주도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로이는 올해 2월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 ‘인터뷰코더’를 이용해 아마존 면접에 합격했으나 그 과정을 공개한 뒤 취소 통보를 받았다. 그가 이용한 인터뷰코더가 사용자의 면접 문제를 실시간으로 풀어주는 부정행위였기 때문이다. 로이는 인터뷰코더를 확장해 지난 4월 시험과 면접, 영업 등 다양한 상황에서 상대를 속일 수 있는 AI서비스 클루엘리를 만들었다. a16z는 클루엘리에 대해 “의도적인 전략과 의도를 통해 인상적인 브랜드를 창출했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1인 사업가 커뮤니티인 ‘솔로프러너’에서 230명이 넘는 1인 창업가와 예비 창업자들이 창업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조시 김 솔로프러너 대표는 “뉴스레터나 강의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이 많지만 혼자 앱을 개발하는 1인 기업도 많다”고 말했다.
국내 솔로프러너가 적절한 정책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 팁스(TIPS)와 사전 지원프로그램인 프리팁스(Pre-TIPS) 지원 대상을 2명 이상으로 구성된 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프리팁스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은 연구개발(R&D) 자금 최대 1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쇼핑몰 운영자, 프리랜서, 유튜버 등 1인 자영업자는 중기부가 제공하는 ‘1인 창조기업’ 정책을 지원받을 수 있고, 독자 R&D를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혼자서 현실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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