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성장, 편의성 등 원작에서 한층 강화된 재미
※ 이 리뷰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코지마 히데오가 개발한 본격 택배 게임 '데스 스트랜딩'은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리는 게임으로 유명하다. 좋아하는 사람은 GOTY 그 자체, 인생 게임이라고 극찬하는 반면 싫어하는 사람은 예술병 걸린 유사 영화라고 학을 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데스 스트랜딩 원작은 전혀 취향이 아니었다. 흥미로운 세계관과 스토리 때문에 악으로 깡으로 엔딩까지 버틴 것에 가깝다. 잘 만들었다 못 만들었다의 차원이 아니라, 이 게임의 주된 플레이 방식인 택배의 재미보다 불편함이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균형 때문에 L2와 R2를 부서져라 잡고 있어야 하고, 자칫 미끄러지면 겨우 들고 온 화물이 박살나서 흩어지고, 못 건너고 못 올라가는 곳은 너무 많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운송업자의 고충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게임이 아니라 노동에 가까운 스트레스를 주다 보니 아름다운 그래픽과 음악에 기울일 관심이 없었다.
본인의 처절한 쿠팡맨 적성을 확인하고 후속작 '데스 스트랜딩2 온 더 비치'에도 별 관심이 없었지만, 원작에 비해 불쾌한 경험이 대폭 개선됐다는 미디어 프리뷰 내용을 보자 호기심이 들었다. 과연 폐급 쿠팡맨도 데스 스트랜딩2에선 엘리트 쿠팡맨이 될 수 있을까.
장르: 오픈월드 시네마틱 어드벤처
출시일: 2025년 6월 26일
개발사: 코지마 프로덕션
유통사: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플랫폼: PS5
■ 이제는 호주 대륙을 잇는 다리가 되다
- 이제는 광활한 호주 대륙을 무대로
- 눈이 쌓인 설산을 오르기도 한다
데스 스트랜딩2의 무대는 원작에서 발에 땀나게 뛰어다니며 연결한 미국에서 멕시코, 호주로 넘어간다. 멕시코에 출현한 '플레이트 게이트'를 넘어 호주에 도착한 주인공 샘은 민간 기업인 '드로브리지' 소속으로 다시금 대륙을 연결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루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살고 있던 은퇴한 아저씨가 왜 다시 포터로 활동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말을 아끼겠다. 무대가 바뀌어도 그가 하는 일은 동일하다. 거대한 산맥과 암벽 지대, 초원, 사막, 설산을 종횡무진 누비며 큐피드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사실 스토리나 연출 측면은 그다지 다루고 싶지 않다. 원작도 그랬지만 이 게임의 스토리는 정말로 큰 비중을 차지하며, 모르는 뇌와 아는 뇌로 플레이하는 감상이 완벽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기자 역시 그런 경험을 했던 만큼 가급적 말을 줄이려 한다.
코지마 특유의 빌드 업과 복선 누적 끝에 피날레에서 펑 터트리는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처음에 '그게 뭔데' 식으로 고유 명사 및 세계관 설정을 우다다 쏟아내는 것도 비슷하다. 대신 컷신 재생 도중 코퍼스로 모르는 고유 명사들을 바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좋았다.
호주 특유의 다채롭고 험난한 자연 환경, 플레이트 게이트로 인한 게이트 퀘이크, 타르 조류와 타르 폴 등 배송 환경 자체는 훨씬 역동적으로 변했다. 멀쩡한 설산이 붕괴하는가 하면, 홍수로 강이 범람해 침수 지역이 되고, 별안간 발생한 산불에 둘러싸이거나 모래 폭풍으로 시야가 가려지기도 한다.
등반 중 게이트 퀘이크 낙석에 얻어맞아 짐을 몽땅 떨어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대부분 여분의 사다리와 등반용 앵커, PCC를 챙겨가면 어떻게든 해결됐다. 엘리트 포터로 거듭났기 때문은 아니고, 유저를 얽매던 현실적인 제한들이 사라지고 편의성이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다.
■ 액션과 편의성의 강화
- 갑자기 타르 조류가 솟구치기도 한다
- 대부분의 위험 요소는 경로 시뮬레이터에서 사전 확인 가능
데스 스트랜딩2는 전작 플레이어를 괴롭게 했던 여러 불확정 요소를 깔끔하게 제거했다. 원작의 경우 배송이 재미가 없는 건 아니었고, 도중에 발생하는 돌발 상황의 스트레스가 재미를 이기는 경우가 많았다. 갑툭튀하는 뮬과 BT, 시도 때도 없이 울음을 터트리다 자가 중독 상태에 빠지는 BB 등이 대표적이다.
우선 BT 출몰 지역과 적대 인간 집단 출몰 지역, 위험 환경 요소들을 맵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배송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이 모든 사항을 고려하고 루트를 짜며, 혹시 모를 만일의 위협에 대비한 준비도 가능하다.
가령 루트 도중 BT 출몰 구역이 있다면 만일을 대비해 블러드 그레네이드와 MP 총기를 챙기고, 침수나 낙사 위험 지역이 있다면 여분의 사다리와 앵커를 챙기는 식이다. 아예 위험 지역 경계를 빙 둘러 안전한 루트를 설계할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돌발 상황이 아예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안전하게 빙 둘러가려다 카이랄 거미떼를 만나 소중한 오프로더가 방전되기도 하고, 맵에 표시되지 않는 좁은 암석 지대를 만나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도 아예 무방비한 상태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고, 여러 요소를 고려해 배송 계획을 수립하는 것 자체가 꽤 재미있다.
