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에 배경훈 LG AI연구원장
중기부에 한성숙 前 네이버 대표
실무 이끈 즉시 투입가능 전력
기술개발·경영전반 이해도 높아
소버린AI 등 경쟁력 강화 방점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가 2023년 LG AI연구원장으로서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 네이버 제공
이재명 정부의 정보기술(IT) 내각이 진용을 갖췄다. 인공지능(AI) 분야를 중심으로 현업 전문가들을 대거 전면에 포진시켰다. 실용주의에 입각한 인선으로 소버린AI와 이를 기반으로 한 AI 3대강국(G3) 도약을 위해 힘을 싣는 모양새다.
23일 이재명 대통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에 배경훈(49) LG AI연구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는 한성숙(58) 전 네이버 대표를 지명했다. 또 다시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기업 출신이 깜짝 발탁됐다.
배 후보자는 AI 기술개발과 경영관리 양 측면에 모두 역량을 지닌 전문가다. 광운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면서 소프트웨어(SW) 개발 역량을 쌓았고 컴퓨터비전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컬럼비아서던대에서 MBA를 취득하고 스탠포드대 최고프로젝트경영 과정을 수료했다.
벤처업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배 내정자는 삼성탈레스 입사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 AI 관련 프로젝트를 일찍이 수행했다. 자율주행을 위한 지형인지·사물인식 등을 연구하며 4년 동안 과학기술논문색인(SCI)급 논문 10편을 낼 만큼 왕성하게 활동했다. 이어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겨 일상생활과 밀접한 프로젝트를 통해 딥러닝 적용영역을 넓혀나갔다.
배 후보자는 2016년 LG에 합류해 AI를 곳곳에 적용함으로써 LG그룹 내에서 AI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 특히 2020년 출범한 LG AI연구원의 선장을 맡아 초거대AI '엑사원' 개발을 주도해 이듬해 선보이면서 국내 AI 산업 생태계를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올해에도 특화모델 출시와 오픈모델 공개를 추진하는 등 전략적인 행보를 취해왔다.
배 후보자 지명은 이재명 정부가 민간 주도 AI 생태계 확대를 통해 AI G3 도약을 달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인선으로 풀이된다. 앞서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으로 낙점된 하정우(48) 네이버 퓨처AI센터장과 함께 40대 AI 전문가 쌍두마차를 이뤄 소버린AI를 비롯한 국가 AI 정책을 이끌어나가는 중임을 맡는다. 두 사람 모두 AI기반모델 개발의 주역이자 다양한 현장에서 의견을 나눠온 만큼 국가 AI 전략에 민첩성과 추진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배 후보자에 대해 "AI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AI 상용화 등으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출신 인사의 잇단 기용도 눈에 띈다. 중기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한 후보자는 국내 1세대 IT전문가이자 국내 포털산업 태동기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컴퓨터 전문지 민컴 기자로 활동했다. 나눔기술 홍보팀장을 거쳐 1997년 엠파스 창립 멤버로 합류, 검색사업본부장을 맡아 국내 최초로 다른 포털 사이트 자료도 찾아주는 '열린 검색' 서비스를 선보였다.
한 내정자는 2007년 네이버 전신이 된 NHN으로 자리를 옮겼다. 네이버에서 서비스1본부장과 서비스총괄 이사 등을 지내며 네이버가 국내 1위 인터넷 회사로 성장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업계 최초로 웹툰 부분 유료화를 시도했으며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를 선보였다.
이 같은 공로로 2017년 여성 최초로 네이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라 2022년까지 5년간 대표를 지냈다. 네이버 대표 시절 '스마트스토어' 출시를 비롯해 중소상공인(SME)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벌여왔던 경험을 이번 인선에서 높이 산 것으로 관측된다.
강 실장은 한 후보자에 대해 "라인, 네이버웹툰 등에서 혁신을 이끌었고 '포천 인터내셔널 파워우먼 50'에 4년 연속 선정된 인물"이라며 "관련 분야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이해도를 바탕으로 중소벤처기업 육성 전략에 새로움을 더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정치권에서는 과학기술 및 산업 분야를 이끌 부처 장관 2명과 대통령실 참모까지 모두 민간 전문가로 채운 것은 파격적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정부 부처 수장은 정치인·교수·관료 출신이 기용돼왔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대선을 치를 때부터 구호로 내건 '진짜 성장'을 이루고자 AI 분야를 중심으로 정책 설계와 집행의 간극을 줄이는 데 중점을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수위 없이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즉시전력감을 투입한 측면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 출신을 다수 기용한 이유를 묻는 말에 "민과 관의 벽을 허물고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특정 기업과 특정 분야에 혜택을 주겠다'라는 인식을 버려야지만 대한민국 경제를 복합적인 위기에서 끌어낼 수 있다"며 "경제 위기 상황과 5년 후, 10년 후의 먹거리가 눈에 안 보인다는 두려움도 이번 인사에 반영돼있다"고 설명했다.
팽동현·윤선영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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