- 원한다면 육탄전 위주 플레이도 가능하다
- BT, 메크와의 전투도 한층 치열해졌다
모든 무기가 기본 비살상으로 설정돼 시체로 인한 BT, 보이드아웃 걱정도 사라졌다. 얄미운 뮬 녀석들에게 미련 없이 시원하게 총탄 세례를 퍼부을 수 있어 행복하기까지 했다. 습격당한 것도 서러운데 실수로 죽이면 화장터까지 배송해야 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선녀같다.
화끈하게 실탄을 제거한 대신 전투의 비중이 대폭 늘었다. 스트랜드 가지고 한동안 똥꼬쇼했던 원작 초반 플레이에 비해 데스 스트랜딩2는 초반부터 여러 무기 선택지를 제시한다. 적 기지를 무력화하고 화물을 확보해 배송하라는 식으로 전투와 배송이 일체화된 미션도 많다.
전투 비중이 높아지면 무기를 종류별로 바리바리 들고 다녀야하나 싶었는데, 모든 대상에게 통하는 MT 무기가 일찍부터 개방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적대 인간 집단이 대상일 시 무력화하면 무기를 드롭해 주워 쓰는 플레이가 가능하며, BT가 대상일 때도 주변에 둥둥 떠 다니는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기자의 경우 '목격자가 없으면 암살'이라는 신조 아래 그레네이드 런처 등을 주로 사용했지만, 사나이의 무기 주먹을 가지고 근접전 위주로 플레이하거나 은신이나 기습 위주로 플레이할 수도 있다. 슈트와 스켈레톤, 부츠 등 장비와 APAS 인핸스먼트로 다양한 방식의 플레이를 지원한다.
■ 층층이 쌓이는 매력적인 성장 요소
- 대표적인 성장 요소 APAS 인핸스먼트
원작에서 국도와 다리를 깔고 집라인으로 연결하는 등 토목 공사하는 재미는 있었지만, 솔직히 주인공 샘의 성장을 체감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데스 스트랜딩2에서는 샘이 무려 발전이라는 것을 한다! 역시 사람은 외국물을 먹어야 하는가 보다.
플레이어가 주로 사용하는 능력에 따라 샘의 숙련도가 쌓이고 해당 능력이 성장한다. 험지를 걸어서 자주 다녔다면 샘이 장애물 구간을 이동할 때 지구력 게이지 소모가 줄어들며, 장기간 숨을 참을 경우 폐활량이 증가한다. 총기를 즐겨 사용한다면 재장전 속도가 빨라지고 반동이 줄어든다.
숙련도도 체감이 꽤 되는데, 적절한 시점에서 해당 배송에 적합한 장비가 개방되니 확실하게 성장한 것이 느껴진다. 가령 대량의 화물을 험난한 지역에서 운송할 때에는 험지 이동을 돕는 봇카 스켈레톤이, 장거리 운송할 때에는 빠른 이동을 돕는 부스트 스켈레톤이 주어진다. 쉘터 호감도를 쌓는다면 장비 기본 버전에서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여기에 APAS 인핸스먼트도 있다. 장비와 마찬가지로, 쉘터의 좋아요를 누적해서 개방할 수 있는 추가 능력이다. 가령 포터 분야에는 지형 스캐너 거리 증가, 화물 즉시 속박 등 배송을 돕는 능력이, 전투 분야에는 조준 보조 및 탄환 위력 증가 등 전투를 돕는 능력이 배치됐다.
여러 성장 요소가 층층이 쌓이다보니 게임을 진행할수록 진행이 수월해지고, 그러다보니 메인 미션 외 서브 미션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동기가 된다. 짬짬이 플레이해도 확실히 플레이 누적 효과가 느껴지는 것이다.
■ 야 너두 택배할 수 있어
- 여러 사람과 만나고, 그들의 연결 다리가 되는 것은 전작과 동일
- 택배의 재미를 이제야 알았습니다
원작을 경험하고 "나는 이 게임과 정말 안 맞는다"는 마음으로 데스 스트랜딩2 플레이를 꺼리는 이용자가 있다면 정말 아쉬울 것 같다. 기자 역시 그런 마음으로 이 게임을 시작했지만, 엔딩을 보고 나서 정말 플레이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택배가 적성이 아니라는 이유였다면 데스 스트랜딩2는 꼭 한 번 플레이해보길 추천한다. 불쾌감 요소를 제거한 것만으로 이렇게까지 택배가 재밌어질 수 있다니 여러 의미로 감탄했다. 핀 포인트로 개선할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아마 예술가의 고집 같은 게 아니었을까.
원작의 메시지인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연출과 스토리텔링은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한층 더 세련된 방식으로 변했다. 모든 요소가 원작 대비 개선되었기 때문에 이번에야말로 취향 가리지 않고 꼭 한 번 플레이해볼 만한 게임이다.
장점
1. 강력한 편의성 개선과 성장 요소
2. 루즈함이 줄어든 액션
3. 컷신 연속 대신 한결 집중된 연출
단점
1. 쿠팡이 취향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다
2. 초반부 흡입력이 떨어지는 연출과 전개
suminh@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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